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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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행동주의사모펀드인 KCGI가 한진그룹을 상대로 잇따라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 재계의 우려가 깊어진다. 한진그룹을 시작으로 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최근 2019년도 1차 전체회의를 통해 기금운용위 산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 및 행사 범위를 검토해 이달 안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지난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사회적 물의로 주주 가치가 훼손된 데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2.45%를 보유한 2대 주주이자 한진칼 지분도 7.34% 보유한 3대주주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범위가 조 회장 일가의 이사 재선임 반대나 해임건의 등 적극적인 경영참여로 확대될지 주목한다. 이 경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제도 적용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다른기업으로도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관련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총 신년 간담회에서 “한진그룹에서 일어난 문제가 시발이 돼 다른기업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경총으로서는 상당히 걱정스러운 시각으로 보고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무엇보다 (주주권 행사에 대한)원칙이 분명해야 한다”며 “일시적으로 일어난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것이냐, 아니면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을 얼마나 해오고 있느냐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행동주의사모펀드인 KCGI도 한진그룹을 상대로 주주권 행사에 시동을 걸었다. KCGI는 지난 21일 한진그룹을 상대로 저평가 자산 매각과 경영 효율화, 사회적 책임 확대 등의 요구사항을 담은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 제안했다.


특히 KCGI는 이번 공개제안에 대해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 및 경영진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응할 것을 촉구하면서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한진이 KCGI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경우 국내 최초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성공 사례가 된다. 이 경우 앞으로 다양한 행동주의 펀드가 추가로 등장해 기업에 경영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나 행동주의펀드의 주주권 행사로 인해 기업의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주식 등을 도입해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