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이란전을 끝으로 중국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마르첼로 리피 감독. /사진=로이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이란전을 끝으로 중국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마르첼로 리피 감독. /사진=로이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FIFA 월드컵을 제패했던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도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바람처럼 중국을 우승팀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게 대패한 이후 은퇴 의사를 밝히며 씁쓸히 중국과 결별하게 됐다.

리피 감독이 이끄는 중국 축구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서 이란에 0-3 완패를 당했다.


이날 중국은 전반 5분 결정적인 찬스 외에는 시종일관 압도당하며 이란에게 끌려다녔다. 특히 수비 상황에서 두 차례 뼈아픈 실책으로 일찌감치 무너졌다. 전반 18분 중국 수비수 펑샤오팅이 후방으로 흐르는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아즈문에게 볼을 뺏겼고, 쇄도해 들어오는 타레미가 아즈문에게 받은 패스를 집어넣으며 이란이 앞서가게 됐다. 전반 31분에도 류이밍이 평샤오팅과 비슷한 실수를 범하면서 아즈문에게 쐐기골까지 허용했다. 결국 중국은 0-3 완패를 당했다.

리피 감독은 이란전을 끝으로 중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스포츠 전문 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이 경기를 끝으로 중국 대표팀과의 계약과 중국에서의 여정이 끝났다”고 밝혔다.


리피 감독은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를 이끌고 세리에A 5회 우승, 코파 이탈리아 1회 우승,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 등을 이끈 명장이다. 2006년에는 조국 이탈리아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후 2013년 광저우 헝다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2016년 말 2800만달러(약 316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연봉을 받고 약 2년여 동안 중국 축구 대표팀을 지휘했다. 그러나 중국 대표팀을 이끌면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는 그동안 크게 약세를 보였던 한국을 1-0으로 꺾었으나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2017년 동아시안컵에서도 3위에 그쳤으며 이번 AFC 아시안컵서도 한국과 이란에 완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란전을 마치고 인터뷰에서 리피 감독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영향력이 큰 나라인 중국을 이끌어 영광이었다"며 "중국 대표팀을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지휘봉을 내려 놓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열심히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지만, 오늘 밤에 이들이 저지른 실수는 그렇지 않다”며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건 용납될 수 없다. 집중력 부족으로 나온 실수에 화가 난다. 이란에게 선물들을 선사했다”고 며 분을 삭이기도 했다.

적장인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리피 감독을 예우했다. 그는 “중국팀은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그들은 이전보다 잘 준비됐고, 조직력을 갖췄다”라면서 “리피가 더 이상 중국과 함께하지 못해 유감이다. 축구계는 리피나 파비오 카펠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처럼 오늘날을 만들어 낸 감독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