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의 진실] ①임대차 2법 2개월… '세입자 안정효과' 있었다
[이슈포커스] 전세난 진짜 이유는 3기신도시 대기수요 때문?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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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전입신고·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집계한 전세거래는 임대차 2법 통과 이후 급감했다. 이는 ‘재계약’ 증가가 원인이란 분석이다. 통상 전세 재계약 때는 전입신고를 생략하기 때문에 전체 거래가 줄어든 것은 신규계약 감소라는 게 서울시 해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다주택자의 각종 세금 인상과 임대차계약 규제 강화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집주인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임대소득 감소를 우려해 전세 매물을 철회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지만 소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금 여유가 많지 않은 이상 공실을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고 월세나 매도 처분이 상대적으로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늘어난 건 ‘증여’다.
서울시가 전입신고·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집계한 전세거래는 임대차 2법 통과 이후 급감했다. 이는 ‘재계약’ 증가가 원인이란 분석이다. 통상 전세 재계약 때는 전입신고를 생략하기 때문에 전체 거래가 줄어든 것은 신규계약 감소라는 게 서울시 해석. 즉 전세수요가 일정하게 유지됐다면 신규계약 대비 재계약 비중은 증가한 셈이다. 전세 재계약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임대차 2법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전세 매물이 실제로 급감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를 두고 임대차 2법의 영향이란 주장도 있지만 그보다는 지속되는 저금리가 집주인의 전세 기피현상을 심화시키고 정부가 허위매물·미끼매물 단속을 강화한 이후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3기신도시 청약대기자가 급증하며 무주택 요건을 유지하기 위한 전세수요가 몰려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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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 디자인기자 |
서울, 전세 재계약 늘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월별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7월 1만1606건 ▲8월 7332건 ▲9월 4660건 등으로 3개월 새 60% 가량 급감했다. 다세대·연립주택(빌라) 전세거래도 ▲7월 6685건 ▲8월 5616건 ▲9월 3906건 등으로 줄었다.서울시 전세계약 통계는 전입신고·확정일자 신고기준에 따라 집계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세 재계약만 따로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같은 집주인과 재계약한 경우는 전입신고를 안 했다고 가정하면 전체 거래의 감소가 신규계약의 감소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집값 하락 전망이 늘어나고 세입자 권리가 강화돼 전세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거래가 감소했다면 상대적으로 재계약이 많았기 때문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임대차 2법의 임대료 상승 제한으로 집주인이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가 증가하는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 통계에선 7~9월 아파트 월세 거래 역시 4361건→3039건→1768건 등으로 감소했다. 월세·준월세·준전세를 다 합한 수치다.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8월 월세 비중은 40.4%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같았고 5년 평균(42.1%) 대비 1.7%포인트 감소했다. 연도별 8월 월세 비중은 ▲2016년 43.2% ▲2017년 42.1% ▲2018년 41.4% ▲2019년 40.4% ▲2020년 40.4% 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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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 디자인기자 |
전세난 최대 원인 ‘3기신도시’
내년부터 사전청약에 들어가는 수도권 3기신도시도 전세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청약대기자는 실제 입주까지 3~5년 동안 무주택 요건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시장에 눌러앉아야 한다. 사전청약 자격은 일반청약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무주택 세대 구성원이어야 하고 청약저축 가입과 해당지역 거주요건을 갖춰야 한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세대 구성원 모두 과거에 주택을 소유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부동산정보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3기신도시가 들어서는 경기도 하남시의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13.3% 올라 경기권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남시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축아파트 전셋값이 입주 당시보다 2~3배 올라 기존 세입자 중에선 나가려는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주택 매매가격이 진정되는 반면 전셋값은 반대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국정감사 답변서에서 “정부 규제로 다주택자의 주택 매수 수요가 억제돼 집값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전세시장에 대해선 “금리 하락에 따른 전세자금대출 증가와 3기신도시 청약대기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주택시장은 지난 8월 이후 진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KB 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7월6일 154.5까지 치솟았다가 9월7일 96.2로 내려가 100 이하가 됐다. 최근에는 85.2까지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는 100 이상이면 사려는 사람이, 100 이하이면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값 주간동향도 7·10 부동산대책 발표 직전인 7월6일 0.11% 상승하다가 7월13일 상승률이 0.09%로 꺾였다. 이후 8·4 대책이 한 번 더 발표되자 8월10일 기준 상승률은 0.02%로 더 줄었다.
다만 서울 아파트값이 본격적인 하락세를 탄 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8월10일 이후 7주째 아파트값 변동률이 0%다. 송파구 대장주로 꼽히는 ‘리센츠’는 7월 이후 지금까지 거래가 단 1건만 성사됐다. 7월18일 전용면적 84㎡(22층)가 22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현재 호가는 최고 23억원에 달한다. 6월에는 26건이 거래됐고 실거래가는 20억원 안팎이었다. 실거래가 대비 호가가 지나치게 높은 셈.
아파트값이 하락하지 않는 데는 가족 간 증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증여 비중은 2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전체 거래 1만2277건 가운데 2768건이 증여였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비중이다. 서울에서 증여 비중이 높은 곳은 ▲송파 45.1% ▲강남 43.9% ▲서초 42.5% ▲용산 33.9% ▲강동 30.2% ▲영등포 27.4% 등으로 고가아파트가 많은 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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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 디자인기자 |
전세 실거래가 하락
통상 전세 가뭄 현상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전세 실거래가는 하락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직방이 국토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는 평균 4억1936만원으로 7월 대비 3806만원(8.3%) 내렸다. 6월에 이어 두 달째 하락이다.다만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셋값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9~11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1.0% 이상 올랐다. 전세 품귀 현상이 심각했던 2013년과 2015년엔 각각 4.1%, 3.5% 상승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 2법 시행 후 전세 재계약 수가 증가해 매물 출회가 감소하고 아파트 청약을 위해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는 수요가 증가했다”며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려는 움직임도 반영돼 7~8월 서울 전셋값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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