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묵은 인뱅의 메기 효과 논란
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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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금융소비자들에게 금리 인하 등 더 많은 혜택을 드리도록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시중은행 대비 경쟁력 있는 금융 상품도 많이 내놓겠습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고금리 이자장사 행태를 지적한 기자의 기사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인터넷은행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최근 고신용자에 이어 중·저신용자까지 시중은행보다 최대 약 2%포인트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실제 인터넷은행 중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1조2939억원으로 전년 대비 64.6% 늘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3852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94.54% 급증했다. 대규모 이자수익을 기록하면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지난해 영업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0.6%, 95%에 달한다.
은행의 핵심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상승세도 가파르다. 카카오뱅크의 NIM은 지난해 말 기준 2.83%로 1년만에 0.70%포인트 치솟았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2.51%로 1년새 0.95%포인트나 올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NIM은 1.59~1.75%로 1년 만에 0.15~0.22%포인트씩 오른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이다.
NIM은 예금과 대출 업무는 물론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얻은 이자 수익과 비용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수익성지표다. 총이자 수익에서 총이자비용을 차감한 금액을 이자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인터넷은행의 행태가 기존 전통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 속 과점지위를 남용해 대규모 이자이익을 거둬들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을 내세운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처럼 예대(예금과 대출) 마진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노리면서 메기효과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플랫폼에 정체성을 두고 있다. 플랫폼에 기반한 비이자이익보다 예대마진 중심의 성장을 지속하면 혁신 없이 은산분리(은행과 산업 자본의 분리) 완화라는 특혜만 받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인터넷은행이라는 간판을 달았지만 디지털금융 혁신을 꾀하는 정통 은행권과 차별점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최근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형성된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함께 제4 인터넷은행 인·허가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은행권엔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할 수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크게 위기감을 느끼진 않는 모습이다. 이미 2017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부터 2021년 토스뱅크까지 인터넷은행 3사가 등장했지만 기대했던 메기효과를 제대로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인·허가 당시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고착화 된 과점 구조를 개선하고 국내 은행업에 메기 효과를 불어넣겠다는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메기 효과를 위해 35년만에 1982년 탄생한 은행법 은산분리 규정의 예외까지 인정해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투자를 허용했다.
그만큼 이제 기대에 걸맞는 파격적인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인터넷은행이 기대 만큼 '메기' 역할을 했는지 되레 물만 흐리는 '미꾸라지'에 그쳤는지에 대한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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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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