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르포] 역대급 태풍 '힌남노' 털어낸 포항제철소… 미래 도약 박차

지난 1월20일 완전 정상화… 피해 발생 135일 만
안전 최우선 강조… 복구 기간 중대 재해 0건
열연·제강공장 및 고로 등 모두 정상 운영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미래 대비도 철저

포항(경북)=김동욱 기자VIEW 4,9822023.03.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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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 피해를 받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지난 1월20일 완전 정상화를 이뤘다.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사진=포스코 제공
태풍 힌남노 피해를 받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지난 1월20일 완전 정상화를 이뤘다.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사진=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 복구 과정에서 보내주신 뜨거운 관심과 도움으로 힌남노 피해 발생 135일 만에 복구를 마쳤습니다. 포스코는 세계 최고 철강기업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저탄소 기술개발, 친환경용 제품생산, 스마트 제철소 실현 등을 통해 대한민국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겠습니다."

지난 23일 방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모든 공정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해 9월6일 힌남노 국내 상륙으로 창사 54년 만에 쇳물 생산을 멈췄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포스코는 복구를 마친 포항제철소를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포항제철소는 지난 1월20일 완전 정상화를 이뤘다. 포스코그룹 전 임직원과 민·관·군을 포함한 연인원 140만여명의 노력과 포스코 명장 등 전문엔지니어들의 기술력이 빠른 피해 복구에 핵심역할을 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빠르게보다는 안전하게'라는 구호는 복구 과정 동안 단 한 건의 중대 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배경으로 꼽힌다.

제철소 복구를 진두지휘한 천시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안전과 기술을 제철소 복구의 핵심축으로 삼고 작업했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한 채 전문가 설비진단을 통해 정교한 복구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불안전 행동을 한 인원에게 패널티를 부여하고 패널티가 2~3회 쌓이면 제철소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완벽히 복구된 포항제철소… "전 공정 이상 무"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는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는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는 생산·품질·설비 전 영역에서 힌남노 상륙 전 수준으로 피해를 회복, 안정적인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기자는 이날 2열연공장, 2제강공장, 2고로 등 제품생산 역순으로 제철소를 둘러봤다. 고로는 철광석과 석탄, 뜨거운 바람으로 쇳물을 생산하고 제강공장은 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처리해 고객사가 원하는 형태로 만든다. 열연공장은 열과 압력으로 슬래브(반제품)를 코일 형태로 가공해 후공정으로 공급하는 핵심 압연 라인이다.

2열연공장은 제품을 생산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지하 설비가 많아 태풍 피해가 가장 컸던 공장임에도 수해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약 1200도로 가열된 슬래브가 수차례 압축되면서 얇은 코일 형태로 변했다. 2분에 한 개씩 코일을 생산, 하루 700개 정도의 코일을 만들어낸다. 생산된 코일들은 3~5일 동안 자연풍이나 대형 선풍기로 냉각한 뒤 후공정에 들어간다.

서민교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공장장은 "수해 직후 2열연공장은 말 그대로 엉망 그 자체였다"며 "가로 420m, 폭 12m, 높이 8m가 물로 가득 찼다"고 회상했다. "물을 빼는 데만 4주가 걸렸다"며 "물을 빼니 바닥에는 30cm 높이의 뻘이 쌓여있었고 각종 배관은 수압으로 인해 비틀어진 상태였지만 지금은 말끔한 상태로 정상 운용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2제강공장과 2고로도 태풍 피해를 말끔히 털어난 채 바쁘게 생산 공정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2제강공장은 쇳물을 자동차 강판, 전기 강판, 건축 자재 등으로 가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포항제철소로 들어오는 물류의 70% 정도가 2제강공장을 거친다고 한다. 스마트 고로인 2고로는 하루에 철광석 및 석탄 1만2000톤을 처리하고 있다. 스마트 고로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용광로 상태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게 특징이다.

최주한 포항제철소 2제강공장 공장장은 "힌남노가 지나간 직후 맑은 하늘과 침수된 제철소가 대조됐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제강이 살아야만 제철소가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복구 작업에 온 힘을 쏟았다"고 밝혔다. "전기가 끊겨 전기차로 전기를 끌어와 배수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고도 언급했다.

위기 딛고 도약 준비… 중심엔 '미래 기술'
스마트 팩토리 기술로 수집분석한 정보를 활용해 조업현장을 점검하는 포스코 관계자. /사진=포스코 제공
스마트 팩토리 기술로 수집분석한 정보를 활용해 조업현장을 점검하는 포스코 관계자. /사진=포스코 제공
위기 극복에 성공한 포스코는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활용한 미래 준비에도 힘 쏟고 있다.

고로에 철광석, 코크스, 석회석을 넣고 열을 가해 선철을 만드는 과정인 제선 공정은 AI가 데이터를 학습해 예측·관리하는 스마트 고로로 운영 중이다. 선철에 포함된 불순물을 제거하고 철의 함유량을 조정하는 제강 공정에서는 AI 통합 제어 시스템을 이용해 멈춤이나 지연 없는 연속공정 환경을 조성했다. 도금 공정에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 조업조건 및 목표 도금량을 스스로 학습해 정확히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 공정 측면에서는 연·원료 최소비용과 최적 배합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인 포스플롯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이 적용된 후 조업설계 시나리오에 따른 원가 영향도 분석 작업 시간이 기존 8일에서 3분으로 줄었다. 품질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까지 고려하는 등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기여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술개발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선언한 포스코는 고로 등 기존 생산방식을 수소환원제철 생산체제로 단계적 전환할 방침이다. 하이렉스 기반 수소환원제철 사용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며 지난해 7월에는 영국 플랜트 건설사 프라이메탈스와 수소환원제철 엔지니어링 기술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2026년 하이렉스 시업설비를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2030년 상용 기술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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