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2주 만에 9500만원 올랐다" 삼전 투자 소식에 집값 뛴 아파트는?

정영희 기자VIEW 7,1932023.03.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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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42년까지 용인시 일대에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처인구남사읍에 위치한 유일한 대단지 아파트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의 실거래가가 훌쩍 뛰었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는 산단 조성 소식이 최초로 알려진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총 33건의 거래가 진행됐으며 실거래가도 2주만에 9500만원 올랐다./사진=뉴시스
정부가 2042년까지 용인시 일대에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처인구남사읍에 위치한 유일한 대단지 아파트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의 실거래가가 훌쩍 뛰었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는 산단 조성 소식이 최초로 알려진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총 33건의 거래가 진행됐으며 실거래가도 2주만에 9500만원 올랐다./사진=뉴시스
경기 용인시 처인구가 반도체 특화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된 가운데 인근 신축 대단지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집주인들은 앞다퉈 호가를 올리고 있고 실거래 가격도 두 달 만에 30% 이상 올랐다. 시장 상황 관망 후 집을 다시 팔기 위해 이미 중개업소에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도 눈에 띈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남사읍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아파트는 정부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삼성전자 300조원 투자 소식이 전해진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총 33건(계약 취소건 제외) 거래가 이뤄졌다. 발표 하루 뒤인 지난 16일에만 7건 거래가 이뤄졌다.

처인구 남사읍에 위치한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는 총 5단지 67개동 6800여가구로 이뤄진 대단지 아파트로 2015년 준공됐다. 도농복합지역인 남사읍은 경기도 내에서도 개발이 낙후된 지역으로 꼽혔다. '한숲시티'는 남사읍 유일한 아파트 단지일 정도였다.

분양 당시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가 미분양 상태로 남으며 입주를 포기한 계약자들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현상이 발견되거나 '한숨시티'라는 굴욕적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는 용인시 일대에 2042년까지 첨단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건설하고 최대 150개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전한 뒤부터 반전됐다. 삼성전자는 20년간 300조원을 투입해 시스템반도체 라인 5개를 짓는다.

이후 거래 가격이 훌쩍 뛰었다. 해당 아파트 4단지 84㎡(이하 전용면적) 지난 1월 3억2000만원(21층)에 거래됐으나 지난 18일 4억3500만원(19층)에 중개거래됐다. 이는 올해 팔린 동일 평형 실거래가 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두달만에 약 35% 이상 오른 셈이다.

5단지 84㎡도 지난 18일 4억3000만원(7층)에 실거래됐다. 이달 2일 3억3500만원(8층), 지난 1월에는 3억4000만원(24층)에 거래된 평형이다. 아직 실거래 신고 기한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 거래 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호가 또한 급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비교 사이트에 공개된 4~5단지 84㎡ 매물 호가는 4억6000~5억5000만원 선이다. 한 집주인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소식이 들려온 뒤 4억7000만원에 84㎡ 매물을 내놨으나 일주일만에 2000만원을 올렸다. 또 다른 집주인은 산단 후보지 발표 하루 전 팔려고 내놓은 같은 크기 집 호가를 3000만원 내렸으나 발표 이튿날 곧바로 7000만원 높은 가격으로 수정했다.

계약 취소도 늘고 있다. 올해 체결된 해당 단지 전체 매매계약 중 17건이 15일 이후 해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집주인들이 기존 계약자에게 배액 배상을 해주고 계약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용인 처인구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주(-0.55%)보다 하락폭이 크게 줄어든 -.0.02로 집계됐다.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들은 "하루에도 몇십통씩 문의가 오는 상황"이라며 5억원 아래로 팔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내놨던 매물을 거두고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을 올린 다음 다시 내놓겠다는 집주인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단 조성이 처인구 아파트값을 흔들 만한 대형 호재임은 맞지만 투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조언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용인시 처인구 올해 입주 물량은 4862가구, 내년은 9309가구로 예정돼 있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입주 물량이 늘면 가격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해당 지역 일대가 토지허가구역으로 지정, 거래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3월 19일까지 남사읍과 인근 이동읍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일정 면적을 넘는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주택은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하는 조건으로만 매도가 가능하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현재 사업 조성 소식이 전해지긴 했지만 실제 착공과 준공 시기는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진행한다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도 계획 발표부터 첫 삽을 뜨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으므로 당장 매수에 나서는 것은 이르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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