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3기에 들어선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해외사업에서 활짝 웃었다. 최근 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두곳 인수를 완료하고 합병작업에 착수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해외은행을 인수한 첫 사례다.


인도네시아 은행 두곳은 자카르타에 본점을 둔 상장은행으로 총 36개 영업망을 보유했다. 기업은행은 외환라이센스를 활용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입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신남방정책' 발맞춰 해외 진출 탄력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은행은 16개 영업점을 가진 중국 현지법인 1개와 뉴욕·도쿄·홍콩·런던 등 지점 9개, 미얀마·인도네시아·러시아에 사무소 3개 등 12개국에 28개의 점포망을 보유 중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사진=IBK기업은행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사진=IBK기업은행
김 행장은 취임일성으로 'IBK동남아시아벨트 구축'을 선포하며 러시아·캄포디아 개점,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에 성공했다. 다부진 체격으로 '도진스키'라고 불리는 그가 해외영토 확장에 거침없이 나선 결과다.

올해 기업은행은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 지점의 현지법인 전환을 추진한다. 2017년 7월 베트남 중앙은행에 법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현재 인가취득을 위해 베트남 정부기관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 사무소로 진출한 미얀마는 현지 은행시장 개방 시 지점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2025년까지는 은행 해외점포를 20개국 165개로 늘린다.

김 행장이 해외진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발맞춰 동남아시아 국가에 진출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서다.

최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신남방지역에 진출한 기업에 총 1조원을 보증 지원하는 금융플랫폼을 가동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해외진출한 기업에게 보증을 제공하거나 해외 현지법인이 자금을 조달할 때 국내은행이 해외은행에 제공한 보증신용장을 보증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은 신남방금융의 거점인 인도네시아에 영업망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지원 노하우를 전달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한국의 상호신용금고와 비슷한 성격의 100개가 넘는 소형은행이 전국적으로 산재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당분간 현지은행의 M&A방식으로 해외은행 진출을 열어줘 기업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추가 인수도 점쳐진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베트남, 캄보디아 등 신남방 핵심 3개국에 모바일뱅킹 사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호실적' 김도진 IBK은행장, 국내서도 웃을까
김 행장이 지난 2년간 해외진출에 속도를 냈다면 이제는 해외현지에서 차별화된 영업전략이 필요하다. 국내은행의 해외영업점 가운데 65% 이상이 동남아시아 국가에 쏠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해외영업점 190개 가운데 130개 가량이 동남아시아에 몰려있다. 후발주자인 기업은행이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점포 확대, 모바일뱅킹 구축 등 온·오프라인 영업에서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최근 중국은 알리바바 그룹과 텐센트 등 IT기업이 동남아 결제시장에 발을 들이고 일본은 미쓰비시UFJ, 미즈호 등 대형은행도 현지 은행과 파트너십을 맺는 추세다. 기존에는 해외에 진출한 자국기업의 여신에 편중됐으나 다양하고 현지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경영 3기, 중기대출 리스크관리 시험대


국내영업에선 꾸준히 증가하는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김 행장은 올해 최우선 경영목표로 중기금융 영업망 최적화를 내걸었다. 올해는 김 행장이 임기를 마치는 만큼 국내에서도 괄목할 만한 실적이 거둬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2017년 1조5085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누적 1조460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순이익의 97%를 달성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면 사상 최대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51조1000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대출 비중은 78.7%로 작년 3분기 대비 0.6%포인트 증가했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전체 중소기업대출시장에서 22.6%, 타은행은 20%가 안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중소기업대출 대다수를 판매하는 셈이다. 기업은행의 거래고객 150만개 중에서 중소기업은 99.8%다. 

문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대출이 증가하는 동시에 연체율도 오르는 데 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들이 폐업이 속출했고 중소기업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기업은행의 건전성 지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6%다. 1년전보다 0.02%포인트 줄었지만 가계대출 연체율(0.29%) 대비 두배 이상 높다.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기업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58%로 KB국민은행(0.58%), KEB하나은행(0.44%), 우리은행(0.38%), 신한은행(0.31%) 보다 최대 0.2%포인트 높다.

금융당국은 경기불황에 중소기업의 주머니사정이 갈수록 악화돼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추이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소기업대출이 부실해지면 가계부채 연체율 증가로 이어져 자칫 우리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권의 중기대출의 신규연체 발생추이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올해는 은행이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손실흡수 능력을 강화해 나가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말에 끝난다. 국내외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기록한 김 행장이 경영3기 중기대출 리스크 관리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4호(2019년 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