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불황일수록 중고거래가 늘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의 중고거래는 갈수록 진화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낸다. 중고거래의 '경제학'이다. 오프라인에서 만나 물건을 주고받던 전통적인 플리마켓이 온라인 직거래로 나아가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는 더욱 편리해졌다. <머니S>는 다양한 종류의 중고거래를 체험해보고 경제적 가치를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진화하는 중고거래-⑤·끝] 기부까지 일석이조 ‘플리마켓’


“대기번호 순서대로 입장하세요.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 생각해서 니트는 1인당 1개만 구입해야 합니다.”


11월23일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 ‘패션 유튜버 스토커즈’ 이름표를 단 여성 3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구독자 1만명을 기념한 플리마켓에 500여명이 몰리면서 그야말로 대박이 난 것이다.

이날 플리마켓 매장 앞에는 오전 8시부터 100여명이 줄을 섰다. 앳된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대기번호표를 손에 들고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매장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진=이남의 기자
/사진=이남의 기자
스토커즈의 김민정씨(닉네임 키미)는 “처음 기획한 플리마켓에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오면서 500개 이상 준비한 물건이 1시간 만에 완판됐다”며 “중고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좋은 소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중고 의류에 빠진 이유 ‘갓성비’


플리마켓은 잘 사용하지 않는 중고품 등을 갖고 나와 매매나 교환을 하는 일종의 중고거래시장이다. 벼룩이 들끓을 정도로 낡은 고물을 팔던 벼룩시장과 달리 깨끗하고 트렌디한 제품, 사업가의 개성 넘치는 물건들이 거래된다. 통상 지역 중심으로 열리는 시장의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셀러마켓’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연예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타들이 직접 사용했거나 판매했던 물건을 내놓은 플리마켓은 단연 인기다. 젊은 소비자들은 SNS에서 ‘좋아요’를 눌렀던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갓성비’라고 부른다.

스토커즈는 이번 플리마켓에 유튜브에서 착용한 옷과 가방, 신발들을 내놨다. ‘현명한 소비를 위해’란 이름으로 찍었던 쇼핑하울(품평)이나 언박싱(상자를 개봉)한 제품으로 사용감이 거의 없다.


의류업체에서 협찬 받은 옷은 택도 그대로다. 유튜브를 찍으면서 한두 번 입었던 옷이어서 새상품이라고 자신했다. 플리마켓 물품은 1만~7만원에서 거래됐다. 새상품은 최소 3만원에서 10만원이 넘게 팔리지만 중고이기 때문에 가격을 절반 이상 내렸다.
/사진=이남의 기자
/사진=이남의 기자
이날 플리마켓에서 만난 임다래씨(가명)는 “유튜브에서 꼼꼼히 소개한 옷이기 때문에 소재는 좋을까, 보풀은 나지 않을까 등을 고민하지 않았다”며 “친한 친구에게 좋은 물건을 싸게 산 기분”이라고 말했다.

플리마켓이 흥행하는 조건은 SNS를 통한 팬덤과 중고상품을 판매하는 셀러의 콘텐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오후 3시 스토커즈가 소장품을 내놓고 경매를 진행하자 플리마켓의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김민정 씨의 운동화는 12만원, 재켓은 10만원에 팔렸다. 경매에 참여한 박민규씨(가명) 는 “오랫동안 SNS에서 소통한 사람들과 소장품을 공유한 자리”라며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의 신발을 여자친구에게 선물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기부하는 착한소비 “함께 해요”



소비자들은 플리마켓을 일종의 소비문화, 축제로 인식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대부분 기부문화와 결부돼 그만큼 신뢰도와 소비의 명분까지 확보한다.

스토커즈는 이번 플리마켓에서 거둔 700만원을 전부 전국소년소녀가장돕기시민연합(시민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구독자 대다수가 젊은층인 만큼 플리마켓에서 나눈 즐거움을 소년소녀가장에게 나눈다는 의미다. 재고로 쌓였던 옷도 함께 기부할 계획이다.
(왼쪽부터)스토커즈 김민정(키미), 이송현(이하), 장세린(세린)/사진=이남의 기자
(왼쪽부터)스토커즈 김민정(키미), 이송현(이하), 장세린(세린)/사진=이남의 기자
두번째 플리마켓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유튜브와 커뮤니티에 플리마켓 후기가 올라오면서 추가 마켓에 대한 요청이 쇄도해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김씨는 “많은 소비자가 중고거래와 기부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음 플리마켓은 더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며 “구독자 1만명을 기념해 플리마켓을 열었는데 벌써 1만7000명을 넘었다. 10만명을 목표로 열심히 영상을 찍으면 두번째 플리마켓하는 날이 빨리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플리마켓 쇼핑‘ 꿀팁

플리마켓 초보 스토커즈 3명이 소개하는 중고거래 꿀팁은 정보찾기다. 플리마켓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문화상점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달 동안 전국에서 500개 이상의 플리마켓이 열렸다. 마켓이 증가하면서 패션, 아트, 뷰티, 애견, 먹거리 등 종류가 다양해지고 셀러들이 직접 공간을 빌리거나 백화점과 편집숍에 자리하는 유형도 세분화됐다.

장세린씨(세린)는 “온라인 쇼핑은 싸고 구입이 편리한 것이 특징인데 많은 플리마켓에서도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발품을 팔면 오히려 사기 힘들었던 레어템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거래에선 판매자가 소비자를 직접 마주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높은 지식이 요구된다.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은 브랜드를 취급하거나 저품질 물건을 판매할 경우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즉, 플리마켓에서도 판매자 검증이 필수다.

이송현씨(이하)는 “스토커즈 운영자 3명은 국내외 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공부했다. 직접 섬유를 만지면서 옷을 만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물건을 사고 평가한다. 현명한 소비는 디자인, 소재, 가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무조건 싸다고 해서 좋은 상품은 아니다. 더욱이 중고상품은 새상품보다 변질되기 쉽기 때문에 플리마켓 판매자에게 관리방법 등을 꼼꼼히 물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쇼핑 꿀팁은 발품 팔기다. 백화점에도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금방 품절되듯이 플리마켓에서도 인기상품이 있기 마련이다. 김민정씨(키미)는 “인기 있는 중고물품을 득템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소장품은 판매자에게 에누리해서 더 알뜰하게 사는 센스도 발휘해보자”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1호(2019년 12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