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 김경은 기자, 심혁주 기자, 류은혁 기자] 동영상·웹툰 등 콘텐츠 소비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전세계적으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Over The Top)’ 시장이 뜨겁다. 특히 OTT 강자인 넷플릭스(Netflix)가 지난 5월 국내 상주팀을 가동하며 국내 콘텐츠 생산·유통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 머니S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넷플릭스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넷플릭스 공습] ①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왼쪽)와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가 2016년 6월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넷플릭스가 2016년 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리드 헤이스팅스 CEO가 방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뉴스1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왼쪽)와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가 2016년 6월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넷플릭스가 2016년 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리드 헤이스팅스 CEO가 방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뉴스1

'미디어 공룡'으로 불리는 넷플릭스가 2016년 초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국내에 상륙, 미디어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체제작(오리지널) 콘텐츠 영역을 확대하는 등 넷플릭스만의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19일 미디어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난해 영화 '옥자'와 예능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에 이어 올해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시트콤 'YG전자', 사극 드라마 '킹덤'을 제작하는 등 국내 콘텐츠시장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이용자 수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추산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가입자 수는 현재 20만~30만명 수준이다.

이에 최근 넷플릭스가 국내 인재를 영입하는 등 별도의 한국사업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Over The Top) 시장에 뛰어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지난 5월 서울에 사무실을 마련한 넷플릭스는 이달 초 법무담당자, 홍보담당자, 마케팅관리자, 미디어사업전략 담당자 등 각 분야의 인력을 충원했다. 이는 타사 서비스 대비 한국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보완하는 것과 동시에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DVD배달→콘텐츠제작, 넷플릭스는 어떤 회사?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15년에 열린 인터넷 기반 TV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 및 취재진들이 넷플릭스 서비스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15년에 열린 인터넷 기반 TV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 및 취재진들이 넷플릭스 서비스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넷플릭스'라는 사명은 인터넷(Net)과 영화(Flicks)에서 따왔다. 리드 헤스팅즈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할 당시부터 인터넷으로 영화를 유통할 목적으로 사명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리스가 처음부터 스트리밍 방식으로 콘텐츠를 유통한 것은 아니다. 1997년 창업 당시에는 비디오와 DVD를 우편·택배로 배달하는 사업을 영위했다. 인터넷 스트리밍까지 사업을 확장한 건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7년이다.

이후 넷플릭스는 미디어 소비패턴의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의 유통이라는 플랫폼 대변혁을 통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지상파방송·케이블TV 역할까지 대체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2013년에는 미국 최대 케이블방송 'HBO'(2870만명)의 가입자 수를 넘어서는 등 올 3분기까지 넷플릭스 전세계 구독자수가 약 1억3700만명으로 나타났다.


이광수(왼쪽부터), 김종민,유재석, 조효진 pd, 김주형 pd가 지난 4월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연출 조효진, 장혁재, 김주형)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광수(왼쪽부터), 김종민,유재석, 조효진 pd, 김주형 pd가 지난 4월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연출 조효진, 장혁재, 김주형)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넷플릭스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고 2012년부터 남들보다 한발 앞서 콘텐츠 제작 역량을 쌓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2년 4편에 불과했던 오리지널 콘텐츠가 2016년 126편으로 30배 급증했다. 콘텐츠 제작 유형도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키즈, 영화 등으로 다변화됐고 영어 외의 외국어 콘텐츠도 글로벌 확장을 위해 점진적으로 늘려갔다.

또 넷플릭스의 요금(스탠다드 기준)이 월 1만2000원으로 영화 한편을 관람하는 금액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기기로 콘텐츠를 무제한 시청 가능한 장점도 있다.


◆넷플릭스, 3분기 매출만 4.5조원… 어닝 서프라이즈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스1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스1

190개국 현지 맞춤 서비스 등으로 무장한 넷플릭스는 앞으로도 더욱 승승장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도 이를 증명하듯 올 3분기(7~9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16일(현지시간) 넷플릭스가 발표한 '올해 3분기(7~9월) 결산'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4% 증가한 39억9937만달러(약 4조54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39억9600만달러)를 뛰어넘은 수치다.

신규 가입자 증가분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3분기 전세계 신규 가입자 수 증가분은 총 696만명으로, 기존 회사측 전망(500만명)과 시장 예상치(518만명)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날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에 주가는 급등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3.98% 상승한 346.4달러(약 39만2400원)에 마감했다. 또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종가 대비 14.89% 높은 398달러(약 45만9000원)까지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 발표로) 넷플릭스 가입자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는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며 "아시아시장에서 콘텐츠 기획·제작 경쟁력을 갖춘 한국 콘텐츠 확보 수요는 더욱 증가해 국내 미디어업체 입장에선 사업 확대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파괴자 넷플릭스?… "시장질서 어지럽혀"

서울 시내 한 CGV 극장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CGV 극장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

넷플릭스의 승승장구가 반대로 기존 산업 간의 과도한 경쟁을 유발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까지 넷플릭스의 주요 콘텐츠 공급처였던 월트디즈니가 독자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서겠다며 올해부터 발표되는 작품을 넷플릭스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넷플릭스를 유료로 구독 중인 소비자가 월트디즈니의 콘텐츠를 보려면 또 다른 OTT업체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기존 미디어산업의 경우 제작·유통이 나눠져 있지만 넷플릭스 등 제작까지 참여하는 OTT업체의 등장으로 미디어산업이 점차 폐쇄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는 넷플릭스의 첫 한국판 오리지널 콘텐츠로, 개봉 당시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상영 보이콧'을 선언해 대형극장에서 개봉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영화사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제작·유통한 영화가 홀드백(개봉 이후 IPTV 등에서 상영되기까지 걸리는 기간) 없이 자사 플랫폼과 극장에 동시 개봉할 경우 영화산업에는 매우 치명적이다"면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극장 박스오피스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시장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13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영화 '옥자'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배우 틸다 스윈튼, 안서현,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다이엔 헨셜, 변희봉, 최우식(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6월13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영화 '옥자'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배우 틸다 스윈튼, 안서현,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다이엔 헨셜, 변희봉, 최우식(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홀드백은 콘텐츠 부가 판권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공중파의 본 방송 이후 다른 케이블방송이나 다른 방송 플랫폼에서 재방송되기까지 걸리는 기간, 또는 한편의 영화가 다른 수익과정으로 중심을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이처럼 홀드백은 미디어간의 이해 충돌을 막고 각각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그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

한편 지난해 프랑스 극장협회(FNCF)를 중심으로 프랑스 영화계가 넷플릭스에 반발하면서 내년부터 인터넷 배급 영화를 경쟁부문에 초청하지 않겠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