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고가 치료제의 건강보험(건보) 등재가 속도를 내면서 제약업계와 환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건보 적용을 기다리는 혁신신약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초고가 치료제의 건강보험(건보) 등재가 속도를 내면서 제약업계와 환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건보 적용을 기다리는 혁신신약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사진=이미지투데이


#. 보건복지부가 지난 20일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졸겐스마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국내에서 지난해 5월 허가를 받은 지 1년 2개월여만이다. 졸겐스마의 가격은 미국 기준 27억원. 한국에선 상한금액 기준 이보다 8억원가량 낮은 19억8000만원이다. 졸겐스마의 이번 건보 등재에 따라 오는 8월부터 환자는 최대 598만원만 내면 된다.


초고가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건보) 등재 소식에 업계와 환자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난 4월 초고가 원샷 항암치료제인 노바티스의 킴리아에 이어 지난 20일 졸겐스마까지 건보에 등재되면서다. 다른 혁신 신약들도 건보 등재 번호표를 뽑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혁신 신약에 대한 합리적인 약가정책과 신약 적정가격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건보에 등재된 두 치료제 모두 해를 넘겨서 급여화에 성공했다. 다만 초고가 신약의 건보 등재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과거 MSD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폐암 1차 치료제 급여신청 후 5년이 지나 급여권 진입에 성공한 점과 대조된다. 키트루다 등 초고가의 혁신 신약이 제도권에 진입하는 단계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악가 협상이다. 미국 기준 가격이 5억원에 이르는 킴리아도 지난 1월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약가협상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시간을 끌었다.


보건복지부가 윤석열 정부의 공약인 위험분담계약제(RSA)를 활용해 신약의 건보 등재 기간을 60일로 단축하는 관련 규정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신약 의약품 시장 확대에 대한 업계와 환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로슈의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에브리스디, 노바티스의 유전성 망막질환 럭스터나 등 초고가 신약들이 건보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선 신속등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신약에 대한 합리적인 약가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약의 건보 신속등재 방안으로 RSA 제도가 있지만 인정 범위가 넓지 않고 적용 시 계약 조건을 바꾸지 못하는 정책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희귀질환은 진단조차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수천억원의 개발 비용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불안 요소 중 하나라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업계는 신속등재가 현실화되려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가치를 인정해줄 약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약기업들의 기술혁신과 재무 경쟁력을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혁신 신약개발 활성화의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신약의 경제성에 대해 ▲안정성 ▲효율성 ▲환자 삶의 질 ▲치료 비용 ▲약가 등을 평가한다.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약의 희귀성 또는 최근 나온 신약과의 경제성을 비교하지 않고 대체약물이 있는 경우 해당 약제를 대상으로 경제성을 평가한다. 결국 늦게 나오는 신약일수록 가격 책정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서 발생하는 본질적인 어려움을 정부가 지원하고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약가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환자 역시 마찬가지다.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A씨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신약의 급여 확대를 통해 사회 복귀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귀질환 신약 개발에 도전장을 던진 제약업계는 약가정책을 제고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국내 제약사들도 희귀질환을 위한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며 "신약 개발을 지속적으로 장려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약가정책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글로벌과 국내 제약사 간 신약개발 오픈이노베이션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MSD는 국내 제약사와 키트루다의 병용요법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인 지놈앤컴퍼니는 머크, 화이자, MSD 등 글로벌 제약사와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GEN-001 개발을 위한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과 간질환 치료를 위한 혁신신약 개발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