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2나노급 16Gb DDR5 D램 양산에 돌입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12나노급 16Gb DDR5 D램 양산에 돌입했다.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둔화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D램 개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초격차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어 미래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12나노(㎚·10억분의 1m)급 공정으로 16Gb(기가 비트)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개발에 성공한 지 5개월 만이다.

멀티레이어 EUV(극자외선) 기술을 활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집적도로 개발됐다. 12나노급 D램은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생산성이 약 20% 향상됐으며 소비전력도 23%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DDR5 수요를 견인할 데이터센터 증설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12나노급 16Gb DDR5 D램으로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DDR5는 기존 DDR4 대비 속도는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소모량은 10% 이상 낮다. 가격도 DDR4보다 20~30% 비싸 새로운 수익 모델로 평가받는다.


타이완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현물가가 지난달 1.618달러에서 이달 11일 1.551달러로 4.1% 하락한 반면 DDR5 16GB 제품의 현물가는 3.921달러에서 4.144달러로 5.7% 상승했다.

DDR5는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한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고 AMD, 인텔 등이 지난해 말부터 DDR5를 지원하는 서버 중앙처리장치(CPU)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전체 D램 시장에서 DDR5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 수준에서 올해 12%로 상승한 후 내년에는 27%를 기록해 DDR4의 점유율(23%)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최근 AI 챗봇 산업이 확대되면서 HBM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고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 순으로 혁신을 거쳐왔다. 최근엔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 고객사로부터 제품의 성능 검증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내 신제품 양산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메모리 수요에 맞춰 하반기부터 시장에 신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미래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올해 1분기 실적이 급감해 전사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선 상황이지만 R&D 투자에는 힘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95.5% 감소한 6402억원이지만 R&D 투자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6조58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3조4023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R&D 투자에 1조895억원을 집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