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리의 역습'… 신용점수 1000점 육박해도 이자는 벌써 7%

[머니S리포트-내년이 더 두려운 대한민국 경제③] 주담대 7% 돌파… '역주행' 카드론 금리도 상승세 전환

강한빛 기자VIEW 24,5742022.10.0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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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King Dollar)가 회자될 만큼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졌다. 강달러로 원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세계 경제가 침체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가계 빚이 사상 최대치인 한국에도 경고음이 들어왔다. 강달러 유탄을 맞은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폭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외환 곳간은 갈수록 줄고 있어 또 한번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결단을 내려야 하지만 이미 불어날대로 불어난 가계 빚으로 인해 대출자들의 이자 폭증이 불가피하다. 빅스텝 등 통화긴축 가속으로 인해 경기둔화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에 짓눌린 대한민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그래픽=임종철
그래픽=임종철
◆기사 게재 순서

① 베이비스텝 or 빅스텝… '금리 딜레마'에 빠진 한은

② '킹달러'에 기죽은 원화, 줄어든 외환보유고 '비상등'

③ '금리의 역습'… 신용점수 1000점 육박해도 이자는 벌써 7%

#. 직장인 박모(36)씨는 2021년 2월 한 인터넷은행을 통해 1년 만기로 신용대출 3000만원(만기 일시상환)을 받았다. 당시 금리는 연 3.81%로 연 이자는 114만3000원이었다. 올 2월 신용대출을 재연장한 박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금리 변경 안내 문자를 받고 고민이 커졌다. 9월 중순 기준 대출금리가 6.92%로 오르면서 연 이자가 207만6000원으로 93만3000원 늘었기 때문이다. 박씨의 신용점수는 KCB기준 974점(상위 13%)으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함에도 연 7%에 달하는 대출금리가 적용돼 등골이 오싹해졌다. 연내 기준금리가 더 올라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걱정에 한숨만 늘었다. 박씨는 "버는 족족 이자로 나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미국의 고강도 통화 긴축과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서민경제 곳곳에 시름이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를 돌파했고 급전창구로 불리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가 역주행을 멈추고 상승세로 전환됐다. 이 같은 속도라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대출금리 상단이 연 8%를 돌파, 카드론 평균금리의 상단은 15%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내년이다.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10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금리 상승세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크를 잃은 금리의 역습이 시작됐다.

멀어진 '내 집 마련'의 꿈… 주담대 7% 돌파
한은은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인상의 첫발을 뗀 뒤 올 8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2.5%까지 금리를 올렸다. 금리를 올려 치솟는 물가를 진정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제로(0)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하는 사람들)의 곡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3~7.281%로 상단금리가 7%를 넘어섰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올 6월 7%를 돌파한 뒤 진정세를 거쳐 6%대 초반에 안착했지만 3개월 만에 다시 7%대로 올라섰다.

이는 지표 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지난 9월22일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면서 채권 금리가 치솟았다. 그 여파로 같은 달 26일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5.129%로 집계되며 5%대에 발을 디뎠다. 금융채 5년물이 5%대에 진입한 것은 2010년 7월 이후 약 12년 만이다. 같은 기간 신규코픽스(COFIX·자본조달비용지수)를 준거금리로 삼는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4.40~6.828%로 집계되면서 상단이 7%에 바짝 다가섰다.

금리 인상이 심상치 않자 금융권에선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내 8%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서는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차주들의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일만 남았다. 만약 4억원을 연 4% 금리(30년 만기·원리금균등 조건)로 빌린 경우 대출 월 원리금은 191만원이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연 7%로 오른다면 월 266만원, 연 8%까지 뛰면 월 294만원까지 원리금이 늘어난다. 이 경우 총 대출이자는 2억8747만원(연 4%)에서 6억5662만원(연 8%)까지 치솟는다.

'급전창구'도 옛말, 카드론 금리 뛴다
'금리의 역습'… 신용점수 1000점 육박해도 이자는 벌써 7%
상대적으로 저신용자가 많은 2금융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기준금리 인상기 속에서도 대출금리를 낮췄던 카드사들은 카드론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3.22%로 전월(12.87%) 대비 0.3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카드론 평균금리는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여신전문금융회사채가 급등하자 자금여건이 악화된 카드사들이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모습이다.

카드사는 예·적금 등의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론 등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문제는 글로벌 긴축 여파로 여전채 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9월20일 5.060%를 기록하며 5%대로 올라섰다. 이는 12년 만에 최고치다.

카드사들은 올해부터 카드론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에 포함되면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대출금리를 깎는 출혈경쟁을 벌여왔지만 조달비용이 커지면서 이 같은 영업전략도 사실상 끝이난 셈이다.

일각에선 대출금리 인상으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드사들이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신용도가 높은 고객 위주로 카드론 영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저신용자는 고금리 상환 부담과 대출 사각지대에 놓이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속에서도 카드사들은 우대금리나 특판 할인 등 조정금리로 카드론 금리를 낮췄지만 부담이 점점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긴축속도가 빨리진 데다 10월과 11월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카드론 금리는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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