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가 유동성 위기, 악성 루머 등으로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다./사진=새마을금고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가 유동성 위기, 악성 루머 등으로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다./사진=새마을금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국내 금융사들의 유동성·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가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위기설에 휘말린 건 물론 지급정지 등 악성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12일) 오전 OK·웰컴저축은행의 PF대출에서 1조원대 결손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문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됐다. 문자에는 "지급 정지 예정으로 잔액 모두를 인출 요망한다"는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을 유도하는 내용도 담겼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며 허위 사실 유포자와 접촉했더니 해당 내용에 대해 횡설수설하는 등 사실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해당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비율은 매우 양호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두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상황이다. 지난해말 기준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각각 12.51%, 11.4%로 규제비율인 8%를 상회한다. 유동성 비율도 웰컴저축은행은 159.68%, OK저축은행은 250.54%로 규제비율(100%)과 비교해 높다.

웰컴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6743억원으로 연체액은 44억원(0.01%)이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의 PF대출 잔액은 1조10억원으로 연체액은 410억원(4.09%) 수준이다. 현재 두 저축은행은 허위 문자 유포자에 대해 고발 조치 등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동성 위기설에 대해 연일 "문제없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5일 "오는 2024년부터 전 금고가 유동성 비율 100% 이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유동성비율을 관리중"이라며 "유동성과는 별도로 지불준비금 성격의 상환준비금은 2월말 기준 13조2103억원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유자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 예·적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게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설명이다. 올해 2월말 기준 유동성 비율이 80% 이상인 새마을금고는 약 1099곳으로 전체의 84.9% 비중이며 해당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에도 공적자금 지원 없이 위기를 극복했으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새마을금고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도 진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금융권의 PF대출 연체율 상승과 관련해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은 1.19%로 전분기(0.86%)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금융권 PF대출 연체율 고점인 2012년(13.62%)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말 10.38%로 전분기(8.16%)와 비교해 2.22%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연체대출 규모가 5000억원에 불과하고 증권사 자기자본 대비 0.7%에 해당하는 낮은 수준"이라며 "과거 위기 시 도입된 부동산 PF대출 규제 등으로 연체가 특정 증권사에 집중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은 PF 익스포져가 큰 금융사에 개별적으로 건전성 및 유동성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금융사가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도록 지도·점검하고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필요한 대응을 적시에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는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만큼 한 푼이 소중한 서민들의 이용이 많아 악성루머, 위기설 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위기 관리에 더욱 철저해야 하는 건 맞지만 과도한 위기감 조성은 금융사, 금융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