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금융업계에 전운이 감돈다. 이자장사로 이익을 낸 대형 금융사의 성과급 등 돈 잔치 논란이 확산하면서 과점체제와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과점체제 개선을 위해 금융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제4의 인터넷은행 인가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대형 금융사의 주총에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금융사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금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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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4대 금융지주 지배구조 칼날 속… 사외이사 75% 물갈이
② 키움은행 나오나… 외환위기 때 실패 맛본 경쟁체제, 다시 한다고?
③ 행동주의에 치이고 노조 사외이사 추천까지… 주주제안 골머리
"국내 은행들은 예대마진에 치우친 영업구조를 지속해오며 우물 안 개구리가 돼 버렸습니다. 신규 플레이어의 도전에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가 아닌 과점체제에 안주하며 앉아서 이자놀이를 통해 역대 최대 수준의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죠."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은행의 돈잔치와 관련해 과점체제의 폐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해 말 5대 은행은 여신 시장에서 71.4%, 수신 시장에서 63.4%를 점유했다. 이에 지난해 전년 대비 19.5% 급증한 13조8482억원의 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
역대 최대 실적 대부분은 고금리 기조 속 예대마진을 통한 막대한 이자이익 덕분이었다. 5대 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39조4609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22.2% 급증했다.
서민들은 고금리 이자를 감당하느라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은행들은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였다.
은행권이 과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며 이자장사에 치우친 영업행태를 일삼는 '약탈적 금융'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올 상반기 안에 은행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22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를 출범, 은행 간의 경쟁을 촉진하도록 해 5대 은행을 중심으로 형성된 금융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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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선 금산분리 완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원칙으로 현행법에 따르면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는 은행 지분을 4% 초과해 보유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다만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은행 지분을 10%까지 소유할 수 있다. 금융회사 역시 비금융회사 주식을 일정 비율을 넘어 초과 보유할 수 없다.
은행법 37조에 따르면 은행은 다른 회사 등의 의결권 있는 지분의 15%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같은 금산분리법은 은행이 재벌과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일각에선 금산분리법으로 인해 은행 플레이어가 제한적이다 보니 2012년 시작된 5대 은행 체제는 금융소비자에 대한 권익 보호보다 은행 산업을 독과점하며 수익 극대화를 위해 금리 담합을 벌여왔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키움은행 나올까 은행권의 과점 체계를 깰 방안으로는 제4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019년 5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탈락 고배를 마셨던 키움그룹이 다시 도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국회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34%까지 가질 수 있도록 2018년 마련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있기에 가능하다.
다만 각각 2017년 4월과 7월에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2021년 10월 영업을 시작한 토스뱅크까지 인터넷은행 3사가 등장했지만 메기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제 4 인터넷 은행이 출범해도 은행 과점 체제를 타파하고 완전 경쟁시장으로 탈바꿈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당초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지만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하는 기존 은행 영업 관행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은행 계정 기준)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40조8398억원으로 전체 은행(특수은행 제외) 총자산 중 1.7%에 그쳐 비중이 미미하다.
과거 인터넷은행 출범 때처럼 특혜 시비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케이뱅크는 예비인가 심사 당시 최대 주주인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14%로 국내 은행 평균치(14.09%)에 미치지 못해 자격 요건 문제로 특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 (왼쪽부터)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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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인가로 돼 있는 은행의 전통 업무를 여·수신뿐만 아니라 지급 결제·외환·자산관리 등 인가 단위를 세분화해 특화은행을 만들어 과점체제를 깨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은행 업무는 경쟁체제로 갈 필요가 있다"며 "세분화된 은행업을 핀테크 등 비은행권에 (라이선스를)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업금융 특화은행, 외환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 전문성을 갖춘 다수의 독립된 은행이 등장할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업에 스몰 라이선스를 부여하면 전통 은행들은 상당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요즘은 금리나 수수료가 모두 공개되는 만큼 금융소비자들은 더 부담된다 싶으면 바로 은행을 옮기는 성향이 있고 옛날처럼 원스톱(번들링) 뱅킹보다는 업무별로 경쟁력 있는 은행 서비스(언번들링)가 주목받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업 라이선스를 기능별로 세분화해 인허가를 주기 위해선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완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은행권에선 '잘못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은행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당시 29개였던 국내 은행을 12개로 줄였다"며 "그 결과 우량은행(메가뱅크) 중심의 체제를 만든 것도 정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와서 은행들이 이자이익을 독식한다고 몰아가는 것은 억울한 측면도 있고 부실은행 구조조정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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