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제약바이오 분야의 기술수출에서 플랫폼 기술을 강조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제약바이오 분야의 기술수출에서 플랫폼 기술을 강조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뒷심 발휘할까… 속도 붙은 바이오 기술수출
②신약부터 플랫폼까지, 똘똘해야 살아남는다
③글로벌도 군침… 바이오도 플랫폼 시대 왔다



"신약후보물질의 기술수출은 혁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플랫폼 기술로 바뀌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59·사진)는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특징이 없는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술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며 "글로벌 제약기업과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최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ESMO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신약후보물질(ABL602)에 대해 구두발표를 진행했다"며 "비임상 실험에서 경쟁 후보물질 대비 좋은 효과를 보여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ABL602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CLL1 항체와 T세포를 활성화하는 CD3를 결합한 이중항체다. 비임상 단계임에도 구두발표로 선정될 만큼 연구자들 사이에선 관심이 크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올 초 글로벌 제약기업 사노피와 10억6000만달러(약 1조27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두 번째 초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게 이 대표의 목표다.


이 대표가 바라보는 기술수출의 핵심은 혁신이다. '미투약'(Me too drug)처럼 타사와 비슷한 수준의 파이프라인 또는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연구를 마친 파이프라인 등은 기술수출이 성사될 확률이 낮고 기술수출에 성공했더라도 다시 반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신약 개발 핵심요소로 혁신성을 넣은 플랫폼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이 대표는 "젠코(Xencor)와 리제네론(Regeneron) 씨젠(Seattle Genetics) 등은 플랫폼 기술로 파이프라인의 차별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며 "이들은 개발한 파이프라인을 다시 기술이전하고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의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지목됐다. 길리어드는 2020년 항체약물결합 치료제 트로델비를 확보하기 위해 이뮤노메딕스(Immunomedics)를 210억달러(약 29조9700억원)에 인수했다. 암젠은 2021년 테네오바이오(Teneobio)를 25억달러(약 3조5700억원)에 샀다. 두 기업 모두 다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제약기업이 바이오텍의 지분을 인수한 사례를 살펴보면 기술도입과 함께 지분 투자가 진행된다"며 "궁극적으로 바이오텍이 보유한 플랫폼을 인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국내 바이오산업 성장에 있어 기술수출을 필수요소로 꼽는다. 그는 "바이오텍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회사라면 기술이전을 통해 계약금과 마일스톤(기술료 단계적 수령)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 초기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며 "기술수출에 성공해 지속적인 자금 유입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면 보유한 신약후보물질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까지 이를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