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만으론 미래 없다"… 전기차 시대 '정유업계의 고민'
[머니S리포트-전기차 시대, 기름집의 운명 '째깍째깍'] ③정유업계, 친환경·탈정유 신사업 드라이브
최유빈 기자
30,967
공유하기
편집자주
국내 주유소들이 사라진다. 알뜰주유소와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며 존재 가치를 잃고 있다. 주유소들은 전기차 충전으로의 전환과 포트폴리오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시장 성장성을 눈여겨본 주요 대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정유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던 정유사들은 석유 수요 감소에 따라 비정유 부문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유소의 미래는 무엇일까.
|
▶기사 게재 순서
①'알뜰'에 밀리고 '전기차'에 치이고… 주유소, 폐업만 남았다
②전기차 충전 너도나도 뛰어드는데… 주유소의 변신, 경쟁력 있나
③"기름 만으론 미래 없다"… 전기차 시대 '정유업계의 고민'
①'알뜰'에 밀리고 '전기차'에 치이고… 주유소, 폐업만 남았다
②전기차 충전 너도나도 뛰어드는데… 주유소의 변신, 경쟁력 있나
③"기름 만으론 미래 없다"… 전기차 시대 '정유업계의 고민'
전기차 보급 확산으로 내연기관차가 점차 줄어들며 석유제품 수요도 감소할 전망이다. 정유사의 포트폴리오 확대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저탄소 기술 개발과 동시에 수소, 원전, 바이오 사업 등에 도전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최근 정유업계의 화두는 단연 '저탄소'다. 대표적인 다탄소 업종인 정유업계는 세계 각국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이달 발표한 '탄소중립 시대, 정유 산업 동향 및 과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정유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425만톤CO2eq(이산화탄소환산량)로 1차 금속산업, 화학산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는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 총량인 3억4400CO2eq의 10%에 해당한다.
친환경 입는 정유사들… 불붙은 '저탄소·탈탄소' 열풍
|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기조가 강화되면서 정유사들은 '넷제로'(Net Zero)를 선언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영국 최대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들 계획이다.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설비 투자에 나섰다.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통해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에스오일(S-OIL)도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기후변화 대응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GS칼텍스는 탄소 중립, 에너지전환 대응 등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딥 트랜스포메이션'(Deep Transformation)과 저탄소 신사업을 본격화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유업계와 정부는 탄소 중립 관련 기술 개발에 손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유업계 2050 탄소 중립 기술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친환경 연료 대체 ▲무탄소 연료 전환 ▲에너지공정 효율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대체연료 생산 및 보급 등 5개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현재 '탄소순환형 정유제품 생산을 위한 CCU 통합공정 기술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5년까지 핵심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2030년부터는 상용화 연구에 돌입한다. 해당 기술은 정유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기초유분과 탄소 순환형 연료 생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탄소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먹거리로 눈 돌리는 정유사들
|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배터리 전문 사업을 영위하는 SK온을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인 영역 확장에 돌입했다. 배터리업계 후발주자로 적자를 이어오던 SK온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효과로 올해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만성적인 문제였던 수율 역시 오는 2분기부터 목표를 달성해 수익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도 추진한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3300여억원)를 투자하고 SMR 시장 개척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가 개발하고 있는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4세대 SMR '나트륨'(Natrium) 실증과 상용 원자로 개발에 참여한다.
GS칼텍스는 미래 먹거리로 수소를 점찍고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사업, 수소충전소 구축 및 연료전지발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남동발전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청정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GS칼텍스는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카카오모빌리티·LG유플러스·제주항공·파블로항공·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2025년까지 관련 기술 상용화에 나선다. GS칼텍스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UAM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
S-OIL은 친환경 에너지 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샤힌(매를 뜻하는 아랍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를 구축하는 것이다. S-OIL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연료유 중심의 정유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12%인 석유화학 사업 비중은 25%로 2배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0년 기준 85%인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40%대로 축소할 계획이다.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블루수소 등 미래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70%까지 확대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에 3조원을 투자하고 에틸렌과 프로필렌 생산에 나섰다. 앞으로 현대케미칼을 통해 태양광 패널 소재, 이차전지 소재, 바이오 소재 생산으로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업은 국제 유가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정유사들도 이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다각화와 비관련 다각화가 모두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