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말뿐인 '포용금융'… 인터넷은행, 저신용 개인사업자 '외면'

[머니S리포트-인뱅의 민낯②] 7등급 이하 저신용 신용대출 '전멸'

강한빛 기자VIEW 18,5092023.03.0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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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포용을 외치며 호기롭게 닻을 올렸던 인터넷전문은행이 고신용자에 이어 중·저신용자까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자장사에만 열을 올리면서 은행권에서 메기 역할을 기대했던 금융당국 인가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지만 인터넷은행마저 이들을 외면하는 모습이다. 시장은 인터넷은행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잃었다고 판단, 몸값 가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혁신·포용이란 가면 아래 감춰진 인터넷은행의 민낯을 살펴봤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인터넷은행의 변심… 중·저신용자한테도 '이자장사' 눈총

② 말뿐인 '포용금융'… 인뱅, 저신용 개인사업자 '외면'

③ 추락하는 몸값… 카뱅 '2만원대'·케뱅 '상장 철회'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출시한 개인사업자 대출이 사실상 반쪽짜리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개인사업자를 포용한다'고 공언해놓고 정작 신용도가 낮은 취약 고객은 외면하고 있어서다.

"사장님 모십니다" 소리쳤지만… 저신용자는 외면
최근 개인사업자 대출은 인터넷은행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2월 무보증·무담보 신용대출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했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5월 개인사업자 보증서담보대출을 내놓은 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도 선보였다. 여기에 카카오뱅크까지 지난해 11월 시장에 진출하며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사장님 모시기'에 나선 상황이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속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적시에 최적의 자금을 공급해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인 '포용금융'을 실천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장 반응도 뜨겁다. 가장 먼저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 진출한 토스뱅크는 1년 만에 1조5000억원 이상의 대출을 내줬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강조한 포용금융의 범위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인터넷은행 3사는 7등급 이하의 개인사업자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았다.

최근 3개월간 케이뱅크는 1~4등급의 개인사업자에게만 대출해줬고 카카오뱅크는 1~5등급까지만, 토스뱅크는 1~6등급까지만 각각 대출을 취급했다. 7~10등급 사업자는 대출 시장에서 밀려난 것이다.

앞서 3개월 동안(2022년 10~12월) 취급된 대출도 마찬가지다. 이 기간 ▲케이뱅크 1~4등급 ▲카카오뱅크 1~5등급 ▲토스뱅크 1~6등급 등으로 대출을 제한했다.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면 '선택적 사장님 모시기'는 더욱 두드러진다.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3개월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신용등급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전 구간에 있는 개인사업자들에게 대출을 내줬다. 직전 3개월 역시 마찬가지다.

사장님들, 대출 받기도 갚기도 어렵다
말뿐인 '포용금융'… 인터넷은행, 저신용 개인사업자 '외면'
인터넷은행들은 고신용 개인사업자에게 집중된 대출영업을 펼치는 동시에 더 높은 대출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3개월(2022년 11월~2023년 1월) 인터넷은행 3사의 개인사업자 평균 대출금리는 ▲케이뱅크 6.90% ▲카카오뱅크 7.17% ▲토스뱅크 8.23%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하나은행이 5.32%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했고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한 곳은 신한은행(6.93%)으로 이마저도 인터넷은행 중 가장 낮은 대출을 제공한 케이뱅크와 비교해 0.03%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직전 3개월(2022년 10월~12월) 역시 ▲케이뱅크 6.80% ▲카카오뱅크 7.41% ▲토스뱅크 8.26% 등으로 5대 시중은행(5.07~6.75%)의 평균금리보다 높았다.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을 두텁게 포용하라는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고 이자 경쟁력에서도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터넷은행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확대해야 하는 동시에 리스크 관리 등을 고려하면 대출을 내줄 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인 25%를 모두 달성했고 토스뱅크도 40%를 넘어섰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를 확대, 올 초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자 신규대출 취급 시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이라며 "지난 2월부터 취급을 재개해 점차 대출을 취급하는 신용등급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 확대를 위해 이들의 대출 취급을 일시 축소하는 것은 포용금융의 취지와 충돌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인터넷은행의 속내는 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비중이 ▲토스뱅크 44% ▲케이뱅크 32% ▲카카오뱅크 30% 등으로 전년 대비 더 커진 데다 연체율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0.49%로 1년 전과 비교해 0.27%포인트 올랐고 케이뱅크 역시 0.85%로 0.44%포인트 상승했다. 토스뱅크는 아직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연체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3분기 말까지 상승세를 보이면서 연체율 악화가 가시화됐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3분기 말 연체율은 같은 해 1분기 말과 비교해 0.26%포인트 오른 0.3%로 집계됐다.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인터넷은행들이 대출 취급을 축소하거나 문턱을 높일 개연성이 커진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27일 인터넷은행·핀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인터넷 은행의 설립 취지, 정책적 지향점 등 전체적인 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비중 등에 대한 개선을 시사했지만 자칫 취약 차주의 자금난이 심화될 수 있고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하고 3개월을 막 지난 상태로 아직 데이터를 쌓고 있는 단계"라면서 "리스크 관리와 신용평가모형(CSS)을 고도화하면 향후 현재보다 더 낮은 신용등급의 고객들에게도 대출을 취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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