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찬 기자
그래픽=김영찬 기자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문제 등으로 하반기 수익성 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자 카드사가 미래 먹거리 발굴에 팔을 걷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수장이 직접 소통에 나서는 건 물론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한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며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장이 나선 ‘파격 소통’… “미래 먹거리 찾아라”

하반기 사업 구상의 절실함은 수장까지 움직였다. 지난달 말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본사 옥상정원에서 MZ(1980년대 후반~2000년생을 가리키는 밀레니얼+Z세대) 직원을 만나 머리를 맞댔다. 카드업계 주요 현황을 논의하고 목소리를 청취해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신한카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미래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MZ세대와 기성세대 직원 사이에 ‘역멘토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조언하고 신입인 MZ세대는 도움을 받던 기존 관계를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다.

이 특별한 만남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 사업 착수가 대표적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해 나를 대신한 아바타가 살아가는 공간’을 의미한다. 

지난달 신한카드는 책 ‘메타버스’의 저자 김상균 교수와 손잡고 ‘Z세대, 메타버스와 금융’이라는 주제로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이 연구에서는 메타버스를 금융권에 적용·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밖에 역멘토링으로 모바일 결제 플랫폼 ‘신한 페이판’ 브랜딩과 MZ세대 맞춤형 마케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대를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MZ세대로 구성된 워킹 그룹은 관련 콘텐츠 발굴과 플랫폼 마케팅 및 각종 브랜딩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하반기 사업 전략에 MZ세대 직원 의견을 대폭 반영키로 했다”며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브랜드 혁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박한 마이데이터 시대… 잰걸음 한창 

카드업계는 하반기 주요 먹거리로 ‘마이데이터’를 꼽는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줘 개인의 재무현황·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 등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맞춤형 자산·신용관리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어 ‘내 손 안의 금융 비서’로 불린다.

이에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금융사·신용평가사·핀테크·IT기업 등에 대해 본허가와 예비허가를 내주고 있다. 현재 KB국민·신한·현대·우리·BC카드 등이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았다.

우리카드는 올해 1월 금융위원회의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취득한 이후 지난달 기존에 운영하던 ‘자산관리서비스’를 ‘마이데이터’로 개편했다. 우리카드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우리원카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카드·은행·보험·증권 등 전 금융권에 걸쳐 130여개 기관의 자산을 조회할 수 있다. 부동산 등 비금융 분야 기타 자산도 이용자가 직접 등록해 관리할 수 있다. 이달부터는 우리카드 비회원에게도 서비스를 개방해 선보인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2021년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지원 사업’ 금융분야 과제 수행자로 선정됐다.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의 소득 정보를 통합·정리하고 신용평가사와 금융기관 등에 정보를 제공해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BC카드는 지난달 KT와 손을 잡고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KT는 BC카드 마이데이터를 수집·분석·저장하는 클라우드 시스템 설계와 구축을 담당하며 BC카드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함께 개발한다. BC카드는 마이데이터에 기반해 페이북과 비씨카드 가맹점 앱에 신용관리·자산관리·소상공인 사업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카드는 SK텔레콤과 마이데이터 시대를 준비한다. SK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기업 전용 클라우드 컨테이너 관리 솔루션 ‘TACO’를 기반으로 하나카드의 마이데이터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양사는 방대한 데이터의 수집·분석·가공으로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사장님 모십니다” CB사업도 탄력 받는다

마이데이터와 함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 시장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특화된 대안 신용평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개인사업자CB는 데이터 확보가 관건인데 카드사는 카드 매출 데이터와 상권 정보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 서비스 개발에 유리하다.

그동안 개인사업자는 상대적으로 재무정보가 부족해 제대로 된 신용평가가 어려웠고 금융 서비스 이용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위해 2019년 개인사업자CB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일부 카드사는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최근엔 정식 사업허가 신청을 내고 사업 확장에 나선 상태다. 

신한카드는 2019년 개인사업자CB 서비스 ‘마이크레딧’을 선보였다. 기존 금융기관이 확보하지 못했던 사업장 관련 정보를 보강해 리스크 변별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KB국민카드는 ‘크레딧 트리’를 운영한다. 보유한 가맹점 카드 매출 데이터와 ▲기업 신용정보 ▲신용카드 결제정보 기반 매출 실적 ▲상권 경쟁력 ▲사업성 정보 ▲부동산·비금융 대안 정보 등 내·외부 데이터를 반영해 신용등급을 매긴다.

BC카드의 ‘비즈 크레딧’은 휴·폐업 예측 서비스도 선보인다. 개업부터 폐업까지 생애주기와 매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소상공인 금융기관 사전 대응에 도움을 주는 게 강점이다.

또 롯데카드는 지난해 10월 NICE평가정보와 개인사업자CB 공동 개발과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롯데카드는 매출정보 등 활용 가능한 개인사업자·가맹점 정보를 NICE평가정보에 제공하고 양사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사업자CB 체계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카드는 제휴 CB 서비스를 우선 출시하고 향후 자체 개인사업자CB업 진출을 검토할 예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CB로 자영업자 등 씬파일러(금융이력 부족자)를 아우를 수 있다”며 “확보된 데이터를 다른 신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 하반기 여러 이슈로 과제가 늘어난 셈이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경쟁력 확보는 물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