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의 ‘공인’ 퇴임, 천송이가 해냈다
팽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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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24 공인인증서 로그인 화면 /사진=정부24 홈페이지 캡처 |
전자서명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일 제59회 국무회의를 통과, 모법인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과 함께 오는 10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번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생체인증 등 신기술 기반 전자서명이 확산되면서 관련 시장 활성화와 국민 편의성 제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공인인증서 폐지의 기폭제로는 ‘천송이코트’가 꼽힌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공인인증서가 수출도 되는 검증된 솔루션이란 점에서 폐지를 반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불똥이 공인인증서로 튀었다. 배우 전지현이 분한 여주인공 천송이가 입은 코트를 수많은 중국 팬들이 직구하려고 한국 온라인 쇼핑몰을 찾았으나 공인인증서가 없어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당해 9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 공인인증서 의무조항이 먼저 삭제됐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도 공인인증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며 개선을 추진했고, 지난 5월 공인인증기관과 공인전자서명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인인증서 폐지가 결정됐다.
공인인증서는 1999년 전자서명법 제정 때 처음 등장했다. 이때 본격적으로 보급이 시작됐던 인터넷 상에서 온라인 거래가 일어나면서 기존의 인감처럼 쓰일 증명수단이 필요해졌다. 이에 공공기관에서 발급한 인증서로 신원을 보증해주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2002년 인터넷 뱅킹에, 2003년에는 인터넷 쇼핑몰 신용카드 결제에 사용이 의무화됐다. 2005년부터는 30만원 이상 물품이 거래되는 전자상거래에 사용이 의무화됐고, 2006년에 이르러서는 모든 전자금융거래에 의무 사용을 규정하는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규칙이 마련됐다.
하지만 웹표준 기술이 아닌 액티브X 프로그램을 필요로 했기에 특정 운영체제(OS)와 특정 웹브라우저(인터넷익스플로러) 사용이 강제됐다. 플러그인 등 다수의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했고, 발급기간도 1년이라 매년 갱신 또는 재발급해야 했다. 사용할 사이트마다 일일이 다시 등록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천송이코트’가 있기까지 공인인증서는 항상 논란에 휩싸여왔다.
공인인증서가 이렇듯 그림자만 남긴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자행정, 전자금융, 전자상거래 발전사에서 공인인증서는 적잖은 기여를 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인인증서가 비록 갈라파고스화를 일으켰던 제도였음은 분명하나, 2000년대 인터넷 초기에 국내 인터넷뱅킹과 전자상거래 시장의 문을 활짝 열게 해준 도구였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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