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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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부터 법인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이 붙는다. 도입 취지는 슈퍼카나 고가의 외제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번호판 부착 대상에 장기 렌터카가 제외돼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법인승용차 전용번호판 도입방안과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 결과 등을 반영해 이르면 내달부터 법인승용차를 대상으로 '연두색 번호판'이 부착된다.

연두색 번호판은 해당 차량이 법인차라는 일종의 '명찰'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법인 명의의 업무용 차량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나타내 차량의 사적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슈퍼카를 법인차로 등록해 배우자에 자녀까지 이용하는 꼼수는 횡령·탈세 등 법 위반은 물론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두색 번호판 도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지난해 8월 한국갤럽이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 이상이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에 찬성했다.


하지만 연두색 번호판 도입 효과에 대한 의문이 따라 붙는다. 번호판 부착 대상에 법인들이 구매·리스를 통해 사용하는 자동차만 포함되고 장기 렌터카는 빠져 자칫 반쪽자리 정책에 그칠 것이란 이유에서다.

자동차 리스와 장기 렌터카는 서비스 성격이 유사하다. 차를 구매가 아닌 임대로 활용하는 데다 차량 운용비용의 비용처리가 가능하고 차량 관리가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차이가 있다면 세제 혜택이다. 장기 렌터카의 세제 혜택이 더 크다. 실제 용도는 전혀 다르지만 제주도와 같은 관광지에서 주로 활용되는 단기 렌터카에 제공되는 각종 세제 혜택이 장기 렌터카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법인 대표나 고소득 개인사업자들은 고가의 수입차를 장기 렌터카로 활용해 세금을 줄이기도 한다.

이에 국토부는 장기 렌터카의 경우 이미 '하, 허, 호' 등의 번호판 식별 기호를 통해 일반 차량과 구분하고 있어 연두색 번호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지만 최근 '하, 허, 호' 번호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반박이 나온다.

고가의 승용차에 이 같은 번호판이 붙어 있으면 법인에서 고급 차량을 제공해 줄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지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리스를 이용하던 법인이 '연두색 번호판'이 주는 일종의 '명찰 효과'를 피해 일반 번호판과 식별력이 떨어지는 장기 렌터카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리스업계 관계자는 "제도를 시행하기도 전부터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풍선효과가 현실화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세수 감소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면밀히 점검하고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또다른 '꼼수'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는 7월 제도 시행을 목표로 지난 1월 공청회 당시 나온 의견들을 두루두루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기 렌터카 포함 여부 등 제도와 관련해 세부적으로 최종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