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⑤] "정부와 재계, 진심으로 손잡아야"
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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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시름하는 기업 살리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선언하고 ‘3차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절체절명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다시 한번 뛸 준비를 하고 있다. ‘머니S’는 경제·자본시장 전문가들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움츠린 고용과 소비시장, 변동성이 커진 금융투자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국책·민간 연구원 40명과 국내 기업에 활력을 넣을 수 있는 경제해법을 알아보고 20개 대기업들이 말하는 경제정책 진단과 해법도 모색했다. <편집자주>
[Cover Story-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⑤] 사방에서 '곡소리', 위기탈출 하려면… 정부 '신뢰'-재계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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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시민들. /사진=장동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 속에 놓였다. 수출길이 막히고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되면서 고용불안이 사회 전반에 감돈다. ‘경제의 피’ 돈이 돌지 않으면서 시장이 얼어붙고 기업도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히면서 성장 동력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재계 안팎에선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출과 경기부양책을 통한 내수진작과 세제 감면, 규제 완화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살려달라”… 기업들의 곡소리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재계는 정부에 기업 규모와 상관없는 전방위적 대책을 요구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4월13일 성명을 내고 “대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글로벌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는 생산과 수출면에서 코로나19의 여파가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정부에 파격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 구인란을 살피는 시민. /사진=장동규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도 한시적인 규제 유예와 원샷법 적용대상 확대, 주식 반대매매 일시 중지 등의 방안을 정부에 요청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방역만큼이나 경제 분야에서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한시적으로라도 과감하게 규제를 유예해달라”고 했다.
각종 세제혜택을 통한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기업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중소기업에선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대기업으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질 경우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고용 유지·창출을 조건으로 법인세 이월결손금 상당 세액 환급을 허용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내에선 20~30%의 한계기업을 제외한 기업에 대출 정부보증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유동성 마련하고 경우에 따라선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업의 아우성에 정부는 재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4월22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개 그룹 경영진과 조찬모임을 갖고 재계의 건의사항을 경청했다. 같은 날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시적인 유동성 지원을 넘어 출자나 지급보증 등 가능한 지원 방식을 총동원해 기간 산업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돈을 풀어 기업이 주저앉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도산할 경우 회복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어진 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에 단기 자금을 공급해 기업운전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며 “현금이 바닥을 드러내는 곳을 시작으로 우선 유동성을 확보한 뒤 회사채시장, 주식시장 순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발 위기극복, 딴 목소리론 안된다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고용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고용안정책을 내놓으면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
문재인 대통령이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정부는 노사합의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이다”라며 고용유지 기업 우선 지원 원칙을 밝혔다. /사진=청와대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에 해당하는 인구는 236만6000명으로 전년대비 36만6000명(18.3%) 늘었다. 이 항목의 통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노동시장상황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구직 단념자’도 58만2000명(3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4만7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는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9만5000명 감소했다.
노동시장 전문가인 박철성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매달 취업자 수는 전월대비 50만명씩 증가했지만 3월에는 오히려 19만5000명 감소했다”며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증가했을 취업자 수 50만명이 상쇄된 것에 더해 19만5000명이 추가로 감소한 만큼 코로나19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약 70만명 수준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용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19일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정부는 노사합의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고용유지 기업 우선 지원 원칙을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선 노동계와 기업, 정부의 화합이 필수라고 판단한 것.
정부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는 적극 지원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현재의 휴직자가 일자리를 완전히 잃지 않도록 적극적인 협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은 정부의 바람대로 임금과 고용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서 주저앉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경제 살리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한국의 경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의 영향으로 기업활동이 꾸준히 위축됐고 이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이후엔 전과 다른 환경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기업 관련 정책을 과감하게 수정하고 기업은 정부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를 발판 삼아 정부와 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상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2호(2020년 4월28일~5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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