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공룡 '빅테크'가 고용에서도 '혁신'을 이루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 IT공룡 '빅테크'가 고용에서도 '혁신'을 이루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부
(1) ‘IT 플랫폼 대표’ 네이버·카카오, 일자리 창출 성공했나
(2-1) 플랫폼의 두 얼굴, 디지털 혁신 vs 골목상권 침해
(2-2) ‘갑’이 된 플랫폼, ‘산’으로 가는 규제
▶2부
(3) “경력자만 오세요.”… 무늬만 ‘일자리 창출’인 핀테크사
(4) '혁신' 외치는 유통 플랫폼 고용의 빛과 그림자


국내 이커머스의 선두주자 ‘쿠팡’. 국내 대표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 긍·부정 평가를 떠나 이들 업체는 늘 유통업계 ‘핫 이슈’의 중심에 있다. 그만큼 이들이 차지하는 위치는 독보적이다. 그렇다면 이들 업체가 만들어낸 일자리는 어떨까.


‘고용 빅3’ 쿠팡, 그 이면엔…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쿠팡은 국내 고용 시장 '빅3'으로 올라섰다./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쿠팡은 국내 고용 시장 '빅3'으로 올라섰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쿠팡은 국내 기업 중 세 번째로 많은 고용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쿠팡 직원 수는 5만4899명으로 삼성전자(10만8622명) 현대자동차(6만8418명)에 이어 3위다. 쿠팡 관계자는 “과거 경제성장기 삼성과 현대처럼 최근 쿠팡이 유일하게 고용을 동반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면의 그늘도 존재한다. 쿠팡은 꾸준히 노동자 근무 환경 관련 지적을 받아왔다. 쿠팡이 창출한 일자리가 ‘지속 가능한가’라는 의문도 빠지지 않는다. 배송기사와 물류센터 노동자 중 70% 이상은 계약직이다. 부천 물류센터의 경우 97%가 일용직 등 비정규직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강은미 의원(정의당·비례)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전체 4만2371명의 쿠팡 직원 중 ‘1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근무한 근로자는 2만8645명으로 전체의 67.6%를 차지했다. 25개월 이상 근무자는 18.5%(7821명)에 그친다.

쿠팡의 연도별 직원 수 추이를 보면 2017년 1만3452명에서 2018년 1만9330명으로 43.7% 증가한데 이어 2019년엔 2만5307명으로 30.9% 늘었다. 2020년의 경우 전년대비 배에 가까운 4만9915명으로 급증했다. 올들어서도 상반기에만 5000명 가까이 채용했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채용 인원 대부분 비정규직이란 점이다.

로켓배송을 자랑하는 쿠팡의 배송차량./사진제공=쿠팡
로켓배송을 자랑하는 쿠팡의 배송차량./사진제공=쿠팡
최세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 사무장은 “로켓배송을 자랑하는 만큼 소화해야 할 업무량이 절대적으로 많다”며 “물류센터 노동자의 70%가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당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직원을 재촉하고 ‘라이트’로 내려가라는 등의 압박을 가해 많은 직원이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이 신입사원을 위해 운영하는 ‘라이트제도’는 물량을 적게 받는 대신 기본 월급의 75%만 받는 시스템으로 사실상 최저시급에 가깝다는 게 최 사무장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쿠팡이 겉으론 ‘혁신’을 외치지만 결국 비정규 노동력으로 해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쿠팡이 혁신을 이룬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택배업계가 대부분 배송기사를 지입제(개인사업자) 형태로 하는 것과 달리 쿠팡은 배송직원인 ‘쿠팡친구’(쿠친)를 100% 직고용(회사에서 직접 고용)한다. 쿠팡친구는 주5일 52시간 근무에 연간 130일가량의 휴무가 보장된다. 쿠팡 물류센터 직원은 4대 보험을 적용받는 등 안정적인 여건에서 일할 수 있다.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해 2020년에만 5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과 자동화 설비에 투자하기도 했다. 자동포장시스템과 자동분류기 등의 첨단 인프라 투자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업무동선 효율화를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의 성공 기반은 알고리즘과 첨단기술로 이뤄진 대형 물류센터의 힘”이라며 “전국에 지역 물류센터를 설치하며 소비의 민중화와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일자리 기업’이란 배민


배달의민족 배달원들이 업무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배달의민족 배달원들이 업무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급격히 커진 배달시장은 ‘음식점-배달 앱-배달 대행사-라이더(배달원)’ 등을 함께 성장시키며 신사업과 고용 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달시장 성장을 견인한 것은 다름 아닌 배달 앱의 확산이다. 배달의민족(배민)은 배달 앱의 대명사처럼 불리며 업계를 이끌어왔다.

지난 7월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고용노동부가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일자리 질 향상에 앞장서온 기업을 선정, 발표하는 ‘2021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 뽑혔다. 우아한형제들은 다양한 사내 제도를 통해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가능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청년 고용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1700여명. 여기에 배민과 계약을 맺은 라이더는 약 3000명이고 배민 커넥터(부업 라이더)의 경우 1만여명이 활동 중이다.

‘빨리빨리’ 산업의 노동자 양산


서울 종로구에서 배달 대행업체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사진=뉴스1 DB
서울 종로구에서 배달 대행업체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사진=뉴스1 DB
국내 배달 노동자 대부분은 직고용이 아닌 지입제로 일한다. 배민의 배달원인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민 등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주장하지만 기존 근로기준법에 해당되지 않는 노동자들만 증가한 것으로 결국 비정규 일자리만 늘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민 라이더나 커넥터가 배달하는 음식은 전체 배민 주문의 3%에 불과하다. 배민의 주문 대부분은 배달전문대행업체와 음식점을 중개해주는 형태다. 하지만 배민에게 쏟아지는 지적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배달 앱의 구조다.

한인임 노동환경연구소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배민은 배달원 직고용이 아닌 만큼 여러 불이익을 준다”며 “빨리 가지 않으면 주문 콜을 올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자헛과 맥도날드 등은 배달기사를 직고용해 대기시간에도 임금 형태로 수당이 지급된다”며 “배민 등에 비하면 고용이 훨씬 안정됐고 회사에 소속돼 상대적으로 갑질을 덜 당한다”고 말했다.

배달 노동자의 안전 문제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배달 이륜차 사고위험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삼성화재에 접수된 이륜차 용도별 교통사고 중 배달용 유상운송(배달전문업체) 이륜차 교통사고는 2016년 8806건에서 2020년 1만793건으로 5년 새 22.6%나 증가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속도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위험하게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배민은 라이더들의 안전 운행을 보장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추천 배차’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민 관계자는 “지난해 2월 도입한 AI 추천 배차는 라이더의 동선과 음식 특성, 식당까지의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배달원을 배정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I 추천 배차 도입 전 라이더들은 자신의 경로와 겹치는 주문을 먼저 따내기 위해 주행 중에도 소위 ‘전투 콜’이란 배차 따내기에 집중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추천 배차는 라이더들의 콜 수락 경쟁을 없애고 라이더가 배달 수행에만 집중하게 함으로써 교통안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민 측은 AI 추천 배차 도입 이후 라이더 사고는 올 1월 기준 전년대비 47% 줄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 성격이 바뀌면서 산업 간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그 사이에서 생겨난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일자리 친화적인 산업인 만큼 지속가능한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