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파워 CI./홈페이지 캡처
에이치엘비파워 CI./홈페이지 캡처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치엘비파워의 자금조달 계획이 무산됐다. 투자하기로 했던 중국 분마그룹이 납입일까지 입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국 기업의 국내 기업투자는 실제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치엘비파워는 지난 13일 장 마감후 70억원 규모 자금조달이 무산됐다고 공시했다. 중국 분마그룹이 지난해 10월 말 계약했던 5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20억원 규모 CB(전환사채) 발행과 관련된 대금을 입금하지 않은 탓이다.


에이치엘비파워와 소액주주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자금조달 무산 공시가 나온 당일 6.80% 하락한 1440원을 기록했다. 주가하락은 자금조달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으로 풀이된다. 

에이치엘비파워가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16일 오후다. 이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분마그룹측은 에이치엘비파워의 유상증자 납입이 미발행 처리된 것에 대해 중국에서 한국으로의 해외투자자금 송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번 납입을 실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회사는 "분마그룹과 화장품 유통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협업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이 회사 주가는 하루만에 12.5% 오른 1620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외국기업이 국내에 투자를 하기로 했다가 실제 투자는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신고한 금액 중 실제 국내로 유입된 자금 비율은 지난 5년 평균 59.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기업의 경우 올해 1분기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신고한 금액은 10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반면 실제 송금된 자금은 2% 수준인 2200만달러에 불과했다. 중국 당국이 해외직접투자를 외환송금 규제 강화를 통해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등의 여파가 다소 해소돼 양국 간 경제교류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투자신고액 대비 실제 투자액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다만 유상증자와 CB발행은 재무적 투자로 분류돼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와는 별도로 집계된다. 분마그룹의 한국지사인 분마홀딩스가 재무적 투자를 제외하고 국내에 직접 투자하겠다고 신고한 금액은 수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가 이뤄진다고 해도 에이치엘비파워와 분마그룹의 시너지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관건이다. 에이치엘비파워는 지난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자산 671억원인데 비해 결손금이 239억원에 달해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 회사는 발전플랜트설비 댐퍼(Damper) 및 전력배전설비 부스웨이(Busway) 제조 판매와 전기에너지 저장시스템인 ESS사업을 하는데 분마그룹과 체결한 이번 MOU는 화장품 유통에 관한 협약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이치엘비파워가 분마그룹과 체결한 MOU는 이 회사 주력 사업과 관련없는 화장품 유통사업"이라고 지적하면서 "실제 투자가 이뤄지는지 유심히 살펴봐야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한편 에이치엘비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었던 장현운 분마홀딩스 회장은 분마그룹의 자회사인 흑룡강분마그룹 회장으로 제주분마이호랜드의 대표다. 제주분마이호랜드는 2010년 약 1조641억원을 투자해 제주도에 리조트를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이 9년 간 경관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중순까지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