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0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진=장동규 기자
지난 2019년 10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진=장동규 기자
'테스트 베드'(test bed)란 제조업체 등에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마케팅 방법 중 하나다. 이 같은 마케팅 기법은 모바일, 게임, 영화, 자동차 등 여러 다양한 부문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전세계 최초로 대한민국서 개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동시 개봉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 하지만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할리우드 대작이 잇따라 한국서 세계 최초로 상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크루엘라' '스파이더맨: 노 웨이홈' '007 노 타임 투 다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의 공통점은 한국을 최초 개봉 국가로 점찍었다는 점이다.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커진 한국 영화 시장, 평론가 못지 않은 높은 관객 수준 등도 그 배경들 중 하나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세계적 권위의 영화제도 한 몫을 했다.
지난 2019년 10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엑시트'(감독 이상근) 오픈토크에 배우들이 자리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지난 2019년 10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엑시트'(감독 이상근) 오픈토크에 배우들이 자리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할리우드가 대한민국을 주목하는 배경에는 아시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화시장이라는 수익 계산이 깔려 있다. 인구 규모에 비해 영화 수요가 높고 멀티플렉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따라서 입소문을 타고 단기간에 관객을 폭발적으로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을 영화의 성패를 가늠할 '테스트 베드'로 삼고 있는 셈이다. 말 그대로 '한국에서 흥행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먹힌다'는 인식이 깔렸다. 

지난 2013년 한국을 찾은 '토르: 다크월드'의 제작자 케빈 파이기는 인터뷰 당시 국내에서 최초 개봉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에는 영화 애호가들이 굉장히 많다. 한국은 큰 영화시장이고, 개봉한 영화들이 큰 흥행을 했기에 '어벤져스'에 이어 '토르'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아 전세계 최초개봉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윌 스미스 역시 자신이 주연한 '애프터어스'가 전세계 최초로 한국서 개봉하는 이유에 대해 "세계 어느 영화 시장보다 한국 영화 산업이 급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7일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지난해 12월7일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매년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한국영화가 나올 만큼 흥행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각종영화제에서 여러 한국영화가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도 할리우드가 대한민국을 '테스트 베드'로 삼은 이유들 중 하나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미나리'의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전세계적 신드롬을 낳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오영수가 미국 골든글로브서 조연상을 수상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오영수는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는 수상소감을 전한 바 있다. 전세계가 국내 시장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