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2월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염기훈이 볼 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017년 12월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염기훈이 볼 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광복절(15일)을 앞두고 영화 '도쿄대첩'(가제)의 제작 소식이 전해졌다.

유명 제작자인 차승재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는 14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954년 최초의 한일전 이야기로, 독립 후 국가 대 국가로 일본을 이겼던 최초의 축구 경기"라며 "시나리오가 완성됐고 현재 캐스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스포츠 팬들의 머릿 속에는 지난 1954년 월드컵 예선 외에도 숱한 '도쿄대첩'의 기억이 남아있다. 스포츠 팬들의 심장을 뛰게 했던 도쿄에서의 기억들을 뽑아봤다. 

1954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1954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양 팀 선수들이 일본 문전 앞에 공을 두고 엉켜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1954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1954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양 팀 선수들이 일본 문전 앞에 공을 두고 엉켜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역사상 최초의 한일전… "지면 현해탄 빠져 죽어라"

1945년 광복 이후 한국은 1948년 런던올림픽에 축구대표팀을 보냈지만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스포츠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1953년 종전 후 한국은 김용식 감독을 필두로 1954년 스위스월드컵대회 출전을 추진했다.

아시아지역 예선전에서 한국은 일본과 맞붙게 됐다. 보통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1번씩 경기를 치러야 했지만 대표팀은 예선 2경기를 모두 일본 도쿄에서 치렀다.


이는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땅에 일장기가 걸리고 기미가요(일본 국가)가 울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여론이 득세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출정식에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일본에게 패하면 다들 현해탄(대한해협)에 빠져 자결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다른 각오로 일본 땅을 밟은 대표팀은 1차전에서 5-1 대승을 거뒀고, 2차전에서 2-2로 비기며 1승 1무로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한국 최초는 물론 아시아 국가 최초의 월드컵 본선 출전 기록을 세웠다.


지난 1997년 9월28일 열린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경기 한국이 일본에 2-1로 이긴 뒤 결승골의 주인공 이민성(오른쪽 두번째)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1997년 9월28일 열린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경기 한국이 일본에 2-1로 이긴 뒤 결승골의 주인공 이민성(오른쪽 두번째)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후지산이 무너졌다" 1998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998 프랑스 월드컵을 앞둔 아시아 최종예선 B조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지난 1997년 9월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렸다. 당시까지 한번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적 없던 일본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왔다.

전반은 0-0으로 끝났지만, 후반 20분쯤 한국 고정운의 실수를 틈탄 일본 야마구치 모토히로의 선제골이 터졌다. 홈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까지 더해져 경기 분위기는 일본 쪽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차범근 감독의 교체 카드가 주효했다. 실점 후 차 감독은 서정원을 교체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고, 서정원은 후반 38분 최용수의 헤더 패스를 다시 머리로 받아 넣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한국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고 결국 후반 41분 수비수 이민성이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때린 왼발 중거리슛이 들어가 한국은 2-1 역전에 성공했다. 당시 중계 중이던 송재익 캐스터가 이민성의 골이 터진 이후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조 1위를 확정해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내는 기반을 만들었다.

지난 2015년 11월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4강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4-3으로 역전 승리를 거두며 결승행을 확정 지은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015년 11월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4강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4-3으로 역전 승리를 거두며 결승행을 확정 지은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도쿄돔의 기적… 2015 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전

대회 개막전에서 일본을 만났던 한국은 결승 길목에서 다시 한번 홈팀 일본을 만났다. 당시 일본은 선발로 오타니 쇼헤이(현 LA 에인절스)를 예고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한국전을 무조건 이길 것으로 보고 결승전 선발 투수까지 미리 발표하기도 했다.

예상대로 오타니는 11월19일 경기가 시작하자 7이닝 1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의 완벽 투구로 한국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속구 평균 구속이 시속 155㎞에 육박하는 강한 공을 뿌린 오타니를 한국 타자들은 공략해내지 못했다. 오타니가 내려가고 8회에 등판한 노리모토 다카히로도 박병호, 민병헌, 황재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그 사이 일본은 3-0까지 도망가면서 한국의 패색이 짙어졌다.

그리고 9회초 김인식 감독의 오재원 대타 카드가 적중해 이후 한국은 연속안타를 뽑아내면서 2점을 만회했다. 그리고 무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이대호는 바뀐 투수 마쓰이 히로토시의 4구째를 받아쳐 2타점 적시타를 만들어 4-3 역전에 성공했다.

이날의 대 역전승으로 일본은 3-4위전으로 밀려났고 한국은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8-0 대승을 거두며 프리미어12 대회 초대 우승팀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