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철광석 소비량이 증가하며 철강 원료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 하반기 철강 값 인상을 추진할 예정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중국의 철광석 소비량이 증가하며 철강 원료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 하반기 철강 값 인상을 추진할 예정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전세계 철강 공룡으로 불리는 중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에 힘입어 6월 들어 조강 생산을 본격 늘리고 있다. 중국의 조강 생산 확대로 철강의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는 중이다. 중국은 해상 무역 기준 전세계 철광석 수입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강철공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10억 톤을 넘어섰다.

중국은 호주·브라질과 함께 전세계 주요 철광석 매장국가로 꼽히지만 호주와 브라질로부터 철광석을 수입해 조강 등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내 철광석 생산보다 수요가 더 많은 데다 호주와 브라질 산 철광석이 철 성분을 62%이상 포함하는 고품질 원자재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철광석 소비 확대는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철광석을 100% 수입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달 철광석 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철광석 가격 상승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원가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철강 가격 인상을 통해 실적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브라질·중국 변수에 철광석 값 급등


철광석은 철강제품 주원료 가운데 하나로 가격 등락에 따라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철강제품 생산원가에서 철광석 비중은 70%이며 원료탄과 코코스, 석회석, 망간광석 등이 30%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광석 수입량은 2017년 7304만톤, 2018년 7404만톤, 2019년 7560만톤이었다. 최근 코로나19 피해가 계속 늘어나며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선 철광석 가격이 나날이 오르고 있다.

철광석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내수 살리기에 나선 중국이 인프라스트럭처 건설 부문 투자를 늘릴 예정인 것과 철광석 주요 수출국인 브라질 혼란 탓에 공급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두 가지다. 자원 부국인 브라질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 `대통령 퇴진`을 둘러싼 찬반 시위가 전역으로 퍼지면서 정국 불안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브라질은 호주에 이어 철광석 주요 수출국이다. 브라질에 본사를 둔 전세계 최대 광산업체 발레는 4월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올해 철광석 생산량 예상치를 3억4000만~3억5500만 톤에서 3억1000만~3억3500만 톤으로 하향했다. 광산업이 노동집약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감염 확산 위험 탓에 정상적인 생산이 힘들다는 것이다. 발레 사는 브라질 철광석 생산의 80%를 담당한다. 미국 지질학연구에 따르면 2019년 브라질에서는 철광석이 총 4억8000만톤 채굴됐다.

여기에 최근 발레 사 철광석 광산이 위치한 이타비라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 피해가 커지면서 노동부가 발레 사의 이타비라 광산 생산활동을 제한해 생산량이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 바 이는 철광석 가격 추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잭스 분석이다. 발레 사의 이타비라 광산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회사 전체 철광석 생산량의 12%를 책임진 주요 광산이다.


원자재 시장 리서치업체인 잭스도 글로벌 원자재 시장 수급 여건을 고려할 때 당분간 철광석 가격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공급 측면에서 브라질 발 악재가 불거진 탓이다.

중국 측 철광석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 요인이다. 중국은 해상 무역 기준 전세계 철광석 수입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 달 `최대 정치행사` 양회를 통해 `내수 다지기`를 강조한 결과 앞으로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제조업 부문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중국강철공업협회에 따르면 3월 말 이후 인프라 건설·투자 재개로 철강 수요가 증가한 데 따라 4월 중국 조강(crude steel) 생산량은 3월 대비 7.6%늘어났다. 이어 5월 중국 제조업 PMI는 50.6포인트로 3개월 연속 늘어나고 있어 제조업 주원료인 철강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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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과 가격 인상으로 대응

중국의 철광석 소비가 늘어나며 국제 철광석 가격은 톤당 100달러를 넘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입장에선 원가 부담 압박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제 철강가격의 바로미터인 중국 철강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산 철강은 국내 철강시장의 40%를 차지했다.

우선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감산으로 수급 균형을 맞추는 중이다. 포스코는 광양3고로 재가동 연기와 포항 및 광양고로 감산으로 올해 3410만톤의 조강을 생산할 예정이다. 2019년보다 400만톤 정도 적은 수치다.

현대제철도 올해 초 수립한 2140만톤 수준의 연간 생산계획보다 7~8% 가량 낮게 목표치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는 이미 30% 감산을 진행 중인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의 가동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철광석 가격이 본격 반영되기 시작하는 3분기에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2019년 8월 기초 철강제품인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3만원 올린 이후 가격 인상 시도를 하지 못 하고 있다. 6월 첫째 주 기준 열연강판 가격은 톤당 71만원이다. 다만 주요 전방수요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건설 산업의 회복여부가 관건이다. 2019년 기준 포스코 전체 매출 가운데 자동차와 조선은 50%, 현대제철은 29.2%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건설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 인상이 필요하지만 수요 문제로 조선·자동차 기업과의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조선 3사가 최근 카타르 LNG선을 수주했지만, 계약부터 주문까지 시차가 있어서 2~3년 뒤에나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9호(2020년 6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