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나이키도 ‘움찔’… 사방으로 번져가는 중국의 ‘사드식 보복’
[머니S리포트-더티 차이나⑤] 지나친 자국중심주의에 한국 기업도 ‘불똥’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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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 1위, 경제 영향력·소비 시장 규모 2위, 국토 면적 4위…. 표면적으론 미국 못지않은 대국의 입지를 구축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 이면에는 다른 나라의 것을 무단으로 훔치고 베낀 짝퉁 기술력과 불공정한 무역관행이 자리한다.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탄압에 약소국에 대한 문화·역사공정과 빈번한 영토분쟁 등 추악한 진실도 존재한다. 각국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은 자국이 세상의 중심이란 비뚤어진 중화사상으로 무장한 채 적반하장이다. 연일 문제와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자칭 대국’ 중국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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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비자들이 신장 면화 거부를 선언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한 중국 누리꾼이 나이키에 항의하는 의미로 올린 동영상. /사진=웨이보 캡처 |
# 나이키 운동화 네 켤레가 일렬로 놓인 채 활활 타고 있다. 이런 기이한 의식(?)이 담긴 영상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 중국 누리꾼들이 미국 나이키에 대한 항의 표시로 찍어 올린 ‘나이키 화형식’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식 경제 제재가 계속되고 있다. 과거 사드 보복 대상이 한국 기업에 한정됐다면 이번엔 전 세계 기업을 겨냥한다. 각국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 인권 문제에 우려를 표한다는 이유에서다. 자국을 향한 쓴소리에 귀를 막고 오히려 반격을 가하는 중국의 태도에 국제사회가 몸서리를 치고 있다.
‘신장 면화’ 논란에… 중국발 불매 본격화
중국 북서부에 위치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무슬림계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중국의 주류인 한족과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이 지역에 한족을 대거 이주시켜 지역의 고유성을 말살하고 인권 유린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제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들어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신 냉전’으로 비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3주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면서 신장 인권 문제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어 영국 BBC가 신장 위구르 재교육 시설에 수감됐다 풀려난 위구르족 여성 인터뷰를 통해 이곳에서 성폭행과 강제 피임시술 등이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최대 100만명을 수용했던 재교육 시설은 중국이 위구르족의 분리 독립 의지를 꺾기 위해 마련돼 인권 유린을 자행한 장소라는 논란을 빚고 있다.
이후 서방국가들을 중심으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문제의식이 확산됐고 이에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고 맞서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지난달 22일에는 미국·EU·영국·캐나다 등이 중국 관리와 단체에 대해 자산동결과 입국 금지 등 규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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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에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나이키는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사진=로이터 |
서방국가의 움직임에 중국은 똑같이 보복 조치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경제 제재도 본격화했다. ▲미국 나이키·뉴발란스 ▲스웨덴 H&M ▲영국 버버리 ▲독일 아디다스 등 글로벌 패션 기업은 중국 소비자의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해당 기업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이유에서다.
신장은 중국 최대 면화 생산지로 글로벌 기업 역시 이곳 면화를 구매해 왔다. 하지만 강제노동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부터 성명을 내고 소비를 중단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그 결과 같은 해 미국에 대한 중국의 면화 수출은 전년 대비 40% 폭락했다.
이에 중국 누리꾼들은 신장 면화 사용 거부 의사를 밝힌 기업을 찾아 목록을 만들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에는 중국인이 나이키 신발을 불에 태우거나 H&M 간판을 떼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게재됐다. CCTV와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매체와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까지 합세하면서 운동을 키우고 있다.
중국 공산당 내 공산주의청년단은 H&M을 향해 “더 이상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H&M은 퇴출 1순위에 올랐다. 이후 알리바바·징둥·핀둬둬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H&M 제품이 모두 사라졌고 지도 앱에서도 H&M 매장 위치가 지워졌다. H&M 홍보 모델로 활동하던 중국 연예인도 계약 중단을 발표했다. 사실상 중국 당국이 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 전반으로 불매 번지나… 한국 기업 ‘난색’
‘소비 대국’인 중국이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글로벌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컨설팅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업계를 포함한 전 세계 명품시장은 23% 줄어든 반면 중국에서의 명품시장 매출액은 48% 증가했다. 글로벌 의류 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의류뿐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장 지역 강제노동 문제와 연계된 기업은 IT에서 자동차 제조업 분야까지 다양하다. 애플·아마존·구글·닌텐도·HP·소니·델·도시바·BMW·폭스바겐·GM·메르세데스-벤츠 등이 현지에서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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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중국인 출신 그룹 갓세븐 멤버 잭슨을 모델로 기용한 신세계면세점이 국내 첫 사례가 됐다. 신세계면세점은 2018년부터 홍보모델로 활동한 잭슨과 지난달 재계약을 맺고 이를 공지하는 차원에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잭슨의 사진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사진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중국 누리꾼들의 포화를 맞았다. 신장 면화 논란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잭슨 사진을 삭제했다는 의혹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온라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신세계면세점이 잭슨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모두 삭제했다”며 “잭슨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도 관계를 끊는 등 신장 면화를 옹호하고 나선 많은 (중국) 연예인 중 한 명”이라고 보도했다. 웨이보에도 관련 비방글이 이어졌고 신세계면세점 인스타그램에도 “잭슨은 어디 있냐”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회사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데 시점이 안 맞아 오해를 받은 것 같다”며 “추가로 잭슨 사진을 올리기에도 (기존 논란을 인정한다는) 오해를 받을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국내 기업은 제2의 ‘사드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2016년 9월부터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되면서 한국기업들은 수조원의 피해를 입고 철수한 바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중국 의존도가 워낙 높아 현지 소비자 반응에 기민한 편”이라면서 “사드 보복 경험이 아직 선명하게 살아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몸을 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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