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렌터카 사고. /사진=경기도재난안전본부
안성 렌터카 사고. /사진=경기도재난안전본부

지난달 안성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탑승자 5명 중 4명이 숨졌다. 뒤이어 전해진 사고소식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운전자 A씨의 나이가 17세에 불과하다는 것. 이번 사고로 운전자 A군(17), 동승자 고등학생(남) 1명, 여중생 2명 등이 사망하고 남고생 1명은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미성년자들의 안타까운 사망사고는 도대체 왜 일어난 것일까. 운전면허도 없는 어린 학생들은 안성시내의 한 렌터카업체에서 K5승용차를 대여했다. 렌터카업체들은 운전면허증 또는 주민등록증을 대조해 고객의 신분을 확인한다. 하지만 고등학생 신분인 A씨를 막지 못했다. A씨는 분실된 20대 남성의 운전면허증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늘어나는 도용사례 어떻게 막나

서울시자동차대여조합에 따르면 국내 렌터카시장은 최근 4년간 220% 이상 성장했다. 2012년 32만5334대였던 시장 규모는 2016년 63만8050대로 커졌다. 렌터카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가 미성년자의 불법 대여다. 미성년자 교통사고는 매년 1000건 이상 발생한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경찰에 신고된 청소년 교통사고 사례만 약 5600건이다. 사고를 내지 않거나 적발되지 않아 확인이 어려운 청소년 불법운전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상위 렌터카업체인 롯데렌터카, SK렌터카, AJ렌터카 등 3사는 미성년자 관련 사고에 어떻게 대처할까. 이들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3사는 공통적으로 도로교통안전공단의 운전면허 유효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명의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운전면허정보 등을 조회하는 시스템이다.

업체들은 계약자와 동일한 명의의 신용카드 결제로 사고를 예방하는 대응책도 마련했다. 계약자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1차적으로 위조신분증 사용을 놓쳤다고 해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2차 방어수단이 되는 것. 국내 렌터카 3사는 렌터카 대여 비용 결제 시 신용카드 결제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현장에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 결제를 요청한다. 이외에도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계약자 명의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추가적인 인증을 거치는 방법도 활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직원들은 운전면허 유효성 검사를 통해 1차 사고를 예방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면허증 사진과 실제 대여 고객의 얼굴을 틈틈이 확인하고 있다”며 “사진을 위조했다고 해도 계약자와 동일한 명의의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사고예방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진=머니SDB
/사진=머니SDB

◆위조 엄벌하는 사회적 장치 필요

학계에서는 국내 렌터카업체들의 대응책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은 주민등록증이 흐려지고 잘 안 보이는 부분도 많다. 렌터카 서비스와 달리 사람을 대면하지 않는 카셰어링은 청소년 문제에 더 쉽게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카셰어링의 경우 청소년 신분위조 문제에 더욱 취약하다. 비대면인증방식을 거치기 때문에 휴대전화만 활용하면 쉽게 차량을 렌털할 수 있다. 카셰어링업체의 경우 대부분 차량이 주차된 공간에 별도의 관리자가 없어 청소년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제도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신분증을) 확인할 때 얼굴을 대조하는 것도 실제로 많지 않다. 신용카드 결제 시에도 얼굴을 대조하거나 사인을 확인하지 않는다”며 “본인인증에 대한 문화적인 부분이 아직 부족하다. 인증절차를 철저히 거친다면 위조신분증을 가져오는 사람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근본적으로 문화와 사회적인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와 메이저업체들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문화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위조문제는) 하나의 분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이 필요하다. 위조에 대한 것은 렌터카 외에도 분야별로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렌터카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사고가 나서 사망했기 때문에 드러난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몰랐을 것이다. 전체적인 제도 보안이 필요하다”며 “카셰어링 같은 경우는 계속 사고가 발생하는데 그대로 둔다. 큰 사고가 나도 몇년만 지나면 다 기억에서 사라진다. ‘아니면 말고’ 식의 생각이 문제다. 전체적인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고 차단 위한 대안들은 뭐가 있을까

신분도용, 불법위조 등에 따른 미성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엄격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독일의 경우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 4년에서 5년이 걸린다”며 “렌터카도 이용 시 나이에 따라 차량의 크기, 배기량 등이 제한된다. 일선에서의 검사도 엄격하지만 위조에 대한 처벌도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운전면허 취득 가능 나이가 19세다. 특히 ‘하루 만에 면허 따기’ 등 불법속성 과외 등도 성행해 빠르면 1주일 만에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생체인증 도입이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생체인증 방식이 발 빠르게 도입돼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보안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생체인증의 경우 분실된 신분증이나 휴대전화를 습득해 악용하려고 해도 활용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생체인증에 대한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일어나고 있는 미성년자 신분위조에 따른 교통사고는 대부분은 현장에서 관리자들이 신분증 확인을 소홀히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현장 직원들의 근무태도 교육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8호(2018년 7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