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근거 없는 '인체 악영향' 오해에 멍드는 태양광 업계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태양광 발전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어요. 태양광 발전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데 일부 사람들의 오해로 추후 태양광 보급에 영향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태양광 발전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업계 관계자에게 들은 푸념이다.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을 늘려야 하지만 전자파·중금속 등으로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식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태양광 발전은 재생에너지 발전원 중 에너지양, 설치 용이성 및 운영·관리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적합한 발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 사이에 퍼져있는 오해를 바로잡고 기업들의 태양광 사업 확대에 힘을 실어야 하는 이유다.

업계는 태양광 발전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융합시험연구원의 태양광 발전소 전자파 환경 조사연구에 따르면 태양광 인버터(3킬로와트·kW)의 전자파 세기는 7.6밀리가우스(mG)로 정부 안전기준(833mG)의 1% 미만이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자레인지(29.2mG)의 26%, 휴대용 안마기(110.8mG)의 7% 수준이다.


중금속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 생산·판매·설치되는 태양광 모듈은 결정실 실리콘계 모듈로 크롬·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이 들어있지 않다. 실리콘은 규소로 이뤄진 물질로 모래와 성분이 비슷하다. 모듈을 제조할 때 셀과 전선을 연결하기 위해 소량의 납이 사용되긴 하지만 납 함량(0.009~0.02%)도 관련 환경기준(0.1%)을 크게 밑돌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카드뮴이 포함된 태양광 모듈은 국내 생산 및 수입도 되지 않는다.

최근 세계 주요국들의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보면 태양광 발전을 늘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의 태양광 설치량은 지난해 27기가와트(GW)에서 올해 39GW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아직 태양광 설치량이 많지 않으나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효되면서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하는 IRA는 태양광 패널 업체 등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국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핵심인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기 위해선 태양광 발전이 유해하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업계 차원을 넘어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최근 공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보면 정부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실무안을 통해 공개된 2030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1.5%로 1년 전 세운 목표치(30.2%)보다 10%포인트 정도 줄었다. 주민 수용성 등 실현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지만 재생에너지에 관한 오해를 없애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보다는 설득을 포기하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