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제약 연구진이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제공=유유제약
유유제약 연구진이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제공=유유제약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경영전략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유한양행이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발굴한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에 힘입어 1조원 넘는 기술수출을 달성하는 등 성장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신약개발은 자본력이 든든하고 ‘맷집’ 좋은 상위제약사만의 리그였으나 최근 중견‧강소제약사도 규모의 한계를 뛰어넘어 유망 바이오벤처기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은 기업이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업체로부터 도입해 자사 기술력과 자본력을 합쳐 공동 개발하는 개방형혁신을 말한다.


세간의 관심 밖이던 오픈이노베이션이 최근 화제가 된 직접적 이유는 지난해 11월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한 ‘레이저티닙’을 얀센바이오에 수출해 큰 수익을 얻으면서부터다. 

유한양행이 지난해 3건의 기술이전으로 받는 계약금만 해도 730억원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유한양행 임직원 1800여명이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다니며 일궈낸 영업이익(804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물질 가운데 열개 중 하나만 성공해도 ‘대박’이다. 나머지 아홉개가 ‘휴지조각’이 돼도 크게 놀라지 않는 이유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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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력이 甲… ‘오픈이노베이션’ 모시기 분주


이에 중견제약사부터 바이오벤처기업까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간극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자본이 ‘갑’이었으나 이제는 기술의 시대가 열린 것. 국내 제약사들이 유망한 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기업 ‘모셔가기’에 분주한 이유다.

부광약품도 오픈이노베이션을 성장발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견제약사에서 상위제약사로 점프하려면 튼튼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게 우선되기 때문이다. 유망한 바이오벤처기업을 겨냥하기 위해 ‘실탄’도 두둑이 준비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투자자산만 2000억원이 넘는다”며 “확보한 실탄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은 물론 해외 유망 바이오벤처기업 인수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광약품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신약후보물질 6종을 확보했으며 이 중 2개는 글로벌 2상임상이 진행 중이다. 태양광업체인 OCI와 지난해 7월 지분을 5대5로 투자해 조인트벤처인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했고 현재 신약후보물질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효과로 부광약품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대비 매출액 29%, 영업이익 361% 각각 상승했고 자산·자본도 2배 이상 늘었다.


복제약, 개량신약 개발이 만연한 업계 풍조에서 최근 기술이전에 성공하거나 개발을 주도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대세로 자리잡자 강소제약사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유유제약은 신약개발 라인업 확대를 위해 국내 바이오벤처기업 ‘아이엠디팜’과 지난달 20일 계약했다. 알약을 작게 만들거나 제형을 바꾸는 기술인 ‘나노복합체 기술’을 적용해 전립선비대증·발기부전치료제 ‘두타스테리드·타다라필 복합제’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제약·바이오기업에 불고 있는 오픈이노베이션 열풍에 합류했다”며 “벤처기업과 학계 등 다양한 외부전문가들과 긴밀히 협력해 아이디어 기술 접목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벤처기업 올릭스가 프랑스기업 떼아오픈이노베이션에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올릭스
바이오벤처기업 올릭스가 프랑스기업 떼아오픈이노베이션에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올릭스


◆국내사, 다국적기업과 ♥ 가속


다국적 기업들도 유망한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에 눈독 들이는 모양새다. 국내 제약사 100여곳이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은 953개에 달한다. 이에 러브콜을 받은 국내 기업들도 해외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바이오벤처기업 올릭스는 지난 18일 프랑스제약사 ‘라보라토리떼아’의 계열사 ‘떼아 오픈이노베이션’에 황반변성치료제 ‘OLX301A’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금액은 807억원이다. 

올릭스 관계자는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으로서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오픈이노베이션이 최적의 경영전략”이라며 “임상 결과 도출을 통한 신약후보물질의 가치를 극대화 해 미국시장(시장규모 1위) 진입 전략을 포함한 추가적인 기술이전 계약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지원에 힘입어 국내사의 해외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범부처 신약개발지원으로 기술 수출한 대표적인 예로 SK바이오팜·한올바이오파마․JW중외제약 등을 꼽을 수 있으며 향후 지원 종류나 금액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SK바이오팜은 뇌전증치료제를 6000억원(스위스 아벨테라퓨틱스)에, 한올바이오파마는 자가면역질환치료제를 5400억원(스위스 로이반트사이언스)에, JW중외제약은 아토피피부염치료제를 4500억원(덴마크 레오파마)에 기술 수출한 바 있다.

2011년부터 8년간 범부처 신약개발지원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 계약 금액은 7조3600억원이며 기술이전은 총 40건(글로벌 기술이전 17건, 국내 기술이전 2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제약사들이 다국적제약사에 수출한 기술 금액은 총 4조9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십년간 복제약·개량신약을 통해 탄탄한 기술을 기반으로 매출 기반을 다져온 제약사가 이제는 R&D(연구개발)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국적제약사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제품군도 확장하고 있어 올해도 좋은 결실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5호(2019년 3월26일~4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