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호남을 방문해 대선 패배를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은 이날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사과하는 민주당 비대위.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호남을 방문해 대선 패배를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은 이날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사과하는 민주당 비대위.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 처음으로 호남을 찾아 대선 패배를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오전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첫 현장 비대위 회의에서 "호남은 민주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 주셨으나 우리의 부족함으로 그 성원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남의 선택이 다시는 아픔이 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하고 또 쇄신하겠다"며 "민주당의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처절한 자기 성찰과 반성이 쇄신의 출발"이라며 "역경을 이겨낸 인동초 김대중의 정신으로 또 떨어지고 또 떨어져도 지역주의에 맞섰던 바보 노무현의 정신으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다시 김대중의 길, 노무현의 길 그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더 김대중답게, 더 노무현답게 우직하게 국민을 믿고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윤석열 당선인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신속한 보상을 공언했다"며 "국민의힘 역시 협조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야당의 즉각적인 협상을 제안한다"며 코로나19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지원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방침을 언급했다.


민주당은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엄정 대응과 피해보상도 약속했다. 조응천 비대위원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사고 책임자에 대한 확실한 문책과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이라며 "국토교통부는 불과 6~7개월 사이에 광주 도심에서 대형 인명사고를 두 번이나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서 건설업 등록 말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피해자 배보상과 법률지원, 긴급 생계지원도 챙기겠다"며 "민주당은 희생자들과 광주시민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함께하겠다. 끝까지 함께하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시당위원장인 송갑석 의원은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과정에서 드린 약속은 꼭 지키겠다"며 "촛불민심을 완성하기 위한 정치개혁, 반으로 나눠진 대한민국 통합,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일상 회복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와 호남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사적으로 뛰겠다"며 이 후보가 냈던 호남 발전 공약 이행을 약속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공천을 쇄신하겠다는 포부도 이어졌다. 채이배 비대위원은 "민주당의 기득권이 가장 강한 호남에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는 혁신을 해야 한다"며 "호남에서 만큼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진정한 지역 일꾼을 뽑도록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내려놓을 것"을 제안했다.

광주 연고인 김태진 비대위원도 "민주당을 선택해주신 호남의 많은 표는 민주당을 응원하는 표라기보다 민주당을 채찍질하는 표로 느껴졌다"며 "지역의 실력 있는 청년 정치인들이 발굴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미래를 위해 정책으로 경쟁하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장 밖에는 윤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원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스스로를 권리당원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윤호중 비대위 사퇴' '민주당은 각성하라'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시위대의 "윤호중 비대위 물러나라" "사퇴하라" 구호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대위 지도부는 회의 시작 전 박성준 비서실장의 사회로 "민주당이 광주 시민 뜻을 깊이 새겨 더 낮은 자세로 새롭게 거듭나겠다"고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