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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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 자리에 있던 치즈가 없어지자 두 생쥐는 재빨리 치즈를 찾아 떠난다. 꼬마인간인 헴과 허는 고민하며 머뭇거린다. 하지만 결국 허는 치즈를 찾으러 떠난다. “삶은 움직이는 거야. 그러니 우리도 그래야만 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허는 새 치즈를 찾아내고 고집스레 홀로 남은 친구 헴을 떠올리며 기다린다.

2000년 한국에서 출간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내용이다. 당시 한국에서 생소했던 이 자기계발서적 우화는 한국에 ‘변화’ 열풍을 일으키며 지금까지 230만부 이상 판매됐다. 이후 ‘변화’는 생존과 직결되는 단어가 됐고 우리는 여전히 계속 변화의 물결에 부딪히고 있다.


그래서일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낸 이후 저자인 스펜서 존슨이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그래서 고집스럽게 홀로 남은 헴은 어떻게 되었나요?”라고 한다. 허처럼 변화를 선택해 삶이 바뀐 사람들도 많았지만 홀로 남은 헴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도 그만큼 적지 않았다는 뜻일 터. 그래서 저자는 20년 만에 후속작을 내놓았다. 바로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다.

“왜 우리는 어떤 때는 변화기에 잘 적응해 나가는 반면 어떤 때는 그러지 못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우리는 격변하는 세상에 더 쉽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까?”


홀로 남은 헴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과거의 ‘낡은 신념’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 홀로 남은 헴은 과거처럼 치즈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 믿어 떠나지 않았다. 그 믿음 때문에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를 읽지 못했던 것이다.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헴은 결국 치즈를 찾아 길을 나선다. 그러면서 점차 헴은 변화와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신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신념을 획득하는 과정을 터득해간다.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는 바로 이러한 헴의 여정을 통해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닌 그 현상을 대하는 우리의 ‘사고의 전환 방법’을 보여준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는 짧고 단순하지만 책이 담고 있는 주제의식은 묵직하고 심오하다. 물론 스펜서 존슨은 이야기만 던질 뿐이다. 스펜서 존슨은 비유와 상징으로 읽는 사람들마다 받아들이는 생각의 폭과 깊이가 다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런 면에서 스펜서 존슨은 확실히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아쉽게도 이번 책을 끝으로 더이상 스펜서 존슨의 책은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췌장암 합병증으로 스펜서 존슨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가 췌장암 투병 중에 원고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책의 머리말은 그의 아들들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아울러 책의 후반에는 그가 투병 중에 쓴 짧은 편지도 공개해 살아생전 그의 삶의 태도가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스펜서 존슨 지음 | 인플루엔셜 펴냄 | 1만3800원

☞ 본 기사는 <머니S> 제571호(2018년 12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