[이건희칼럼] 사교육, 굳이 필요한가?
이건희 재테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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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사교육은 챙기는 부모의 마음을 중학생 때 처음 알았다. 당시 과외를 중심으로 사교육 열풍이 대단했지만 필자는 늘 혼자 공부했다. 중학교 입학 후 처음에는 최상위권 성적을 받았으나 공부를 소홀히 하고 문학, 음악, 운동 등에만 시간을 보낸 결과 중학교 말기에는 중하위권까지 떨어졌다. 엄청난 추락이었지만 부모님은 아들의 성적에 아무 말씀 없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무조건 따라오라며 학교 근처의 과외하는 집으로 향하셨다. 돈이 없어서 과외를 시켜주지 못한 게 성적 하락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아버지의 경제적 몰락으로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머니 눈가의 눈물을 본 적 있었다.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사교육을 시켜주려는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과외는 거부하고 혼자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한번 뒤처진 성적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초부터 다지면서 꾸준히 노력한 결과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서서히 성적이 올랐고 3학년이 됐을 땐 원하는 수준까지 회복됐다. 만약에 사교육을 받았다면 성적이 빠르게 올라갔을지도 모르지만 공부하는 방법과 요령을 스스로 찾아 더 큰 수확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보다 작은 사교육 효과
사교육을 시키면 무조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무리를 하면서까지 돈을 들이는 가정이 늘고 있어 우려가 된다. 2016년 서울서베이 사회상조사 결과 중 가구 부채이유를 살펴보면 자녀 대부분이 어리거나 청소년인 40대에서 주택임차·구입(64.8%) 다음으로 교육비(20.5%)가 많았다. 50대에서도 부채이유는 주택임차·구입(59.1%) 다음이 교육비(17.8%)였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서는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직장인은 51.6%,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직장인은 59.6%가 스스로를 ‘에듀푸어’로 규정했다. 에듀푸어는 수입에 비해 과도한 자녀 교육비 지출로 어려움을 겪는 교육 빈곤층을 일컫는다.
사교육은 과연 부모의 기대만큼 효과가 있을까. 어떤 아이에게는 효과가 있더라도 다른 아이에게는 효과가 별로 없는 경우가 흔하다. 선생님이 여러 아이를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쳐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학생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완전히 이해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자세를 갖지 않는다면 부모가 불안한 마음에서 시켜주는 사교육의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작을 수 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비율은 성적 상위 10% 이내(78.7%), 11~30%(77.1%), 31~60%(72.4%) 구간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과 중위권에서는 사교육을 통해 성적을 올리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성적 61~80%, 80~100% 구간에서는 각각 67.7%, 59.6%로 줄어들어서 하위권일수록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일수록 주변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다른 집에서 하는 것을 따라하기 쉽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많은 순서가 서울, 광역시, 중소도시, 읍면지역 순서로 나타난다. 물론 대도시일수록 사교육 기관이 많고 접근성이 좋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시도별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순서는 서울, 대구, 경기, 부산, 대전 순이며 1인당 사교육비 많은 순서도 이와 일치한다. 사교육 참여율이 가장 낮은 곳은 전남이고 그 다음이 충북과 전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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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이건희 재테크칼럼니스트 |
사교육과 학업 성과의 상관관계는 전국을 대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고등학교 학업성취도 결과’(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학생 성별, 학교 목적유형별, 지역 규모별, 시도 교육청별 등 여러 조건별로 학생들의 국어·수학·영어 실력을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 4단계로 구분해 평가한 결과가 수록됐다. 각 지역별 1인당 사교육비와 국어·수학·영어 각 과목에서 우수학력 비율을 살펴보면 국어와 영어는 사교육을 많이 시킬 때 우수학력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상관관계가 아주 높지는 않다. 수학은 사교육비가 증가해도 우수학력 비율이 높아지지 않아 상관관계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수학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선생님 강의를 추가로 들어도 실력이 더 오르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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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이건희 재테크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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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이건희 재테크칼럼니스트 |
☞ 본 기사는 <머니S> 제536호(2018년 4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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