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포용을 외치며 호기롭게 닻을 올렸던 인터넷전문은행이 고신용자에 이어 중·저신용자까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자장사에만 열을 올리면서 은행권에서 메기 역할을 기대했던 금융당국 인가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지만 인터넷은행마저 이들을 외면하는 모습이다. 시장은 인터넷은행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잃었다고 판단, 몸값 가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혁신·포용이란 가면 아래 감춰진 인터넷은행의 민낯을 살펴봤다.
![]() 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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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인터넷은행의 변심… 중·저신용자한테도 '이자장사' 눈총
② 말뿐인 '포용금융'… 인뱅, 저신용 개인사업자 '외면'
③ 추락하는 몸값… 카뱅 '2만원대'·케뱅 '상장 철회'
#. 9년째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박주혁씨(가명·37)는 2020년 12월 한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연 3.31%의 이자로 5000만원을 신용대출 받았다. 2년 후인 2022년 12월 대출만기 연장 시점에 해당 인터넷은행은 박씨의 신용대출 금리를 8.32%로 재산정했다. 2년 만에 대출금리가 5.01%포인트나 치솟은 것이다.
박씨는 "2년 동안 다른 신규 대출을 받지 않은 데다 연봉도 오르고 신용점수가 1000점에 육박하는데 인터넷은행 대출금리가 급격히 올라 최근 한 시중은행에서 대환대출을 통해 금리를 6.10%로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인터넷은행에 금리인하 요구권도 신청했지만 고작 0.1%포인트 내려줬다"며 "대환대출을 상담하는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조차 인터넷은행 신용대출 금리를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보다 최대 2%포인트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시중은행보다 연간 200만원을 더 갚아야 하는 셈이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고신용자들은 물론 취급 비중을 늘려야 하는 중·저신용자에게도 시중은행 대비 높은 이자를 받으면서 대출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무점포·저비용이란 혁신성을 내세우며 금융소비자들에게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고 내세웠지만 경쟁력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대출 금리 차이 최대 1.8%p까지
![]() 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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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금리도 인터넷은행이 더 높다. 인터넷은행 3사가 신용점수(KCB 기준) 951점 이상 신규 신용대출자에게 적용한 평균 금리는 5.28~6.41%로 5대 은행(5.69~6.12%)과 비교해 금리 상단이 0.2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금융당국과 대출 확대를 약속한 중·저신용자(신용점수 850점 이하)에 대한 금리 역시 시중은행보다 높다는 점이다. 신용점수 801~850점인 대출자에게 5대 은행은 6.71~7.31%의 금리를, 인터넷은행 3사는 7.53~8.27%의 금리를 각각 적용했다. 751~800점 차주에게도 인터넷은행 3사(7.68~9.15%)는 5대 은행(7.32~7.95%)보다 많은 이자를 받았다.
심지어 케이뱅크는 올 1월 신용점수 750점 이하의 대출자들에게 신용대출을 아예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저신용자 포용을 외치던 인터넷은행이 이들을 상대로 이자장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마찬가지였다. 올 1월 인터넷은행 3사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 금리는 6.42~6.84%로 5대 은행(6.15~6.73%)보다 금리 하단이 0.27%포인트, 금리 상단이 0.11%포인트 각각 높다.
"낮은 금리 경쟁력" 외치더니 변심 인터넷은행은 모바일을 중심의 비대면 채널을 활용해 시중은행들이 고민하고 있는 비용 효율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경영 효율성과 생산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경비율(CIR)을 보면 2022년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는 39.7%, 케이뱅크는 37.9%로 KB국민은행(46.6%)이나 우리은행(42.1%) 등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다.
비용 절감 효과를 바탕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해 고객을 한껏 끌어모았던 인터넷은행들은 이후 대출금리를 슬금슬금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인터넷은행의 대출 이자가 싸다'고 여겨왔던 고객들은 배신감에 시중은행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신용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매기는 가산금리를 보면 5대 은행 평균은 3.23%에 그친 반면 인터넷은행 3사는 3.63%로 0.40%포인트 높았다. '이자장사'에 몰두한 시중은행에게 금리 경쟁을 유도하며 은행권 메기역할을 맡는 인터넷은행이 정작 더 많은 이자를 받으면서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출범 초기 내세운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가 고객 유치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주담대 금리, 지금은 낮지만… 반등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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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올 1월 기준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평균 금리는 카카오뱅크 4.49%, 케이뱅크 4.73% 등으로 5대 은행(4.65~5.23%)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2월27일 기준으로 봐도 케이뱅크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3.91~5.42%, 카카오뱅크는 3.976~6.166% 등으로 5대 은행(4.53~6.42%)에 비해 각각 하단 0.554%포인트, 상단 0.254%포인트 낮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초반 국면이 지나면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금리 경쟁력 역시 사라질 것으로 우려한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평균 가산금리는 각각 0.22%포인트, 0.64%포인트로 채 1%에 못 미친다.
반면 NH농협을 제외한 4대 은행들의 평균 주담대 가산금리는 3%포인트 안팎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인터넷은행이 이익을 줄여가면서 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있지만 과거 신용대출 사례처럼 주담대 역시 고객 기반을 넓히는 데 성공하면 이 같은 금리 경쟁력은 차츰 약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최근 은행권에 요구하고 있는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에도 인터넷은행은 소극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을 보면 인터넷은행 3사는 19.5~35.7%로 5대 은행(26.9~69.3%)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터넷은행들도 시중은행처럼 예대마진에 치우친 영업구조를 보이면서 메기효과가 퇴색된 것은 사실"이라며 "시중은행들도 비대면 금융 플랫폼을 통한 상품군을 강화하고 금리 인하 경쟁에 뛰어들면서 인터넷은행만의 차별성을 갖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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