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2대 국수본부장에 거는 기대 '한국판 F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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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치안정감)이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기 위해 기자실로 향하고 있다. 2023.3.2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한국판 FBI(미국 연방수사국)' 국가수사본부. 세계 최고 수사기관과 이름을 나란히 붙이는 일은 2021년 국수본이 탄생할 때만 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출범한 지 고작 2년째지만 어느새 이런 표현은 어색해졌다.
한국판 FBI라는 수식어는 국수본이 갖게 된 막강한 권한을 상징하는 표현이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국수본은 검사 지휘 없이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단독으로 경찰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내년부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까지 가져와 안보 수사도 사실상 홀로 책임지게 된다. 소속 수사 경찰만도 3만여명에 달한다.
한국판 FBI라는 타이틀은 권한만으론 유지되지 않는다. 커진 권한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야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국수본이 출범 이전과 확연히 다른 수사 성과를 내 존재감을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국수본은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투기 사건 수사가 대표적이다. 국수본은 관련자 4251명을 송치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수사 대상이었던 국회의원 33명 중에선 6명을 송치하는 데 그쳤다.
또한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첩보를 넘겨받고도 일선 경찰서로 이첩한 뒤 5개월간의 내사만 벌였다. 그사이 검찰은 화천대유 주요 관계자들의 신병확보에 성공하며 대조적인 성과를 냈다.
국수본이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비리·부패 등 특수수사에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존재감은 자연스럽게 희미해졌다. 권력 눈치 보기가 스스로의 수사 역량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아닐지 우려스러울 정도다.
전국 시·도 경찰의 모든 수사를 지휘하는 국수본부장의 권한은 경찰청장도 침범할 수 없다. 외압에 흔들림 없이 수사에만 집중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국수본부장은 그동안 사실상 경찰청장 지휘 아래 놓여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경찰청장으로부터도 독립이 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다른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지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경찰은 검찰에 비해 승진 경쟁이 훨씬 치열하고, 변호사처럼 퇴직 후 생계 수단이 보장되지 않아 외압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수사 경찰은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을 지킨다. 정치권력의 외압으로부터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는 국수본부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이날 2대 수사경찰 수장으로 우종수 국수본부장이 취임한다. 권력형 비리 수사를 잘할수록 국수본의 존재감이 커지고,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다는 점 우 본부장도 잘 알 것이다. 우 본부장이 수사 독립성을 탄탄하게 지켜 현장 수사관들에게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는 안전판이 돼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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