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 회장 / 사진=GS
허창수 GS 회장 / 사진=GS
허창수 GS 회장이 임기 2년을 남겨 놓고 자진용퇴를 선언했다. 그룹의 새로운 성장과 쇄신을 위해 내린 결단이다. 마무리 과정에서 잡음도 없었다. ‘재계의 신사’에 걸맞은 아름다운 퇴진이다.

허 회장은 지난 3일 사장단회의에서 지난 15년간 그룹 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며 공식적으로 사임을 선언했다. 후임 회장은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맡게 된다.


허 회장은 2005년 3월 GS그룹의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배려와 신뢰의 리더십’으로 ‘밸류 넘버원 GS’의 가치를 전파하면서 GS그룹의 성장을 일궈냈다. 평소 강조해 온 100년 기업의 토대를 마련하고 아름다운 승계를 이뤘다는 평가다.

허 회장은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해 첫 근무를 시작했고 이후 LG상사, LG화학 등 계열 현장에서 인사, 기획, 해외 영업·관리 업무 등을 거치면서 다양하고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LG전선 회장과 LG건설(GS건설)의 회장을 역임했다.


허 회장은 2004년 출범 당시 매출액 23조원, 자산 18조원, 계열사 15개 규모의 GS그룹을 2018년말 기준, 매출액 68조원, 자산 63조원, 계열사 64개 규모로 약 3배 이상으로 성장시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에너지·유통서비스·건설 등 3대 핵심사업의 확고한 경쟁력을 구축해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졌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시에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신념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실행, 과감한 M&A를 통해 GS글로벌, GS E&R 등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고 그룹의 외연을 넓혔다.


특히 허 회장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글로벌 경영으로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GS 계열사의 글로벌 시너지를 극대화시킨 결과 출범 첫해 7조1000억원이던 해외 매출을 2018년 36조8000억원까지 5배 이상 끌어올렸다.

또한 15년간의 ‘뚝심경영’으로 일궈낸 발전사업으로 국내 민간 발전사 발전용량 1위의 위치를 확고히 다졌다.


끊임없는 혁신과 진취적인 도전으로 친환경 에너지 및 해외 자원 개발, 국내 석유화학 사업 진출, 해외 도시개발 본격 진출 및 수처리 사업 확장, 풍력 및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 등의 미래성장동력 발굴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열과 성을 기울였다.

허 회장은 남촌재단을 통해 지난 11년간 443억원 규모의 개인주식을 꾸준히 기부했으며 매년 소외된 이웃을 위한 기부활동에 애정을 쏟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솔선수범했다.

특히 평소 소탈한 성품과 타인에게 친절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모습 때문에 외유내강의 경영자, 선비 같은 품성, 지조와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인해 ‘재계의 신사’로 불려왔다.

한편 허 회장은 이날 퇴진배경에 대해 “혁신적 신기술의 발전이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고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우리도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금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로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