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삼성·GS·포스코 대결투? '여의도 시범' 65층 탈바꿈할까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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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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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는 1980년대부터 서울 최대 랜드마크로 꼽혀온 63빌딩(현 63스퀘어)이 여전히 위엄을 과시한다. 맞은편엔 한눈에 봐도 제법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있다. 주변 초고층 건물들과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여의도 시범아파트'다. 올해로 53세를 맞고 있다.
아파트 정문을 따라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 건설업체들의 홍보 현수막이 나부끼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업체인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GS건설 등은 시범아파트의 재건축 진행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며 수주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신탁사 시행 맡겼지만 장기전도 예상
지난 2월6일 방문한 시범아파트는 정문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단지 입구 근처에 세워진 안내판은 녹이 슬어 글자를 분간해 읽기가 어려운 수준이었다. 아파트 건물 바깥벽의 페인트 칠도 군데군데 벗겨졌다. 벽에는 균열도 생겨 멀리서 보일 정도였다.상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아파트의 연식은 더욱 체감됐다. 드문드문 켜진 조명과 일부는 망가져 내부가 무척 어두웠다. 바닥 곳곳에는 마감되지 않은 콘크리트 가루가 날렸다.
상가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안전상 우려가 커 재건축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면서 "아파트가 낡아서 난방비도 많이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재건축을 기대하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장기전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시범아파트는 1971년 12월 입주한 서울의 대표 노후단지다. 총 24개동 1584가구로 구성된 대단지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아파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시범은 재건축을 두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7년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 재건축이 확정된 데 이어 같은 해 조합을 설립하는 대신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듬해 서울시가 제시한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투기 방지를 이유로 잠정 중단되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재건축 물꼬가 다시 트인 건 2021년 4월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부터다. 시범아파트는 그 해 11월 서울시가 각종 인·허가 규제를 완화한 '신속통합기획'에 참여 의사를 밝혔고, 1년 만에 확정이라는 성적표를 쥐었다.
시범은 재건축 이후 최고 65층 2500여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은 기존 300%에서 400%로 올렸다. 계획대로 재건축이 완료되면 시범아파트는 서울 시내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된다. 한강 이남 '재건축 최대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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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권 누구 손에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범아파트가 여의도 내 재건축 유망 단지 중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고 한강변에 위치한다는 지리적 특성상 다수의 회사가 입찰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서초, 강남의 주요 재건축 단지처럼 여의도도 상징성을 가지므로 시범아파트 하나를 재건축하면 따라오는 홍보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공사비는 최소 1조원 이상이 예상된다는 게 건설업계의 의견이다. 다만 현재 사업단계에서 시공사 선정은 다소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시범아파트는 현재 제3종 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정비계획변경 입안을 접수한 상태"라며 "인·허가가 상당 부분 이뤄진 후에 시공사를 선정하겠다는 주민 의견이 전달된 상태"라고 전했다.
투자가치 아직은
시범아파트는 부동산 한파가 본격화된 지난해 매물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체 가구 중 단 3건의 거래만 성사됐을 정도다. 재건축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한 지난해 11월에도 잠겨있던 매물 빗장이 조금 풀리기 시작했다.최근 들어 매매가는 소폭 회복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아파트 79.2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초 15억원(8층)에 거래됐다가 한 달 후인 지난 3일 1억2000여만원 오른 16억2700만원(12층)에 팔렸다. 그럼에도 1년 4개월 전에 비하면 가격이 5억원 이상 떨어졌다. 2021년 10월 동일 면적 실거래가는 20억1000만원이었다. 부동산 가격비교사이트의 현재 호가는 16억3000만~18억원 선이다.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곧 사업시행계획이 인가되면 거래가 어려워지므로 지금 들어가는 것이 제일 싸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문의는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평가에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범아파트의 재건축 가치를 묻는 말에 공통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재건축만 보고 투자하기엔 현재 너무 비싸다는 평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여의도는 입지가 좋아 재건축이 성공하면 대박"이라며 "잠실이 10억 떨어질 때 여의도는 5억 떨어져 가격 방어에는 성공한 편이나, 신통기획이라도 준공까지 최소 10년을 기다려야 해 지금 가격으로 진입이 유리하진 않다"고 분석했다.
최현주 랜드고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재건축 후 시범아파트의 가치와 지리적 이점을 고려할 때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지금처럼 매수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단기 시세차익을 목표로 투자하기에는 전망이 좋지 못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최 대표는 "재건축 예정 단지 투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세금이나 추가 분담금 등을 내고 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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