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의 망 이용 대가 관련 논란이 격화된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IT기업의 망 이용 대가 관련 논란이 격화된다. /사진=로이터

망 이용료 안 내는 글로벌 IT공룡들… 한국이 만만하니?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글로벌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에 대한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논란에 대한 추궁을 이어갔다. 국내 망에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논의는 시작부터 한계가 있었다. 당초 과방위는 레지날드 숀 톰슨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해외 체류를 사유로 불출석했다. 실무진인 연주환 팀장이 대리자로 나왔지만 “전세계 수천 개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와 협업 중인데 ‘국내 ISP들이 요구하는 형태’의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진 않다”는 모호한 답변만 돌아왔다.


◆ SKB vs 넷플릭스, 망 이용료 법정 공방

뒤이어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합의)에서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SK브로드밴드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망 이용 대가 논란 전반을 압축해놓은 듯한 이번 소송에서 넷플릭스 측은 김앤장을, SK브로드밴드 측은 세종을 각각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김앤장은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망 품질 관리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페이스북의 대리인을 맡아 최근 2심까지 승소를 거둔 바 있다.

소 제기자가 넷플릭스인 것은 이 회사의 꼼수다.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는 방통위에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는 내용의 재정 신청을 냈다. 그러자 넷플릭스는 지난 4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이 소송을 제기했다. 당사자 일방의 소송이 제기되면 재정 절차를 중지한다는 규정에 따라 방통위는 손을 뗐다. ‘패싱’당한 셈이다.


이번 소송에서 넷플릭스 측은 국내 통신사 등 ISP에 망 이용료를 낼 이유가 없을뿐더러 상대의 주장은 CP(콘텐츠제공업체)에 대한 책임 전가라고 주장한다. 망 이용 대가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해 인터넷 이용자와 CP가 계약에 따라 ISP에게 접속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뒤 전송 과정에 대한 비용(전송료)은 ISP가 담당할 몫이라는 의견이다. SK브로드밴드의 요구는 망 중립성 원칙에도 위배되며 결과적으로 이중 과금이라는 것이다.

SKB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과 같은 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제작과정을 조명하는 웨비나를 개최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SKB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과 같은 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제작과정을 조명하는 웨비나를 개최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또한 넷플릭스 측은 한국 서비스 시작 이전부터 오픈커넥트(OCA) 프로그램을 통한 캐시서버 무상 제공을 SK브로드밴드에 수차례 제안하는 등 꾸준히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강조했다. ISP가 캐시서버를 설치해 소비자와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콘텐츠를 저장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네트워크 혼잡을 줄일 수 있는 윈-윈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1차 변론을 통해 소송 당사자 청구 및 주장 내용에 대한 확인이 이뤄졌다”면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중요한 파트너인 만큼 가능한 범위에서 공동의 이용자를 위한 협력방안을 계속 모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해외에선 낸다? 글로벌 IT공룡들 한국 차별하나


넷플릭스의 이런 주장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망이 지닌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의 특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양면시장은 특정 플랫폼 사업자가 서로 다른 두 그룹을 매개하는 시장을 말한다. 가맹점과 카드 이용자 사이의 신용카드사와 부동산 매도자와 매수자를 잇는 중개업 등이 플랫폼의 예시다. CP와 이용자 사이에 있는 통신사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간다는 견해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소비자에게는 그보다 낮은 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양측의 경쟁 강도와 수요 등을 고려한 선택이다. 이런 관점에서 ISP는 CP와 인터넷 이용자를 매개하는 데 투입되는 망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CP에 대가를 요구할 수 있고 이는 시장 전체의 편익이 극대화되는 지점을 모색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전송료에 대한 기본 원칙은 존재하지 않으며 전송이라는 개념 자체가 망 이용에서 별도로 구분될 수 없다. 망 중립성 원칙은 트래픽을 차별 취급하지 말라는 것일 뿐 망 이용 대가를 받지 말라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넷플릭스가 망을 무상으로 이용하면서 이익을 얻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가 손실을 입고 있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넷플릭스 월 결제액 추이 /자료=와이즈앱, 그래픽=김민준 기자
한국인 넷플릭스 월 결제액 추이 /자료=와이즈앱, 그래픽=김민준 기자

더욱이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해외에서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한 사례도 존재한다. 먼저 넷플릭스는 지난 2014년 ▲컴캐스트 ▲AT&T▲버라이즌 ▲타임워너케이블 등 미국 내 주요 ISP와 이미 망 이용 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내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ISP들은 넷플릭스의 캐시서버 정책을 받아들여 망 이용 대가를 받지 않기로 했으나 주요 ISP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콘텐츠 품질을 풀HD급으로 일괄 상향하면서 트래픽 지체 현상이 심화됐고, 결국 주요 ISP와 망 이용 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나아가 최근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서도 CP가 ISP에게 망 이용 대가를 정상적으로 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최대 통신사 ‘오랑쥬’ 역시 넷플릭스에게 망 이용 대가를 받는다. 넷플릭스 못지않게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 유튜브 역시 오랑쥬와는 망 이용 계약을 맺은 상태다. 구글과 넷플릭스 모두 프랑스에 서버를 두고 ISP와 직접 연결한다. 글로벌 IT공룡이 한국에서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대상으로 망 이용 대가를 받아내기에는 허들이 많다. 아쉬운 쪽은 우리다. ‘을’이기 때문이다. 만약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철수한다고 하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하겠는가”라며 “이런 현실에서 사업자 간 협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망 이용료를 합당한 수준으로 받아낼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팽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망 중립성 원칙 사수를 위해 국내 인터넷콘텐츠업계에서 연합전선이 형성된다. /사진=로이터
망 중립성 원칙 사수를 위해 국내 인터넷콘텐츠업계에서 연합전선이 형성된다. /사진=로이터

망 이용료와 망 중립성… 국내 인터넷·콘텐츠업계 ‘적과의 동침’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고 소송전까지 불사한다. 국내 ISP(인터넷제공업체)인 통신사는 이들의 배짱 장사에 골머리를 앓는다. 반면 CP(콘텐츠제공업체) 진영에선 과도한 망 이용 대가를 문제 삼는다. 그동안 역차별을 받아온 국내 CP들이 오히려 글로벌 CP와 손을 잡는 모양새다.

◆ 뿌리 깊은 망 이용료 역차별 논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부천병)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73.1%를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콘텐츠제공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가 차지하는 비중은 26.9%에 불과했다. 전체 트래픽 발생량은 2016년 274만242테라바이트(TB)에서 올 연말 743만1342TB로 3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렇듯 최근 수년간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서비스가 국내에서 약진하면서 트래픽도 급증하고 있다. 반면 트래픽에 대한 부담은 정작 국내업체만 지고 있다. 네이버는 700억원, 카카오는 300억원 수준의 연간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곰TV나 아프리카TV 등 중소·중견업체도 모두 망 대가를 치르며 서비스한다.

이런 역차별 문제를 두고 국내 CP는 10년이 넘도록 불만을 제기해왔다. 지난해 20대 국회에서 김성수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내 ISP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CP가 글로벌 CP에 비해 망 이용 단가가 6배나 높았다. 이 때문에 국내 인터넷업계 대표업체인 네이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며 글로벌 선두주자인 구글과 각을 세우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일부 ISP는 글로벌 기업 대상 망 이용 대가 문제를 성토하면서도 뒤로는 글로벌 서비스 유치·유지에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자사 이득을 추구하고 경쟁사보다 앞서가기 위함이다. ISP·국내 CP·글로벌 CP 간 삼파전이 혼란스럽게 벌어지고 있다.

◆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지만 얼마 전부터 CP 사이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 국내 CP와 글로벌 CP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망 중립성 원칙 준수와 망 이용 대가 인하를 함께 주장하며 ISP를 상대로 뭉치고 있다.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ISP와 CP로 의견이 갈린다.

이 법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10을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콘텐츠사업자에게 통신망의 품질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초 국회에서 이를 만들 때는 글로벌 CP의 횡포를 방지한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적용 대상이 묘하다. 결과적으로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5개사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법 내용을 살펴보면 ▲하루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전체 트래픽의 1% 이상을 발생시킬 경우 법에서 규정하는 망 품질 책임을 져야 한다. 위 5개사가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기업이다. 하루 이용자 수 100만명과 전체 트래픽 1%라는 기준은 어떤 근거로 책정된 것인지 또 인터넷 연결 원활성 같은 내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CP업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CP는 다른 나라에 비해 평균적으로 4~5배가량 높은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에서 규정되는 망 품질도 주로 기간통신사업자(ISP)에 달린 문제다. 실제로 부가통신사업자(CP)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ISP업계 역시 개정되는 법에 대해 만족스럽진 않은 모습이다. 망 품질 책임을 부과한다고 규정됐지만 망 이용 대가는 마찬가지로 사업자 간 협상에 맡기기 때문이다. 합당한 망 이용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라기에는 부족하므로 결국 현재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는 게 없는 셈이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망 이용 대가는 망 중립성 원칙과 별개로 봐야 하며 품질 책임에 따라 사업자 간 협의와 계약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일부 문구에 대해서는 입법예고 기간에 보완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 5G 시대, 망 중립성은 어디로?

망 이용 대가뿐 아니라 망 중립성 원칙 역시 5G 시대에 들어와 변화를 맞고 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망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차별 없이 동등하게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2000년대 초반에 제시된 인터넷의 기본 원칙이다.

망 중립성 찬반 논쟁 정리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 그래픽=김민준 기자
망 중립성 찬반 논쟁 정리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 그래픽=김민준 기자

미국의 경우 2015년 오바마 정부 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의해 법적 구속력도 갖게 됐으나 2017년 트럼프 정부에서 해당 규정을 폐지했다. 이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망 중립성 규정이 부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본다. 5G 때문이다. IT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망 투자를 촉진하고 5G 고주파 활용에 나서려면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국내 역시 5G 관련 내용을 반영하고자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 중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5G도 결국 콘텐츠가 있어야 생태계가 조성된다.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에는 ISP뿐 아니라 CP 의견도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팽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글로벌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는 다수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안방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는 다수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안방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로이터

콘텐츠 부족한 국내 OTT 플랫폼, 불만이셨나요?


“보고 싶은 콘텐츠는 없고 볼만한 건 전부 개별구매라니….” 국내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에 대해 이용자는 일치된 평가를 내놓는다. 이에 반해 글로벌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는 다수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안방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는 콘텐츠를 확보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콘텐츠가 생명인 OTT 시장 특성상 확장엔 개별 저작권을 계약하기 위한 큰 자본력이 필요하다. 토종업체에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방을 차지한 넷플릭스가 싫지만 적은 아니라는 업계. 국내 토종 OTT 업계를 죽이고 있는 진짜 적은 누굴까.

◆ 넷플릭스 구독형모델, 쉽지 않다… 콘텐츠가 모두 ‘돈’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에 상륙해 월정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VOD를 시청할 수 있는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장해 갔다. 실제 넷플릭스의 국내 카드 결제액과 이용자 수는 매월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이 과정에서 건별로 VOD를 결제하는 방식을 표방하던 국내 OTT 업체는 도태되기 시작했다. 국내 OTT 서비스의 원조 격인 ‘곰TV’는 계속된 침체에 최근 여러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다. 곰TV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규모 측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고객 친화적 서비스로 대응하고 있다”고 속앓이를 했다.

웨이브 홈페이지(위), 왓챠 홈페이지 화면 /사진=각사 홈페이지 캡처
웨이브 홈페이지(위), 왓챠 홈페이지 화면 /사진=각사 홈페이지 캡처

그렇다면 국내 OTT 업체도 넷플릭스와 같이 구독형 모델을 선보이면 되는 것 아닐까. 해당 모델을 구축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플랫폼을 구성할 만큼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막대한 자금과 협상력이 따르기 때문이다. OTT 시장이 진입장벽은 낮아도 확장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OTT 서비스의 경우 크게 두가지 특성으로 분류된다. ‘SVOD(구독형 VOD) only’와 ‘혼합형 SVOD’다. SVOD는 넷플릭스·왓챠와 같은 월정액 구독 형식을 뜻한다. 혼합형 SVOD는 ‘웨이브’(Wavve) ‘시즌’(Seezn) ‘티빙’(TVing)과 같이 월정액 구독료와 콘텐츠 건당 결제를 혼합한 방식이다.

국내 중소 OTT 업체 대부분은 혼합형 SVOD 모델을 갖출만한 콘텐츠조차 확보할 여력도 없는 상황. 특히 중소 OTT는 콘텐츠 권리자의 이용허락 계약에서부터 차별받는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드라마 한편의 저작권을 일정 기간 이용하는 가격이 대형 OTT 플랫폼에 비해 비싼 것이다.

한 중소 OTT 업체 관계자는 “시장논리에 따라 더 많이 팔 수 있는 곳에 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한다는게 납득 안 가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중소사업자는 콘텐츠 비용이 많이 들어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관계자 역시 “중소 OTT 기업의 경우 콘텐츠 권리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기조차 어려워 콘텐츠 확충에 난항을 겪는다”고 부연했다.

◆ 경쟁자 넷플릭스보다 더 미운 이통사… 불공정 시장 부추겨

넷플릭스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국내 OTT 업체들의 경쟁력을 더욱 낮췄다는 지적이다. 이통사가 넷플릭스 등 해외기업을 제외하고 국내 OTT 업체에게만 통신망 이용료를 받는 등의 역차별을 해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 OTT 업체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경쟁자지만 적은 아니다.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안 낸다고 해서 배 아플 것도 없고 낸다고 득 보는 것도 없다”며 “진짜 적은 이통사”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망 이용 대가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비싸다고 설명한다. Mbps(초당 메가비트·데이터 전송량을 나타내는 단위)당 9.22달러로 미국(2.16달러)에 4.3배, 유럽(1.28달러)의 7.2배 수준이다. 같은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일본(5.08달러) ▲싱가포르(5.47달러) ▲홍콩(6.31달러) ▲대만(8.84달러)보다 비싸다.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이득을 보는 건 이통사가 만든 시장 불공정으로 파생되는 추가적 문제일 뿐”이라며 “소비자와 OTT로부터 모두 돈을 받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배달료를 손님과 업체로부터 모두 받는 꼴”이라고 일갈했다.

망 이용료는 콘텐츠 개발비용 확보도 어려운 국내 중소 OTT기업에겐 더 큰 부담이다. 곰TV 관계자는 “통신망 이용료를 지출하지 않으면 그 비용을 대신 콘텐츠 제작 및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다. 국내 OTT 플랫폼은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기에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OTT 살리자” 뒤늦게 나선 정부… 결국 경쟁력은 ‘콘텐츠’

정부는 국내 OTT 토종 업체가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뒤늦게 위기의식을 느끼고 국내 OTT 육성 정책을 마련했다. OTT에 대한 최소규제를 추진하고 사업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콘텐츠 투자재원 확충도 약속했다.

다만 지금까진 제대로 된 지원이 없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지난 6월 정부는 해외에 수출하는 국산 휴대전화에 ‘추천’(큐레이션) 방식으로 웨이브나 왓챠 등을 노출한다는 방침을 발표 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이는 현재 무산된 상황이다. 한 중소 OTT 업계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크게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불리한 국내 OTT 플랫폼에 대해 배려해주면 좋겠다”며 “정부에서 공식 방송채널을 개설할 때도 늘 글로벌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냐”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보다는 국내 OTT 업체가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기협 관계자는 “단시일 내에 넷플릭스를 이길 수 없다”며 “콘텐츠 특화전략을 세워야 한다. 차별화된 전략을 계속 축척해 나가다 보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넷플릭스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동아시아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확보했다.

인기협 관계자는 “국내 OTT 기업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넷플릭스가 OTT를 독식했다고 판단하기엔 이른 상황이다”라며 “지금은 일단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며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강소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