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문앞까지 배달해주는 배송서비스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과대포장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문앞까지 배달해주는 배송서비스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과대포장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비싸더라도 일부러 친환경 샐러드로 주문했는데 이게 뭔가 싶네요."
"포장을 줄이려고 노력한다고요? 글쎄요."


전날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문앞으로 배달되는 싱싱한 먹거리, 출근길에 주문하면 퇴근 때 받아볼 수 있는 책.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몇 시간 안에 원하는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택배서비스는 바쁜 현대인의 삶에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세를 보인 지난 2021년 국내에서 사용된 택배상자는 36억2967만개로 2년 전(2019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1인당 연간 택배 이용량은 지난 2021년 70.3박스로 전년 대비 5.2박스 늘어났다. 전 국민이 일주일에 택배서비스를 평균 1.4회 이용한 셈이다.


택배서비스 이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과한 포장'으로 환경에 죄책감이 든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또 분리수거일까지 택배상자를 집에 쌓아둬야 하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샐러드 5개 주문했는데 포장박스가 키만큼 쌓였어요"

한 다이어트 식품 업체에서 주문한 샐러드 5개가 스티로폼 박스에 각각 포장돼 배송됐다. 사진은 키만큼 쌓인 박스를 들고 있는 박모씨. /사진=독자제공
한 다이어트 식품 업체에서 주문한 샐러드 5개가 스티로폼 박스에 각각 포장돼 배송됐다. 사진은 키만큼 쌓인 박스를 들고 있는 박모씨. /사진=독자제공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박모씨(25)는 최근 한 온라인몰에서 샐러드를 주문했다. '주문한 상품이 문 앞에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문을 연 박씨는 현관 앞에 쌓인 박스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좁은 현관 앞을 스티로폼 박스 5개가 가득 채우고 있어서다. 박씨는 '손바닥 두 배 만한 크기의 샐러드 다섯 개를 주문했는데 굳이 개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야 했나'라는 생각과 함께 어처구니가 없었다.


박씨가 주문한 제품은 다이어트 식품 쇼핑몰 A업체의 '2주 정기배송 샐러드' 제품이다. 2주 동안 총 10개의 샐러드 제품이 두 번에 나눠 집 앞으로 배송된다. 샐러드 1개당 배출되는 쓰레기는 채소믹스·메인 재료를 각각 진공포장한 비닐, 그릇 대용의 플라스틱 박스, 전체 포장·식기·소스용 비닐 등 최소 5~6개다. 박씨는 "평소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는데 이번 배송으로 나온 쓰레기를 보며 죄책감마저 느꼈다"고 한탄했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샐러드 제품 1개당 배출되는 쓰레기는 진공포장 비닐 등 최소 5~6개다. 사진은 박모씨가 주문한 샐러드 1회분의 포장 모습. /사진=다이어트 식품 업체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으로 구매한 샐러드 제품 1개당 배출되는 쓰레기는 진공포장 비닐 등 최소 5~6개다. 사진은 박모씨가 주문한 샐러드 1회분의 포장 모습. /사진=다이어트 식품 업체 홈페이지 캡처


A업체 관계자는 머니S와 통화에서 "출고 작업 중 전산 오류로 인해 합배송 상품이 단품 수량으로 잘못 기재돼 배송된 것"이라고 짧게 해명했다. 또 샐러드 재료가 각각 진공 포장재에 싸여 배송되는 점에 대해서는 "제품 특성상 소비기한이 최소 1일에서 최대 일주일이기 때문에 신선도 유지를 위해 메인재료와 채소믹스를 각각 진공포장한다"고 설명했다.

업체 측의 설명에도 박씨는 "샐러드 하나 먹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귀찮더라도 앞으로는 샐러드를 직접 만들거나 포장재가 더 적게 나오는 오프라인으로 구매해야 할 것 같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과대포장이 괴로운 1인가구… "택배 하나 오면 쓰레기 한가득"

한 제품에 여러개의 포장재가 쓰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진은 온라인으로 배송된 립스틱 하나를 포장하는 데 쓰인 종이박스, 에어캡, 쇼핑백, 파우치 등 포장재. /사진=독자 제공
한 제품에 여러개의 포장재가 쓰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진은 온라인으로 배송된 립스틱 하나를 포장하는 데 쓰인 종이박스, 에어캡, 쇼핑백, 파우치 등 포장재. /사진=독자 제공


택배 과대포장은 환경뿐 아니라 쓰레기 처리 문제도 동반한다. 경기 시흥에 거주하는 박모씨(28)는 "최근 생일이어서 화장품 선물을 많이 받았다"며 "엄지손가락 크기의 립스틱 하나에 쓰레기가 몇 개나 나온 건지 모르겠다"고 황당해 했다.


박씨가 배송받는 립스틱은 택배 상자, 종이 포장지, 에어캡, 쇼핑백, 화장품 파우치 등 5겹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 박씨는 "선물하기 기능인 만큼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은 이해되지만 다소 과하다"며 "포장을 줄이려는 사람을 위해 '포장 최소화' 등의 선택지도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서울 강서구 9평 원룸에 거주하는 이모씨(22)는 "집이 너무 좁아 과대포장된 택배를 받을 때마다 너무 곤란하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최근 옆집 택배가 내 집 현관 앞에 놓여 있어 옮겨주려고 들어보니 크기에 비해 너무 가벼웠다"며 "물건보다 훨씬 큰 박스가 사용되다보니 여러 가구가 사는 오피스텔 복도는 늘 택배상자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이어 "내 집은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에만 분리수거가 가능하다"며 "그사이 택배가 배달되면 작은 집에 택배 쓰레기가 쌓여 공간이 더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소비자와 업계 '동상이몽'… "관건은 체감할 만한 변화"

소비자들은 "제품 크기에 맞는 포장재를 사용하라"고 주문한다. 사진은 한꺼번에 주문한 립밤과 아이라이너가 제품 사이즈보다 훨씬 큰 비닐에 각각 포장돼 배송된 모습. /사진=독자 제공
소비자들은 "제품 크기에 맞는 포장재를 사용하라"고 주문한다. 사진은 한꺼번에 주문한 립밤과 아이라이너가 제품 사이즈보다 훨씬 큰 비닐에 각각 포장돼 배송된 모습. /사진=독자 제공


경기 일산에 거주하는 정모씨(54)는 "딸들에게 택배를 각자 따로 시키지 말고 한꺼번에 시키라고 잔소리했다"며 "딸들이 '나는 한 번에 주문했는데 제품별 출고 물류센터가 달라 낱개 배송된 것'이라며 억울해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씨는 "한꺼번에 주문한 제품은 합배송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냐"며 "연필 정도 굵기나 주먹 크기도 안되는 화장품을 A4용지보다 큰 사이즈의 비닐에 각각 포장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 온라인 커머스 관계자는 "업체 측도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해 포장재의 크기뿐 아니라 두께나 재질 등을 개선하려고 고민한다"며 "포장팀에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의 눈에 바로 드러나진 않아도 업체들은 친환경 배송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포장재의 크기나 재질, 과대포장 등을 둘러싼 소비자와 유통·물류 업계의 동상이몽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기업 시스템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비닐테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테이프-리스 박스, 비닐 완충재 대신 사용하는 종이완충제, 박스 크기 조절 기능과 같은 기술이 있다"며 "그러나 전반적인 기업 물류비용이 동반되기 때문에 기업이 채택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기술을 채택해서 적극적으로 바꿔 나가야 소비자도 과대포장을 줄이려는 기업의 노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