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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습격... AI 시대 사라질 직업은

[머니S리포트-한국형 '챗GPT' 각축전] ① 직업 패러다임의 변화... 어떻게 대처할까

양진원 기자VIEW 24,1422023.03.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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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가 만든 챗봇 AI '챗GPT'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대학교 논문까지 막힘없이 써내려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상 곳곳에서 챗GPT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AI에 대한 두려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면 노동 시장의 변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IT 기업들은 한국형 챗GPT를 개발해 세계 기업과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 오류를 줄이고 한국어 특화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오픈AI가 만든 '챗GPT'의 등장으로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미국 오픈AI가 만든 '챗GPT'의 등장으로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챗GPT의 습격... AI 시대 사라질 직업은

② 한국형 챗GPT는 언제… IT업계 각축전

③ 한국형 챗GPT 개발 늦은 이유… 성공 관건은

미국 오픈AI가 만든 '챗GPT'의 등장으로 멀게만 보였던 인공지능 시대가 성큼 다가섰다. 대규모 언어 예측 모델인 'GPT 3.5'를 기반으로 하는 챗GPT는 사람과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문가 수준의 작문 실력까지 갖췄다. 급속도로 발전한 AI 기술로 인해 이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오픈AI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챗GPT를 능가하는 초거대 AI를 선보인다고 밝힌 가운데 향후 노동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모인다.

놀라운 챗GPT의 성능… 빠르게 일상 속 침투
지금까지 알려진 챗GPT의 성능은 놀라울 정도다. /사진=로이터
지금까지 알려진 챗GPT의 성능은 놀라울 정도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12월 세상에 공개된 챗GPT는 잊고 있던 AI 위상을 다시 깨닫게 해줬다. 지금까지 알려진 성능은 놀랍다.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시험을 치러 과목 수료 기준을 통과했다. 최하위권 점수(학점 C+)지만 전문직인 변호사 시험까지 합격한 것이다.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에도 합격했다.

미국 의료 스타트업 앤서블헬스는 챗GPT를 대상으로 3단계에 거쳐 USMLE를 실시했는데 통과 기준에 근접한 50~60점에 성적을 거뒀다. 이러한 성능에 힘입어 출시 약 40일 만에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을 넘었고 지난 1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명을 돌파했다.

활용 사례도 속속 알려지고 있다. 콜롬비아 후안 마누엘 파딜라 판사는 아동 의료권 소송에서 판결문을 준비할 때 챗GPT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일본 모토에 다이치로 변호사가 만든 '벤고시닷컴'(변호사닷컴)에서는 챗GPT를 활용한 무료 온라인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법조인 사이에서도 챗GPT는 화제다. '로봇 변호사'를 자처하는 기업 '두낫페이' 설립자 조슈아 브라우더는 미국 대법원에서 "에어팟을 착용하고 '로봇 변호사'가 말하는 그대로 반복하는 형태로 변론을 하면 100만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교통위반으로 기소된 사람이 '로봇 변호사'를 고용할 계획이었으나 미국 변호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미 미국에선 챗GPT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미국 구인 플랫폼 '레주메빌더닷컴'이 지난 2월15일(현지시각) 설문조사 플랫폼 '폴피쉬'를 통해 미국 내 기업 1000곳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49%를 기록했다. 그중 일부 인력을 챗GPT로 대체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48%였다. 전체 기업의 4분의1이 특정 업무에 AI 챗봇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AI 등장으로 뜨는 직업과 사라질 직업
AI 시대가 점차 다가오면서 이를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AI 시대가 점차 다가오면서 이를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면서 AI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AI 전문가 리처드 드비어는 "챗GPT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고 새로운 기술의 혁명"이라며 "향후 5년 안에 챗GPT가 전체 노동인구의 20%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대학교 친메이 헤그드 컴퓨터과학 및 전기공학과 부교수도 "저널리즘, 고등 교육, 그래픽과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 특정 부문의 직업들이 AI로 대체될 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로체스터공과대학교(RIT)의 펑청 스 컴퓨팅 정보과학 부학부장 역시 "화이트 칼라(샐러리맨이나 사무직 노동자)가 AI에 대체될 것"이며 "그 누구도 이러한 추세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MGI)의 아누 마드가브카 고용 시장 조사팀장은 AI 기술이 시간이 지날수록 소프트웨어나 웹사이트 개발자,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업무를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저널리즘과 광고업처럼 문서를 작성하는 일들도 AI의 도전을 받을 전망이다. AI 기술이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며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자료를 정리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법률 사무소 사무직 업무도 맡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새로운 일자리가 각광 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데이비드 오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동시장에서는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고 다양한 직업이 생겨나는 지각변동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중요성이 커지는 AI 개발자와 빅데이터 전문가는 주가가 오를 수 있고 사이버 보안 전문가 역시 기대주다.

AI 시대가 찾아오면 그만큼 생겨날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안으로 로봇세가 부상 중이다. 로봇세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소유한 사람이나 기업으로부터 걷는 세금을 뜻한다.

유럽 의회가 일찌감치 2016년 로봇세 도입을 위한 초안작업을 시작하면서 관련 논쟁이 촉발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2017년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을 사용하면 로봇 사용자에게 소득세 수준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AI로 발생하는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I 도입으로 고용 불안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므로 정부가 일찍부터 이를 방지할 복지와 재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19세기 산업혁명과 같이 새로운 노동 시장이 형성될 때를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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