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명 대표 "변화해야 하는 쌍용건설, 이익만큼 보상하겠다"
방향성을 제시하고 긴장감 가질 수 있도록 리더십 발휘할 것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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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세아의 코스타리카 방직공장 개소식에 카를로스 알바라도 대통령이 방문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쌍용건설이 시공한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샌즈와 래플스시티를 보여주니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중남미에서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이란 좋은 기업을 보유하게 되면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2000년대 싱가포르 건설품질공인평가 1위를 달성하는 등 해외건축 분야의 명성을 쌓아온 쌍용건설이 의류수출기업 글로벌세아그룹을 새 주주회사로 맞았다. 17년째 글로벌세아의 전문경영인 자리를 지켜온 김기명(66·사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12월 두바이투자청(ICD)과 쌍용건설 인수·합병(M&A)을 완료한 후 직접 쌍용건설의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김 대표는 이후 쌍용그룹 총수 일가인 김석준 회장, 현대건설 출신의 김인수 사장과 함께 경영관리와 사업계획을 총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쌍용건설 인수 배경에 대해 중미 건설시장으로의 진출 기회를 봤다고 밝혔다. 그는 "코스타리카의 도로 등 인프라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 대통령이 글로벌세아와 쌍용건설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주 큰 기회"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에 인수됨과 동시에 29명의 임원 중 14명을 해고해 논란이 일었다. 김 대표는 "쌍용건설은 좋은 회사지만 돈을 못 벌었다"면서 "임원당 관리한 직원 수가 주요 건설업체 대비 적어 생산성이 낮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빠른 인원 조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변화해야 한다"… 사명은 유지할 것
김 대표는 스스로를 '의류 세일즈맨'이라고 소개했다. 건설회사와는 사업 구조와 성격이 다르다 보니 전문성 논란도 있었다. 김 대표는 "내부를 변화시킬 때는 외부의 사람이 와야 하고 회사를 확장할 때는 최고경영자(CEO)가 내부자여야 한다는 게 경영철학"이라면서 "쌍용건설이 변화하려면 해당 업종의 외부 인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글로벌세아는 앞서 인수한 세아STX엔테크의 사명에서 STX를 삭제키로 했지만, 김 대표는 쌍용건설의 사명 변경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STX의 경우 수주 실적과 인지도 때문에 완전히 바꿀 수 없어서 중간을 선택했다가 브랜드 로열티를 내지 않기 위해 변경을 결정했다"면서 "태림페이퍼와 같이 인수 이후에도 사명을 바꾸지 않은 사례도 있다. 쌍용건설은 사명을 바꾸지 않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월급은 주는 대로 받았다"
75학번인 김 대표는 1995년 30대 후반의 나이에 대표 자리에 올라 29년째 전문경영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내가 느낀 나는 사업가 체질이 아니라 월급쟁이였다"며 "삼국지의 유비 타입이었다면 회사를 세웠을 텐데 나는 참모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외환위기(IMF)와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을 지켜보며 회사에 오래 남는 가장 좋은 비결은 간단했다. 내가 갖는 가치보다 덜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회사가 나를 대체하는 비용이 더 비싸다면 굳이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평생 네고를 해본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회사가 삶의 근간인 직원들을 경영 문제로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을 조금 혹사시킬 수도 있다"며 "회사가 위기여도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는 게 리더의 책임이므로 개별 능력을 향상시키고 더 많은 일을 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끌지 않고 미는 리더십 발휘하겠다"
한국외대에서 영어를 전공한 김 대표는 학군사관(ROTC) 통역 장교로 임관해 미군부대 파견을 거쳐 은행에 취직했다. 하지만 자신과 너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982년 말 미국 월마트 계열의 홍콩 무역회사 스와이어그룹 서울 지점으로 이직했다. 입사 5년차 때 방한한 월마트 사장에게 의류 파트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기회가 있었다.그는 "당시 내게 주어진 시간 30분 동안 여러 제안을 했는데 내부에선 만류했지만 보름 후에 부사장이 다시 방한해 이것들을 받아들였고 수백만달러의 오더를 수의계약했다"고 밝혔다. 월마트를 나와선 최신물산의 의류 수출 업무를 담당했다. 이때 연 수출 5000만달러 회사가 3년 만에 1억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늘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글로벌세아가 인수한 인디에프(나산)를 책임져달라는 회장의 요청에 김 대표는 세 번을 거절했다. 그는 "큰돈 들여 투자하셨으니 내부 인사를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했으나 결국 책임자를 맡았고 3년 만에 물러났다"고 회상했다.
회사가 다시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줘 5년 반을 일했고 귀국 당시엔 60세가 됐다. 김 대표는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롤렉스 대신 전자시계를 찼고 대표실 문을 열어놓았다"면서 "쌍용건설 직원들도 사전 약속 없이 나를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십은 붙잡아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뒤에서 밀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방향성을 제시해주되 약간의 긴장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밀겠다"고 밝혔다.
"보상 확실히 하겠다"
김 대표는 업무 수행의 성과에 대해선 확실한 보상을 강조했다. 그는 "얼마큼 열심히 했다는 말보다 얼마의 이익을 냈는지 정성이 아닌 정량 평가를 할 것"이라고 했다.그는 "올해 해외 수주가 안정될 것으로 보여 집중해야 할 영역과 조정해야 하는 영역의 밸런싱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론 주택사업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수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주인만 배부른 회사가 아니라 직원에게 보다 다양한 아이디어의 기회를 제공하고 아이디어가 자기 것이 되도록 상벌을 명확히 하겠다. 최근에 의미 있는 수주를 많이 한 만큼 좋은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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