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 소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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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부터 제니까지, 가요계에 부는 여성 솔로 '열풍'

콜라보 열풍이 불었던 가요계에 여성 솔로가수 바람이 불고 있다. 솔로로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민 블랙핑크의 제니. 그야말로 역대급 솔로파워다. 제니는 엄정화, 이효리, 보아 등을 잇는 새로운 여성 솔로가수 탄생이라 불릴만큼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가요계에는 콜라보와 함께 걸그룹, 보이그룹의 열풍이 거셌다. 대규모 팬덤을 지닌 보이그룹부터 범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걸그룹들이 저마다 컴백을 했기 때문이다. 여름이 보이그룹과 걸그룹 대전이었다면 올 가을은 여성 솔로가수 대전으로 이어졌다. 스타성과 음악성, 화제성까지 고루 갖춘 여성 솔로가수들이 컴백하면서 전에 없던 ‘여성 솔로가수 대전’이 펼쳐졌다.


선미 '사이렌'

선미 유리./사진=각 소속사 제공, Mnet 캡처
선미 유리./사진=각 소속사 제공, Mnet 캡처

지난 9월은 선미의 계절이었다. 선미의 미니앨범 'WARNING(워닝)'의 타이틀곡 '사이렌 (Siren)'이 월간 차트를 공개하는 주요 음원사이트인 멜론, 지니, 네이버, 올레뮤직, 몽키3 등 5개의 월간차트 1위를 기록했다. 모든 음악 차트의 실시간/일간/주간 차트를 모두 휩쓰는 퍼펙트 올킬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발매 일주일만에 뮤직비디오 1000만뷰를 기록했다.

특히 그는 ‘가시나’, ‘주인공’에 이어 ‘사이렌’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선미만의 음악 스타일로 음원사이트와 각종 가요 프로그램를 올킬했다. 아이돌 가수가 주를 이루는 가요계에서 선미의 성공은 파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유리 '빠져가'

데뷔 12년차 소녀시대 유리가 솔로가수로 나섰다. 지난달 4일 데뷔 후 첫 솔로앨범 ‘The First Scene’을 발매하고 타이틀곡 ‘빠져가’로 활동한 유리는 데뷔 11년 만에 솔로앨범을 발매했다. 발라드부터 댄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로만 채워 넣었다.


첫 솔로앨범 타이틀곡 ‘빠져가’는 오리엔탈풍의 전통적 요소가 가미된 경쾌한 리듬과 캐치한 훅 멜로디가 인상적인 팝 댄스 곡으로, 가사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깊은 사랑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이 감각적으로 표현됐다. 여성미 넘치는 선을 강조한 댄스 퍼포먼스가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유 '삐삐'

아이유 정은지. /사진=뮤비 캡처, 인스타그램, 각 소속사 제공
아이유 정은지. /사진=뮤비 캡처, 인스타그램, 각 소속사 제공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아이유는 드라마부터 아시아투어 콘서트, 단편영화 데뷔까지 다양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아이유는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싱글 '삐삐'를 발표했다. '삐삐'는 얼터너티브 R&B 장르에 첫 도전한 곡으로, 아이유 특유의 음색과 발칙한 가사, 새로운 장르에서 오는 새로운 매력까지 모두 대중을 사로잡으며 음원은 물론 뮤직비디오 역시 큰 화제를 모았다.

'삐삐'는 발매 직후 국내 주요 8개 음원차트 '퍼펙트 올킬'을 달성하는가 하면 발매 하루 동안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멜론 내 음원 이용자수 146만여명을 기록, 역대 '24시간 최고 이용자수 1위'를 기록한데 이어 뮤직비디오 역시 공개된지 5일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0만뷰를 돌파하는 등 꺼지지 않는 인기를 증명했다. 방송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뮤직비디오, 안무 영상, 자체 콘텐츠 등으로 아이유는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정은지 '어떤가요'

에이핑크에서 독보적인 음색과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정은지는 지난달 17일 미니 3집 ‘혜화’를 공개했다. 미니 3집 ‘혜화’의 타이틀곡 ‘어떤가요’는 가족을 떠나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노래다. 정은지는 ‘나의 살던 곳, 그곳은 지금 어떤가요’라고 나지막이 물으며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을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정은지는 시대의 또 다른 청춘들과 함께 하고자 직접 기획한 전시회 ‘혜화, 청춘의 기억’으로 팬들과 함께한 것은 물론 빌보드에서 집중조명을 받았다. 빌보드는 "‘혜화’는 에이핑크 완전체 이후 솔로로 낸 음반이다. 정은지는 지난 2년 간의 시간을 거쳐 달콤한 노래와 감성적인 보컬로 뚜렷한 정체성을 발전시켰다”고 전했다.


보아 'WOMAN'

보아 제니. /사진=각 소속사 제공
보아 제니. /사진=각 소속사 제공

‘아시아의 별’ 보아가 9번째 정규앨범으로 컴백했다. ‘내가 돌아’, ‘ONE SHOT, TWO SHOT’으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보아는 타이틀곡 'WOMAN'에 대해 "티저에서도 보여줬듯 구두굽 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 지난 2005년 발매한 'Girls on top'이 소녀의 정체성을 담았다면 'WOMAN'은 여성의 성숙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보아는 한류 1세대를 이끈 K팝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2001년 일본 가요계에 진출해 2002년 첫 정규앨범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로 일본 오리콘차트 1위에 올랐으며 이 앨범은 한국 가수 최초로 현지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아시아의 별'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여성스러우면서도 파워있고 멋있는, 한마디로 ‘걸크러시’ 같은 장르를 원했던 그의 바람은 ‘우먼’으로 비로소 완성됐다.

제니 ‘SOLO’

‘갓제니’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가 발매한 음반 ‘SOLO’는 국내 음원사이트 실시간차트 1위에 오르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일간차트 1위도 휩쓸더니 주간차트까지 ‘올킬’하며 거침 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SOLO' 뮤직비디오는 공개 6일 만에 6000만뷰를 넘으며 한국 여성 솔로가수 사상 최단기간 돌파 기록을 세웠다.

해외매체 또한 첫 솔로곡을 발표한 제니의 활약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제니가 첫번째 싱글 'SOLO'를 통해 다재다능한 모습을 전했다"며 "제니는 한국어로 노래하고 영어로 랩을 하며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영국 메트로는 "제니 'SOLO'가 한국 여성 솔로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이튠즈 차트 톱 10에 진입했다"고 'SOLO'가 남긴 뜻 깊은 성적을 전했다.

백아연 ‘마음아 미안해’

백아연 유빈.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백아연 유빈.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 ‘쏘쏘’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5월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가수 백아연이 이번에는 봄이 아닌 겨울 감성을 입고 돌아왔다. 백아연의 '마음아 미안해'는 사랑에 상처 입은 자신을 위로하는 브릿팝 장르의 곡. 백아연의 섬세한 목소리는 몽환적인 일렉 기타와 리드미컬한 드럼, 베이스, 피아노 등과 어우러져 듣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1년6개월만에 돌아온 백아연은 “‘마음아 미안해’는 제가 제 스스로한테 할 수 있는, 최고로 솔직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목만 봐도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타이틀로 정했죠. 이 곡은 후렴부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저한테 일어난 일들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후렴구가 그렇게 헤어지고 상처받아도 ‘그냥 그렇게 됐나봐’라고 위로를 해주는 것 같았어요”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유빈 ‘TUSM’

11월 마지막을 장식할 여성 솔로가수는 ‘걸크러시’의 끝판왕 유빈이다. 유빈은 새 앨범 '#TUSM'으로 돌아온다. 앨범명은 'Thank You So Much'의 앞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27일 컴백을 앞두고 있다. 2007년 원더걸스로 데뷔한 유빈은 팀에서 래퍼로서의 매력을 뽐냈으며 지난해 1월 10년 만에 팀이 해체하자 솔로 음반 준비를 했다. 지난 6월 발매한 첫 솔로앨범 '도시여자' 타이틀곡 '숙녀'에선 1970∼1980년대 콘셉트와 청량한 시티팝을 조화해 인기를 끌었다.

'Thank U Soooo Much'는 세련된 템포와 멜로디 구성을 지닌 퓨처 레트로 장르의 곡으로 유빈 특유의 쿨하고 섹시한 매력과 만나 시너지를 더했다. 유빈이 직접 참여한 가사에는 이별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이야기, 즉 TMI(Too Much Information)를 남발하는 상대방에게 시크하게 작별을 고하는 모습을 담았다.

유빈은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쿨하고 섹시한 매력이 돋보이는 티저 이미지, 트랙 리스트 등 다채로운 티징 콘텐츠를 릴레이로 선보이며 컴백 열기를 높이고 있다.

'그룹대전 속 '솔로' 활약 반갑다'

/사진=각 소속사 제공
/사진=각 소속사 제공

"차트만 봐도 솔로가수들의 비중이 매우 낮다. 나 역시 솔로가수들의 가요계에서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힌 백아연의 속내처럼 솔로가수들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미를 시작으로 유리, 아이유, 정은지, 보아, 제니, 백아연, 컴백을 앞두고 있는 유빈까지 솔로 가수들은 여자 아이돌그룹이 보여주지 못하는 걸크러시와 힐링송을 앞세워 11월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유리나 정은지, 제니처럼 아이돌그룹에서 실력을 쌓아 솔로활동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보아는 "그만큼 그들의 실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데뷔하는 것이다. 태연이나 유리의 무대를 보며 소녀시대 활동을 하면서 무대 매너를 익힌 것 같다. 따라서 혼자 무대에 서도 잘 채워지더라"라고 바라봤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그룹이 주류를 이루며 남녀 모두 솔로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며 “그런 상황 속에서도 트렌드에 맞춘 기획형 앨범보다 꾸준히 자신의 음악적 색을 담은 솔로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반갑다”고 말했다.

그룹 대전 속 솔로로 활동하는 여성 가수들의 매력은 다채롭다. 한달여 밖에 남지 않은 2018년. 다가올 2019년에도 여성 솔로가수들이 가요계를 풍성하게 만들지 음악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