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가 올라도 김치찌개 3000원"... 착한가격업소 가봤더니
하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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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치솟아도 어르신의 주머니 사정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아요. 요즘은 더 어려워 진 것 같아요."
55세 이상이면 영화를 2000원에 볼 수 있는 A영화관은 서울시 종로구 낙원상가에 위치해 있다. 이 영화관은 지난 2004년 12월25일부터 지금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고 운영하는 '착한가격업소'로 꼽힌다. 영화관 직원 A씨(여)는 "어르신의 주머니 사정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데 요즘에는 더 어려워 진 것 같다"며 "그래서 요금을 유지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1년부터 물가안정을 위해 저렴한 가격과 청결, 기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착한가격업소'를 지정한다. 전국 시군구별로 음식점부터 세탁업·미용업·목욕업·숙박업·기타서비스업까지 원하는 가격대에 맞춰 '착한가격업소' 검색이 가능하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에도 착한 가격으로 오랜 기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착한가격업소'의 모습은 어떨지 머니S가 종로구 영화관과 서대문구·강남구 음식점을 방문했다.
김치찌개가 3000원?… 공기밥 무제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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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대문구 대학가에 위치한 김치찌개 전문점. 이곳은 3000원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 맛집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은 오후 12시36분. 대기 줄이 있어 20분가량 기다렸는데 손님 대부분이 학생들이었다. 인근 대학교 재학생 이모씨(여·23)는 "매일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맛집이다"며 "학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식당 정보를 알게 된 후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칼칼한 김치찌개 냄새에 배가 고팠던 기자는 김치찌개에 라면사리를 추가했고 총 4000원을 지불했다. 김치는 물론 고기까지 듬뿍 들어있어 적자 없이 가게가 운영되는 건지 궁금했다. 가게주인 B씨(여)는 "적자이지만 개의치 않고 학생들에게 맛있는 밥을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물가 비싼 강남에서 백반이 5000원… 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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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격업소'로 등록된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 음식점을 찾았다. 백반과 칼국수 가격은 5000원, 콩국수는 6000원이다. 식당 사장 C씨(여)는 "20년째 혼자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며 "그래서 적자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을 1000원씩 올린 게 3개월가량 됐다"며 "지금은 5000원인 칼국수가 지난해엔 3500원이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식당에 들어선 시간은 오후 5시쯤. 큰 테이블 3개가 놓인 아담한 가게다. 하루에 20인분 한정으로 판매한다는 백반을 운 좋게 맛볼 수 있었다. 백반은 국과 밥이 반찬 4가지와 함께 나오는데 든든하게 먹기 좋았다. 앞 테이블에서 칼국수를 맛있게 먹던 황모씨(남·53)는 "평소 이 식당을 종종 찾는다"며 "싸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착한가격업소'는 어떤 과정으로 선정되고 운영될까.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전국 시군구별로 각 지자체에서 '착한가격업소'를 관리하고 지정한다"고 밝혔다.
한지영 강남구청 지역경제과 주무관은 "물가 모니터요원이 업소의 가격, 위생, 과태료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회의를 통해 착한가격업소를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가게에는 쓰레기봉투 등 수혜 물품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손님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착한가격업소'가 주목받는 시기다. 적자를 걱정하면서도 손님에게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착한가게들이 물가상승으로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보탬이 되고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됐을 때 혜택이 크지 않다. 또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가게 수도 적다. 착한 가게를 위한 더 많은 지원과 홍보가 이뤄져야 손님들이 이곳을 더 자주 방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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