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노점서도 QR결제… 페이로 다되는 중국
베이징(중국)= 심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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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가게에서 위챗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사진=심혁주 기자 |
네거티브 규제 덕에 IT강국으로 우뚝
“중국은 지갑이 필요 없는 나라다. 휴대폰만 있으면 ‘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인 첸링(남·36)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 북경에서의 첫날. 중국인들이 먹는 아침을 먹어보고 싶어 서둘러 호텔방을 나섰다. 출근길에 바쁜 중국인들은 저마다 부침개 비슷한 음식을 쥐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아침으로 먹는 지단꽌빙(계란전병)이다. 한국으로 치면 노점상에서 파는 토스트쯤 되는 음식이다. 가격은 한국돈으로 1400원이다.
주문을 한 중국인들은 하나같이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해 금액을 입력했다. 돈을 지불하려고 하는데 이미 종업원은 전병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손님은 관광객인 기자밖에 없었다.
종업원을 불러 현금을 지불하니 지폐계수기에 넣은 다음에야 거스름돈을 줬다. 무슨 물건인지 물어보니 주인은 “위조지폐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중국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곳에서는 현금 사용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위조지폐 위험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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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부착된 모습./사진=심혁주 기자 |
◆현금 없는 나라 중국
중국은 현금이 필요 없는 나라다. 물건을 살 때 지갑대신 휴대폰을 꺼낸다. 지하철, 음식점, 백화점, 택시, 부동산중개소 등 모든 곳에 알리, 위챗페이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여전히 카드 결제가 익숙한 한국과 달리 중국은 페이가 지배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내놓은 모바일 결제시스템이다. 위챗페이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내장된 모바일 결제시스템 이름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으로 결제서비스와 이용자 간 계좌이체를 지원한다.
중국 내 모바일 결제 이용액은 2014년 6조위안(1000조원)에서 지난해 190조5000억위안(3경1960조원)으로 4년새 약 32배 급등했다. 반면 지난해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결제액은 38조2000억위안(6409조원)으로 모바일 결제액에 크게 밑돌았다.
현재 사용 중인 신용카드는 9억7000만장으로 1인당 0.7장 수준이다.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현금에서 신용카드, 모바일로 결제 단계가 발전한 반면 중국은 신용카드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모바일 결제가 상용화됐다.
다음 일정을 위해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로 이동했다. 지하철 표 역시 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규모가 있는 식당에 가니 테이블에 QR코드가 부착돼 있었다. 페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기자는 이용할 수 없었지만 다른 중국인들은 모두 휴대폰으로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치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 있던 한국인 유학생 유모씨(남·27)은 “QR코드를 스캔하면 식당주문시스템과 연동된다”며 “테이블에 앉아 종업원을 부를 필요 없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결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할인 쿠폰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중국에 왔을 때 많이 놀랐다. 절에서 시주할 때, 공원 전망관람용 망원경, 코인노래방, 자판기 등 거의 모든 곳에서 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베이징 어디를 돌아다녀도 QR코드가 부착된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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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공유 보조배터리 박스, 베이징시에 놓여있는 공유자전거./사진=심혁주 기자 |
◆자전거, 주방, 보조배터리 모든 걸 공유
“보조배터리도 공유할 수 있다. 무거운 걸 왜 들고 다니나.”
여행용 대용량 보조배터리를 꺼내자 중국인 친구가 핀잔을 줬다. 베이징 호텔, 식당을 갈 때면 눈에 띄는 물건이 있다. 가게에 놓인 작은 박스에 보조배터리를 넣었다가 뺄 수 있다. 사용방법도 간단했다. 전용 앱에 들어간 뒤 박스에 붙여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반납할 때는 다른 가게에 있는 박스에 다시 끼워 넣으면 끝이다.
규제 장벽이 낮은 중국은 공유경제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네거티브 방식(사전-허용·사후-규제)을 사용하는 중국은 우선 사업을 시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규제를 시작한다.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최근에서야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과 반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공유경제 이용자 수는 약 7억6000만명이며 서비스 제공 인력은 7500만명이다. 자전거, 카풀 등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중국 공유경제는 향후 연평균 30% 이상 성장이 전망된다.
건물 안에서 길을 해매다 한 쪽에 배달원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봤다. 따라가보니 공유 주방이 보였다. 20개 정도되는 음식업체가 상주해 있었다. 공유주방에 입주한 업체는 주문을 받으면 배달원에 음식을 넘긴다.
배달원은 음식을 업체별로 받아 배달에 나서고 있었다. 옆에서 주문을 기다리는 배달원, 음식 여러개를 한꺼번에 가지고 나가는 배달원이 보였다. 배달 역시 공유 오토바이나 전기 자전거로 배달했다.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 시작과 끝이 모두 공유로 이뤄지고 있었다.
공유가 다 잘되는 건 아니다. 베이징에서는 공유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다. 문제는 너무 많다. 타는 사람도 많았지만 자전거는 인도를 모두 채울 정도로 과도하게 많았다. 그냥 길가에 쓰려져 있는 자전거도 많았다.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이다.
2016~2017년 130여개까지 난립하던 공유 자전거 업체는 현재 4개만 생존해 있으며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채희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17년부터 적정 규모의 2배로 공급 과잉이었으나 공격적인 투자가 지속됐다”며 “공유 자전거를 부주의하게 사용하거나 개인이 소유화하는 부작용이 급증하면서 하락세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위챗페이, 공유경제 휴대폰만 있으면 이동, 문화생활, 식사 등 모든 걸 할 수 있다. 한 소비자가 하는 모든 행동이 데이터화된다. 데이터가 모여 빅데이터를 형성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나온다.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현지 시민들은 크게 여의치 않아 보였다. 첸씨는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정보의 보안성보단 편리함에 중점을 두는 게 익숙해졌다”며 “어차피 내 개인정보는 빠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3호(2019년 12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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