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이 남자가 '놀고먹기'를 연구하는 이유
'여행·식도락' 전문가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소장… 인간 기본 권리 '유희' 탐구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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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잘 놀고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누구나 농담처럼 던지는 이 질문에 적극적으로 해답을 찾는 남자가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의 이우석 소장(53)이 그 주인공이다. 유명 스포츠매체에서 오랜 기간 여행기자로 활약하며 남다른 내공을 쌓은 이 소장은 3년 전 회사를 떠나 본격적으로 '잘 놀고 잘 먹는 방법'을 찾는 연구소를 차렸다. 여행과 식도락 분야의 전문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의 기본 권리인 '유희'를 탐구하기 위해서다.
여행기자 활약하며 놀고먹기 내공 다져
이 소장은 스포츠서울에서 22년 동안 근무한 베테랑 기자 출신이다. 기자생활 중 18년가량을 여행과 식도락을 담당했다. 당시 레저나 먹거리 관련 콘텐츠는 외부 필진을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소장은 본인의 고정 지면을 연재하며 전문적인 기사를 작성해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 소장은 "쉽게 말하면 여행은 '놀기', 식도락은 '먹기'에 관한 것"이라며 "스포츠매체에서 스포츠나 연예 전문기자는 있어도 마이너 분야의 전문기자를 두는 건 쉽지 않은데 놀고먹는 것에 관한 콘텐츠로 전문기자는 물론 데스크까지 지냈다"고 소회했다.이 소장이 신문사를 떠난 건 49세의 마지막 무렵인 2019년 12월이다. 이 소장은 "기자 생활만으로 사회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 50세가 되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명예퇴직이 실시됐다"며 "마치 '신의 계시인 것 같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원래 일을 잘 저지르고 뒤를 돌아보지 않은 타입"이라며 "오히려 주변 지인들은 어떻게 네가 아직까지 한 회사를 다녔냐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인생 2막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퇴사 직후 곧바로 MBC 라디오의 유명 프로그램 '여성시대' 제작진으로부터 이 소장을 섭외하는 연락이 왔다. 2020년 1월부터 패널로 출연해달라는고 부탁이었다. 섭외 담당자는 이 소장에게 "직함을 어떻게 불러드려야 하냐"고 물었다. 그 순간 불현듯 이 소장의 머리에 '놀고먹기연구소'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이 소장은 "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갑자기 이름을 지어내 '놀고먹기연구소 소장이라고 불러달라'고 내뱉었다"며 "1분도 안 돼 나온 이름이지만 이후 공식적으로 놀고먹기연구소 법인을 설립하고, 명함도 만들고,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금도 각종 방송과 유튜브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놀고먹기연구소는 말 그대로 '놀고' '먹는' 것과 관련한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한다. 여행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지역의 유명한 장소나 관광지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컨설팅부터 브랜딩하는 일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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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향여행 공략으로 기회 찾는다
이 소장의 거침없는 도전은 시작과 동시에 위기를 맞이했다. 2020년 초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하면서 여행과 식도락 문화에 금지령이 내려진 것이다. 이 소장은 "방역대책에 따라 여행은 중단됐고 식당에서의 식사도 소수 인원만 밤 9시 이전까지로 제한됐다"며 "배를 띄우려고 건조를 하고 진수식을 한 날에 곧장 배가 가라앉은 셈"이라고 회상했다.두 해를 넘기는 암흑기를 거치는 동안 이 소장은 재부상의 때를 기다리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연구소는 경영 효율화나 기술개발 등 생산자를 위한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놀고먹기연구소는 철저히 소비자의 활동에 관한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약은 약사에게, 운동은 개인 트레이너에게 맡기 듯이 놀고 먹는 것은 놀고먹기연구소에 맡기도록 그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이 놀고먹기에 이토록 진심인 이유는 유희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놀고먹기는 자신이 누려야하는 권리로, 생계나 생존을 위한 외부 활동으로부터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며 "재벌이든 학생이든 재산이 있든 없든 누구든 스스로 놀고먹기의 즐거움을 챙겨야 하고, 그래야 더 행복할 수 있고 더 생산적이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이 소장이 가능성을 크게 보고있는 분야는 '특별취향여행'이다.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만화의 배경이 된 지역을 찾는 성지순례 여행,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여행, 특별한 숙박업소를 찾아가는 테마여행 등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여행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소장은 "일반적인 여행은 가성비를 따져 조금이라도 싼 가격의 상품을 선택하지만 소비자 개인의 취향에 맞춘 여행에는 얼마든지 지갑을 열고 돈을 지불한다"며 "엔데믹 시대 진입으로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놀고먹기연구소가 특별취향여행 문화 확산의 브릿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행상품이든 굿즈든 브랜딩이든 사람들이 보기에 '이건 놀고먹기 연구소에서 만들었구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기발한 것들을 연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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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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