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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은 우려를 표했다. 올 9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책의 일환인 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됨에 따라 금융권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 입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0년 4월부터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당초 코로나 대출 종료 시점은 2020년 9월까지 6개월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길어지면서 6개월씩 5차례 더 연장됐다. 이후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코로나 대출의 만기연장을 3년, 상환유예를 1년씩 추가 연장키로 했다.
소상공인은 금융사와 협의해 대출 만기연장을 2025년 9월까지 할 수 있지만 상환유예를 해왔던 대출은 올 9월 말 지원이 종료되기 때문에 10월부터는 빚을 정상적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거듭 상환이 미뤄진 대출은 사실상 잠재 부실 대출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공통적이다. 은행권에선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올 하반기에는 잠재부실이 곳곳에서 터져 그동안 코로나 대출 지원으로 나타났던 연체율 착시효과가 조만간 걷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하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0.16~0.27%에서 올 3월 말 0.20~0.34%로 올랐다.
연체율은 은행이 취급한 대출금 대비 1개월 이상 연체 금액의 비율을 보여 주는 수치다. 이들의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3월 말 기준 3조824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571억원) 대비 13.9%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의 순이익(3조6257억원)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특히 5대 은행 중 농협은행의 NPL 잔액은 866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2% 급증했다.
5대 은행의 코로나 대출 규모는 약 38조원에 이른다. 연체율 상승 등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코로나 대출 지원까지 종료되면 부실폭탄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소상공인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은 점도 부실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자영업자 총대출 1020조원 가운데 70.6%에 달하는 720조3000억원이 다중채무자다.
고금리로 이자부담이 커지자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소상공인) 대출이 여전히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4월 말 5대 은행이 취급한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12조3106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237조4060억원)보다 31.6%(74조9046억원) 급증했다.
물론 은행들은 지난해의 2~3배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으며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유동성 비율과 자본비율 등이 양호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내 은행도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상환유예를 신청한 차주는 3만8000명(16조7000억원)이다. 3만8000명 중 연체 없이 성실하게 상환할 수 있는 차주는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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