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이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가 차바이오컴플렉스 회의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차바이오텍이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가 차바이오컴플렉스 회의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주도할 것입니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는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이 같이 밝혔다. 그동안 재조합 단백질과 항체 치료제가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지배했다면 현재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있다는 얘기다. 오 대표는 앞으로 10년 동안 세포·유전자 치료 신약이 잇따라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다수 바이오 기업들이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시장에 나서는 이유다.

오 대표는 차바이오텍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을 확신했다. 그는 "기존 사업과 다른 게임이다. 대량 생산을 통해 수율과 효율을 내는 사업이 아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은 오히려 우리에게 경쟁력이 있다"며 "아직 산업 초기 단계인 데다 차바이오텍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만큼 생산에 최적화돼 있다고 자부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바이오협회 임원사인 차바이오텍은 2002년 설립된 줄기세포 1세대 기업으로 차바이오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상장된 계열사 3곳(차바이오텍·차백신연구소· CMG제약)과 비상장사 8곳 총 11곳의 계열사를 보유했다. 오 대표는 차바이오그룹이 진행하는 대부분의 사업을 콘트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과도 달성했다. 차바이오텍은 세포치료제 개발뿐 아니라 의약품 사업, 글로벌 CDMO 사업, 해외 의료 네트워크 사업의 호조 덕분에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441억원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 대표가 취임한 2019년 차바이오텍의 매출액(5346억원)과 비교하면 3년 새 57.9% 증가했다.

오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CDMO 사업이다. 차바이오텍은 2019년 미국 현지 자회사 마티카 바이오 설립을 통해 CDMO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5월에는 500리터(L) 용량의 바이오리액터와 글로벌 수준의 제조설비를 갖춘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시설을 완공했다. 오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8건의 계약을 수주했다"며 "현재 글로벌 제약기업 4곳을 포함해 40개 이상의 기업과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는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는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CDMO 위해 미국으로 직행한 이유

차바이오텍이 미국 현지에서 CDMO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미국은 세포·유전자치료제 세계 최대 시장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 현재 진행 중인 세포·유전자 치료제 글로벌 임상시험은 총 2200건이다. 이중 43%가 북미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에만 미국에서 14개의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중 5개 이상이 품목허가가 기대되는 만큼 미국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의 요충지다.

두 번째로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 전문인력 확보가 쉽고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오 대표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의 핵심인 바이럴 벡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대부분 미국에 있다"며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가진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용이하다"고 전했다.


미국의 3대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히는 텍사스는 론자와 후지필름과 같은 글로벌 CDMO 기업을 포함해 바이오 기업과 연구소, MD앤더슨 암센터를 비롯한 대형 병원이 자리했다. 의약품 연구개발(R&D) 활동이 활발히 진행돼 다양한 바이오텍이나 연구기관과 기술개발 협력도 가능하다. 오 대표는 "마티카 바이오는 지난해 팀장급 핵심인력을 확보했다"며 "올해는 200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바이오텍 CDMO 무조건 성공한다"

오 대표는 차바이오텍의 CDMO 사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의료 네트워크를 꼽았다. 차바이오텍은 계열사 차헬스케어를 통해 7개국 86개 기관 의료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차헬스케어는 해외에 자본을 투자해 병원을 직접 운영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4년 인수한 미국 LA 할리우드 차병원은 2022년 6000억원 규모의 매출 내는 병원으로 발전했다. 이외에 호주와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병원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지역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 큰손인 이지스아시아투자운용과 업무협약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사업 확장 능력을 강화했다.

오 대표는 "보유한 의료 네트워크를 임상 기지로 활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마티카 바이오가 상용화된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생산을 맡게 되면 원스톱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오 대표는 2030년이면 마티카 바이오의 매출액이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위해 2024년 하반기 2공장을 착공한다. 이미 구축한 시설의 두 배 이상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으며 2공장 완공 시 생산 규모는 2000리터까지 확대할 수 있다. 바이럴 벡터 공정개발과 생산은 물론 플라스미드 DNA, 세포치료제 생산까지 사업영역이 확대될 것이란 게 오 대표의 기대다.

오 대표는 "판교에 짓고 있는 제2 테크노밸리 첨단 바이오시설(CGB)이 2024년 말 완공된다"며 "마티카 바이오에서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과 기술을 고도화하고 축적한 기술을 CGB에 적용해 아시아 CDMO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차바이오텍, K-헬스케어 리더 될 것"

오 대표의 목표는 차바이오텍의 '초격차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도약이다. 기존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개발을 가속화한다. 고형암 면역세포치료제(CBT101), 만성 요통 치료제(CordSTEM-DD), 난소기능부전 치료제(CordSTEM-POI) 등 글로벌 임상시험을 병행한다. 노화연관 질환과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은 기업의 핵심 영역으로 내세운다.

오 대표는 "바이오 회사지만 현금창출 사업구조를 구축해 외부투자 없이 스스로 연구개발 비용을 조달할 수 있다"며 "R&D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2025년 차헬스케어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오 대표는 "차헬스케어가 상장하면 개인 투자자나 기관이 증시를 통해 해외 병원에 투자하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라는 이름은 헬스케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며 "임·직원들과 화합을 통해 비전이 명확한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