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MLCC 생산 공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MLCC 생산 공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가 점차 첨단화하면서 필수 부품인 MLCC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MLCC는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콘덴서(축전기)의 일종이다. 회로에 들어오는 전류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자제품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장이 날 수 있는데 MLCC는 중간에서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는 MLCC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전자산업의 쌀'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크기가 가로 0.4㎜, 세로 0.2㎜에 불과한 제품도 있을 정도로 쌀알보다도 크기가 작다. 통상 스마트폰 1대에 800~1200개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 등 4차 사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MLCC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전장용 MLCC는 대표적인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전자제품에 비해 들어가는 MLCC 수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동력전달·안전주행·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3000~1만개의 MLCC가 탑재된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전기차에는 약 2만개의 MLCC가 들어간다.

국내에서 MLCC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삼성전기다. 일본 시장조사기업 후지경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MLCC 시장 규모는 판매금 기준 158억5000만달러로 예상되며 일본 무라타가 30%대로 1위를, 삼성전기가 25%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장용 MLCC에선 일본 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장용 MLCC는 고온(150도 이상) 및 저온(영하 55도)의 환경, 휨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높은 습도(85%)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 전자부품 신뢰성 시험 규격인 AEC-Q200(자동차용 수동부품에 대한 인증규격)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 까다로운 제조 기준과 각 거래선별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야 공급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장용 MLCC 시장에서 무라타가 44%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 TDK와 다이오유덴, 야게오가 20%, 18%, 9%로 뒤를 잇고 있다. 일본 기업이 90% 가량을 장악한 셈이다.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점유율은 4%에 그친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전기의 약진이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무라타의 점유율이 지난해 44%에 올해 41%로, TDK는 20%에서 16%로, 다이오유덴은 18%에서 13%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삼성전기의 점유율은 4%에서 13%로 크게 뛸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