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4.4%에 달했다. 이는 지난 8월말에 비해 0.7%포인트 급등한 수준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국민은행 본점 전경./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4.4%에 달했다. 이는 지난 8월말에 비해 0.7%포인트 급등한 수준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국민은행 본점 전경./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어제(16일)부터 대출 금리를 올린데 이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선제적으로 축소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해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달 24일부터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한 가운데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달에만 0.8%포인트 뛰어올라서다. 농협은행발 풍선효과에 따른 대출절벽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들어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15일 기준 4.4%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5~6%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앞서 지난 7월말까지만 해도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2.6%로 당시 하나은행(4.4%)과 농협은행(7.1%)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말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3.6%로 한달만에 1%포인트 뛰더니 이달들어 2주일여만에 0.8%포인트 급등했다.

이달들어 가계대출이 급증한 곳은 KB국민은행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말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2.9%에 그쳤지만 8월말에는 3.4%로 0.5%포인트 급등했다. 이어 지난 15일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은 4.1%로 2주일여만에 0.7%포인트 뛰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미 5%를 넘어섰다.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5.3%에 이른다. 앞서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7월말 4.4%, 8월말 4.6%를 기록한 이후 2주일여만에 0.7%포인트 올랐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만 유일하게 가계대출 증가율이 3%를 넘지 않았다. 지난 15일 기준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2.9%로 전월보다 0.6%포인트 상승했지만 다른 은행에 비해 여유가 있는 수준이다.

농협은행발 풍선효과 지속에… 대출절벽 현실화되나

이처럼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달들어 급등한 것은 NH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이후 다른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려가는 풍선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23일 농협은행발 가계대출 도미노 중단 우려와 관련해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농협은행·농협중앙회의 주담대 등 취급중단과 같은 조치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농협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의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향후 이같은 증가세가 지속되면 은행들은 대출 중단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어 실수요자의 대출절벽 현실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신잔액코픽스 기준 주담대, 전세대출 상품 취급도 지난 16일부터 중단했다. 이같은 조치는 우리은행에 이어 두번째다. 통상 신규취급액 코픽스보다 신잔액 코픽스와 연동하는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만큼 KB국민은행은 저금리 대출 상품의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는 복안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들어서만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총 0.3%포인트 인상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난 7월 시작된 DSR 규제를 피했던 지역을 대상으로 기존 100~120%에서 지난 16일부터 70% 이내로 DSR을 축소했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생활안정자금 대출로 나가는 상품에 대해서만 DSR을 기존 100% 이내에서 70% 이내로 줄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6% 이내로 제한을 두는 상황에서 A은행이 대출을 중단하면 다른 은행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로 인해 가계대출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이달 들어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풍선효과 영향으로 가계대출 중단조치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