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편의점 제국' 대한민국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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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편의점이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1980년대 말이다. 공식적으로는 1989년 5월 세븐일레븐 매장으로 지금도 영업 중인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 선수촌아파트 상가에 입점한 편의점을 1호로 본다. 이후 33년간 장족의 발전을 한 한국의 편의점은 현재 그 수가 5만개에 달하고 한국 소매산업을 대표하는 업태로 성장했다.
편의점 1위 업체 BGF(브랜드 CU)의 시가총액은 백화점 산업 양강인 신세계와 롯데는 물론 대형마트 1위 업체 이마트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편의점 왕국인 일본에 견줘 인구와 국토 면적을 감안하면 한국의 편의점은 편의점 경제와 산업 영향력 그리고 국민의 라이프스타일에 미치는 효과 등 양적으로는 세계 1등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도시화와 고령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이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고 성장한 소매업이 편의점인 셈이다. 1993년 1호점을 오픈하고 처음 20년간은 눈부신 성장을 했던 이마트를 포함한 대형마트와의 업태 간 경쟁에서 편의점이 최종 승리했다는 점은 다음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24시간 영업하며 '빨리빨리'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특장점을 가진 소형매장이 대형매장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는 이유는 지난 20여년간 한국 사회에서 엄청난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발생했고 1~2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 힘입은 바 크다. 3~4인 가구를 주 타깃으로 하는 대형마트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방문고객의 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편의점은 '시간 부족' 현상을 강하게 느끼는 도시인들에게 시간을 아껴주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매장으로 인식되면서 전 국민이 애용하는 국민 매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둘째, 2011년부터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및 출점 규제를 받으면서 외부요인으로 성장에 재갈이 물리는 상황에 처한다. 대형 소매점의 규제환경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업태는 물론 쿠팡을 포함한 이커머스 업체들이지만 오프라인 소매업에서는 백화점보다는 편의점이 더 큰 반사이익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소매업은 혁신이다. 한국형 편의점의 혁신은 한국 유통사에 기록될 정도로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삼각김밥'은 물론 '편의점 도시락'은 한국인들에게 최고의 가성비 점심 한 끼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과의 제휴 매장 출점과 같은 이색서비스는 물론 구독형 서비스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고객편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더불어 수제맥주 등 지속적으로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출시해 K-푸드 히트 상품 실험실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편의점 4개 회사가 벌이는 치열한 경쟁 결과가 한국형 편의점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편의점 제국'이 되었다. 이제 국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가맹본부는 편의점 수를 늘리기보다는 편의점주의 실질 영업 이익을 보장해주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질적 성장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류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이미 교두보가 확보된 몽골과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해 K-푸드를 해외에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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